주주 숙원이었는데…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대로 가면 무산?

[제공 : 셀트리온]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주들이 갈망하던 합병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두 회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면서 합병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호재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합병 무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9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일 셀트리온은 7일 대비 1100원(0.75%) 오른 14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셀트리온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15만813원을 밑도는 금액이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14일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한번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넘어서지 못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같은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종가도 6만60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6만7251원보다 낮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합병 공시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넘어선 적이 없다.

지난달 28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주가는 별반응이 없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8월 17일 전격적으로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회사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생산한 의약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개발·생산과 판매가 별도법인으로 나뉘면서 생기는 비효율성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두 회사간 판권 거래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합병을 요구해왔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소멸법인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폐지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셀트리온 주주로 바뀌게 된다. 합병비율은 셀트리온 1대 셀트리온헬스케어 0.45다. 최종 관문격인 주주총회는 양사 모두 내달 23일로 예정돼있다.

합병 작업의 관건은 주가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고 회사측에 자신의 주식을 매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주식매수청권이라고 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양사를 합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1조원이 넘으면 합병은 무산된다.

합병 발표 이후 시너지 기대감에 주가가 안정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웃돌아야 합병 작업이 순항할 수 있다. 장내에서 매도하는 것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가격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주가는 합병 발표 3주가 지나도록 여전히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연초 대비 주가가 12% 가량 빠졌다.

여기에 양사간 합병이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판권이 셀트리온에게 되돌아가기 때문에 무형자산 상각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쌓여있는 2조6000억원어치의 재고 소진 문제도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대량 행사에 따른 합병 무산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중은 66.4%,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6.4%로,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주가간의 괴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보다는 합병 법인 출범 이후까지 주식을 들고가려고 하는 경향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내달 ‘짐펜트라’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의 호재도 대기 중인데다 합병에 따른 숏커버(공매도 상환을 위한 환매수) 등으로 인한 주가 부양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차주식 반환 요청시 포지션 청산에 따른 숏 커버링 가능성이 있다”라며 “주식매수청구권 권리행사와 지수 리밸런싱 시점에 발생하는 주가 변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