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유로 상고 못하고 사형당한 실미도 공작원 대법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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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부대' 진상 공개를 우려한 군 당국 회유로 상고를 포기했다가 사형 당한 부대원이 51년 만에 대법원 판단을 받을 길이 열렸다.
폐쇄적인 군사법원과 달리 대법원에 사건이 넘어가면 실미도 부대의 진상이 외부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상고를 포기하면 사형 기록이 남지 않게 해주고 월남전에 참전한 뒤 이후 생계도 책임지겠다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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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당시 "너무 억울" 유언…여동생 "억울한 오빠의 한 풀어주길"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실미도 부대' 진상 공개를 우려한 군 당국 회유로 상고를 포기했다가 사형 당한 부대원이 51년 만에 대법원 판단을 받을 길이 열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호 김경애 서전교 부장판사)는 사망한 실미도 부대원 고(故) 임성빈(당시 24세)씨의 여동생 충빈씨가 대리 청구한 상소권 회복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공군 관계자들이 임씨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한 것이 인정된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군검찰이 항고하지 않으면 이 결정은 확정돼 고인이 된 임씨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임씨는 1968년 4월 공군 제2325부대 209파견대 부대원 31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209파견대는 북파 특수임무를 띤 '실미도 부대'의 다른 이름이었다.
'김일성 암살'을 목표로 3년 넘게 이어진 가혹한 훈련 중 7명이 사망했고 남은 부대원은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려 1971년 8월 공군 기간요원들을 살해한 뒤 탈출, 청와대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20명은 군과의 교전으로 사살되거나 자폭했고 임씨 등 4명은 붙잡혔다.
이들은 초병살해 혐의로 군사법원에 넘겨져 1·2심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고 상고하지 않아 이듬해 3월 서울 오류동의 한 공군부대에서 형이 집행됐다.
잠들었던 부대의 진실은 2003년 영화 '실미도'가 개봉하며 대중에 널리 알려졌고 사형된 4명의 신원도 이내 공개됐다.
여동생 충빈씨가 35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빠의 정체를 알게 된 것도 이때였다.
다시 시간이 흘러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 당시 군 당국이 생존한 공작원들을 회유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게 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폐쇄적인 군사법원과 달리 대법원에 사건이 넘어가면 실미도 부대의 진상이 외부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상고를 포기하면 사형 기록이 남지 않게 해주고 월남전에 참전한 뒤 이후 생계도 책임지겠다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약속을 믿은 임씨 등은 국회 진상조사단 조사에서도 입을 다물었지만 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되자 신속하게 처형됐다.
임씨는 사형 당시 유언으로 "너무나도 억울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웠다"며 "김일성의 목을 베지 못하고 죽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빈씨는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법원에 오빠의 상소권을 회복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호 실미도유족회 자문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실미도에서 살해당할 상황에서 정당방위로 부대를 이탈했고 초병도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살해됐다고 봐야 한다"며 "역사적 재판이 재개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충빈씨도 "상소권 회복은 당연하고 이후 과정도 잘 진행돼 억울한 오빠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임씨와 함께 사형된 고(故) 김창구씨의 사촌도 상소권 회복 신청을 했으나 법적으로 상고를 대리할 수 있는 직계친족에 해당하지 않아 기각됐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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