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반국가세력’… 독 오른 이재명, 尹정부 직격 [밀착취재]
초췌한 표정, 응급차·의료진 대기…깊은 한숨
“국민주권 부정, 반국가세력” 尹 대통령 겨냥
“정권 반드시 심판받을 것…역사이고 진리”
수백명 李 지지자, 수원지검 집결…환호·박수
檢, 150여쪽 질문지…진술 外 다양한 증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이 곧 국가입니다.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반국가세력입니다.”
9일 오전 10시18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후문. 이곳에 들어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출석을 앞두고 ‘악에 받친 듯’ 윤 대통령과 검찰을 잇달아 성토했다.
이 대표는 "정치 검찰을 악용해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잠시 숨기고 왜곡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 없다”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을 끄집어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로, 힘이나 세력 따위가 한번 성하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 뿐”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 이것이 역사이고 진리”라고 강조했다.
법적 책임과 연관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하며 검찰청사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 李, 깊은 한숨…지지자 “검찰 스토킹”
이날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 대표는 다섯 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다. 그동안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이후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확성기를 든 일부 지지자들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검찰에 이 대표의 연관성을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다시 입장을 번복하며 ‘오락가락’ 진술을 이어가는 이 전 부지사를 두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입국 이후 8개월간 검찰로부터 집요한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의 월권수사로 인한 지속적 압박으로 이 대표가 연루된 것처럼 허위진술을 했다”며 옹호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가 양심에 어긋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재판이 지연된 데 대해 재판부에도 사죄했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이어가던 중 이 대표가 탄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맞았다. 카니발 차량의 창문이 잠시 내려졌고, 이 대표는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다시 차량에 탑승한 이 대표는 청사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으로 이동해 비장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어내려갔다. 조정식·정청래 의원 등 측근들과 함께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청사 문 앞에는 그의 몸 상태를 우려한 듯 ‘응급 출동’이란 문구가 박힌 구급 차량이 대기했다. 그가 메시지를 읽어가자 문밖 지지자들은 깃발을 나부끼며 응원전을 이어갔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등이 맞불집회를 열었으나 이전처럼 극한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검찰청사 주변에 7개 중대 등 인력 600여명을 투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1번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와 최근 법정 증언에서 “북한에 돈을 보내는 등 중요한 상황일 때마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전화 통화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이 대표와 연관성을 주장해왔다.
이 대표를 조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는 1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을 이 전 부지사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받는 등 인지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외에도 다양한 증거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처럼 이날도 혐의 자체를 부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해온 8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서면 진술서에서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북측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교류 사업을 시도한 바 있으나,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법률과 유엔제재에 어긋나는 금품을 북측에 제공하거나 제공하도록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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