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성민규 단장과 함께하는 ‘봄데의 저주’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3. 9. 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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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깜짝 단장 취임 이후 4년, 롯데 7~8위 전전
‘성적 부진’ 책임지고 감독들 줄줄이 도중하차…단장은 뒤로 숨어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한때, 그것은 분명 '기세'였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1992년 이후 첫 우승 꿈도 품었다. 롯데 경기에는 부산 안방 구장이든, 방문 구장이든 관중이 넘쳐났다.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롯데의 야구는 만개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롯데는 프로야구 개막 달(4월)에 승률 0.636(14승8패)으로 상승세를 탔고, 5월(13승9패·승률 0.591)에도 분위기를 이어갔다. 5월19일 단독 1위로 치고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6월(9승16패·승률 0.360)에 고꾸라지더니 7월(5승12패·승률 0.294)에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렸다. 8월에도 승률 5할 달성에 실패(10승13패·승률 0.435)했다. 순위는 뚝뚝 떨어져 지금은 5강권에서 멀어져 있다. 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봄데의 저주'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9월23일~10월8일) 국가대표 차출 변수가 있지만, 롯데도 토종 선발인 박세웅·나균안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된다. 기적과도 같은 연승이 이어지면 모를까,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리고, 야구계는 '왜?'라는 의문을 던진다. 2022 시즌 직후 스토브리그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구단이 롯데이기 때문이다.

7월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3대6으로 패한 롯데 선수들이 원정 응원을 펼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육성' 실패…FA도 실패

롯데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군 미필인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의 장기 계약을 했다. 내부 자원과 트레이드로도 해소가 안 된 포수 문제는 LG 트윈스 출신 유강남(4년 80억원)을 데려오며 해결했고, 유격수 포지션을 위해 NC 다이노스에서 FA 자격을 얻은 노진혁과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총액 50억원은 두산 베어스 김재호와 같은 역대 FA 유격수 최고액 계약이다. 롯데는 키움 히어로즈 출신의 투수 한현희에게도 3+1년에 40억원을 안겨줬다. 지난겨울 4명에게만 총 260억원을 썼다. 더불어 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차우찬 등 다른 팀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를 대거 영입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호기롭게 "올해는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도 롯데는 '실패의 시즌'이 될 확률이 높다. '왜?'라는 물음에 복수의 야구 관계자는 성민규 단장을 언급한다. 성 단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거듭 언급했던 '프로세스'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성 단장은 2019년 9월 37세의 젊은 나이로 롯데 단장에 취임했다. 모그룹의 낙하산 인사도, 야구단 내부 인사도 아닌, 프로에 지명(2006년 신인 드래프트)되기는 했으나 2군 31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선수 출신 외부 인사였기에 상당히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밤비노의 저주'(보스턴 레드삭스), '염소의 저주'(시카고 컵스)를 푼 21세기 최고의 MLB 단장 테오 엡스타인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그의 단장 취임 후 그해 말 방영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프런트 주도의 야구가 롯데의 케케묵은 우승 한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까지 심어줬다. 언론을 통해 프런트 일에 대한 방향성 등을 거침없이 쏟아낸 성 단장은 어느새 드라마 속 백승수 단장이 돼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성민규 단장은 취임 이후 팀 내에서 성장이 정체된 선수들을 대거 방출(2019년 말 18명)했다. 성적은 나지 않는데 팀 연봉만 높았던 팀 체질 개선을 위함이었다. 과학적 훈련 시스템인 '드라이브 라인'을 도입해 투수들의 성장도 도왔다. 과감한 트레이드 또한 이어갔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팀 빌드업 모습은 보였는데 정작 성과가 나지 않았다. 롯데는 2020년 7위, 2021년 8위, 2022년 8위를 했다. 올해는 9월6일 현재 롯데는 5위 KIA와 6경기나 차이 나는 7위다.

성적이 제자리걸음이니 그가 직간접적으로 영입에 관여한 두 감독은 시즌 도중 경질(허문회), 혹은 자진 사임(래리 서튼)했다. 8월28일 물러난 서튼 감독의 경우 일신상의 이유(건강)를 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야구계 사람은 없다. 롯데의 후반기 성적이 너무 저조했고, 이미 내부 갈등설이 밖으로 흘러나온 후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민규 단장이 측근인 모 코치를 통해 선수 기용 등에 관여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코치진도 분열된 상태라고 한다. 야구계 한 인사는 이를 두고 "단장의 역할은 좋은 식재료를 솜씨 좋은 주방장에게 안겨주는 것까지만일 텐데 성 단장은 스스로 주방장까지 하려고 했다"고 빗댔다. 롯데는 올해 서튼 감독이 아닌 투수코치에게 경기 중 투수 교체 전권을 줬는데,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성 단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육성도 실패한 모양새다.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센터 라인(포수·2루수·유격수)을 전부 FA로 채운 것은 유망주 육성에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안치홍 정도를 제외하고는 외부에서 영입한 FA 선수의 활약도 기대 이하다. 포수로서 프레이밍 정도만 강점이 있던 유강남을 연평균 20억원을 주면서 영입한 것부터 '오버페이' 얘기가 나온다. 고질적 허리 부상이 있는 노진혁은 시즌 초 알토란 활약을 했지만, 역시나 부상으로 한동안 뛰지 못했다. 한현희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현재 마이너스다. 오히려 '계약의 합리성'을 내세우며 붙잡지 않은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NC 다이노스)은 올해 타격왕을 노리고 있다. 롯데가 트레이드로 KT에 내준 박시영과 신본기는 2021년 KT 창단 첫 우승에 기여했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연합뉴스

차기 감독도 성 단장 거취에 따라 좌우될 듯

또 다른 야구계 인사는 "성 단장이 한국에서 선수나 프런트 경험이 없다 보니 야구계 네트워크가 약해서 다른 팀 선수에 대한 세밀한 정보 등을 잘 얻지 못하는 편"이라며 "선수 영입 등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성 단장은 스카우트 출신이지만 정작 롯데는 외국인 선수 득을 크게 보지 못했다. 실상 컵스 스카우트 시절에도 그가 영입했던 선수 중 미국 프로야구에서 성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3년 계약을 하고도 1년 만에 팀에서 쫓겨났던 이종운 전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다시 롯데를 지휘하는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야구계 안팎에서는 롯데 차기 사령탑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후보 중에는 롯데 성골 출신의 코치들부터 KBO리그에서 성과를 냈던 베테랑 감독들도 있다. 하지만 시즌 후 성민규 단장의 거취에 따라 차기 감독도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성 단장이 롯데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모그룹에서도 고민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대로 성 단장 위주로 몇 년째 빌드업을 이어왔는데 리더십 강한 사령탑을 영입할 경우 팀 기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과와 실은 분명해야만 한다. 프로는 오직 성적으로만 증명되기 때문이다. 4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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