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언론 독립성 훼손 우려에도 미국 지역언론지원 방안 환영받는 이유
[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13)] '더 나은 재건' 미국 지역언론지원 현황은
2021년 하원 통과에도 부결된 '지역언론지속가능법'… 일부 주 적용 논의중
비영리단체, 실현 가능한 지역언론 지원방안 8가지 제시
지난달엔 '커뮤니티뉴스 및 소규모기업 지원법' 발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내세운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에 지역언론 지원 방안이 포함되면서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지역언론 관련 논의를 활발하게 했다. 비록 예산 협상 과정에서 통과되진 않았지만 지역언론 지원에 대한 틀을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 법안 발의 이후 일부 주에서 세액공제 등 지원책을 실행했고, 지난달 후속 법안으로 '커뮤니티 뉴스 및 소규모 기업 지원법'(Community News and Small Business Support Act)이 나왔다.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을 금기시하던 미국이 지역언론 지원책을 꺼낸 건 그만큼 지역의 '뉴스사막화' 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노스웨스턴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3143개 카운티 중 지역신문이 없는 카운티는 200여 곳에 달했다. 페니 애버나시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대략 미국 인구 5분의 1, 3억 3000만 명 중 7000만 명 사람들이 포괄적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2020년 하원에서 '지역언론 지속가능법'(Local Journalism Sustainability Act)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2021년 같은 법안이 발의됐고 이번엔 하원을 통과했지만 최종예산협상 과정에서 다시 부결됐다. 5년간 대략 17억 달러(약 2조 원)를 지역언론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 언론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기자를 고용하는 언론에 세액공제를 줘 인력난을 해결하는 식이다. 2004년 이후 미국 언론인은 50% 이상 감소했다. 2021년 법안에 따르면, 지역기자를 고용하는 언론사는 첫해 기자 한 명당 최대 2만5000달러, 다음 4년은 각각 1만5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지원 기준도 있다. '정치활동위원회'(PAC)의 지원을 받는 매체는 자격이 없고, 소유주를 공개하지 않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직원 750명 이상인 언론도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지역신문 구독비용 80%(첫해만, 이후 50%) 세액공제, 소규모 사업자의 지역언론 광고비용 세액공제(첫해 5000달러, 이후 2500달러까지) 해주는 안 등이 초기 법안에 포함돼 있다. 이후 각종 언론 단체에서 법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 약 2000개 언론이 속한 '뉴스미디어연합'(News Media Alliance) 데이비드 채번 회장은 “지역언론은 지역 광고위축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 법안이 지역언론을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게 하고 다음 위기를 대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언론이 헤지펀드 등의 수익 창구가 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해봤자 사라진 양질의 저널리즘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워드 솔츠 플로리다 국제대학 저널리즘 교수는 미국 미디어연구 교육기관 '포인터'(Poynter)에서 “지역언론 지속가능성법은 효과가 없는 공허한 약속”이라며 “언론 소유주는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납세자의 돈만 챙기면 된다. 이 법은 정부가 신문을 파괴하고 있는 탐욕의 장사꾼들에게 돈을 보내도록 요구하지만, 그들이 그 돈을 지역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언론 지속가능법'뿐 아니라 '언론 경쟁 및 보존 법안'(Journalism Competition And Preservation Act)도 지난해 발의됐다. 지역언론 등 디지털 뉴스콘텐츠 제공업체가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과 집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안이다. 이 역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수년간 광고 및 구독 수입 감소로 위기에 봉착한 언론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법안 발의 이후 지역언론 지원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이 연구되기 시작됐다. 비영리단체 '리빌드 로컬 뉴스'(Rebuild Local News)는 공적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지원책 8개를 꼽았다. △지역언론에 광고하는 중소기업 세액공제 △지역기자 유지 또는 고용 세액공제 △지역언론 구독 혹은 기부를 위한 소비자 보조금 △지역언론 대상으로 더 많은 정부 광고 타겟팅 △독립적인 단체가 저널리즘 프로젝트 직접 보조금 지원 △지역사회기관이 신문을 구독하도록 인센티브 제공 △브로드밴드(고속 데이터 통신망) 확장 등이다.
일부 주에선 언급된 지원책들을 실행하고 있다.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뉴 멕시코, 위스콘신, 메사추세츠, 워싱턴 등이 주 차원의 지역언론 지원책을 실행 혹은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저지주는 2018년 '뉴저지시민정보법'(New Jersey Civic Information Bill)으로 지역언론에 세금을 할당하는 최초 주가 되었다. 2023년 기준 기금 300만 달러가 14개 지역언론에 배분되고 있으며 각각의 대학, 언론, 지역사회, 학생 대표로 꾸려진 16명의 비영리 위원회가 저널리즘 기준에 따라 기금을 처리한다.
이외에도 뉴욕과 시카고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언론에 주 광고비를 할당했고, 캘리포니아는 2500만 달러 규모의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메사추세츠, 뉴욕, 버지니아 등은 '지역언론 지속가능법'에 언급된 구독 및 급여에 대한 세액공제를 논의한 바 있다.
데이비드 라페 텍사스대 저널리즘스쿨 학과장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지역 정치인들은 지역언론이 필요하다. 언론을 통하지 않고선 자신의 말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지역언론을 지원하려는 관심이 크다. 더군다나 뉴저지는 진보적 성향이 있는 주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은 지역언론을 잘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지역언론 지속가능법'의 후속격인 '커뮤니티 뉴스 및 소규모 기업 지원법'(Community News and Small Business Support Act)이 발의됐다. 이전 법안과 마찬가지로 지역언론에 첫해 기자당 2만5000달러, 이후 4년간 각각 1만5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지역언론에 광고하는 소규모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도 그대로다. 지역언론 광고기업은 첫해 5000달러, 다음 4년 25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역신문 구독비용에 대한 소비자 세액공제는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빠졌다.
공동발의자 중 하나인 수잔 델베네 민주당 의원은 시애틀타임스 인터뷰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의회의 일들이 항상 예측가능하게 움직이는 건 아니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을 거쳐 대통령 책상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지를 확보하겠다”며 “이 법은 소규모 기업의 홍보와 신문사 수익 확보 등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지역언론 기획취재팀 윤수현·윤유경·박재령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국 뉴스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 목차
① 현실로 다가온 지역언론 위기와 뉴스 사막화
② 뉴스 사막화 속 지역신문과 멀어진 위스콘신 주민들
③ 130년 신문 폐간된 텍사스 발베르데, 사막화 극복 방법은
④ 위스콘신 지역언론이 뉴스 사막화에 대응하는 방법
⑤ 지역언론 위기에 확장으로 대응하는 '커뮤니티 임팩트'
⑥ 미국 지역언론 살리기 위한 노력들
⑦ 미국 지역언론 소멸 극복 방법, 한국에 대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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