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잃는 슬픔, 다시 겪지 않으려면 [The 5]

하어영 2023. 9. 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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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더 파이브: The 5] 거리로 나선 교사들이 바라는 것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최근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단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숨지기 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단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슬픔에 빠진 교사들은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지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교실 밖으로 나온 교사들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들은 왜 정부를 믿지 못할까요? 김민제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서울시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4일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The 1] 교사들은 왜 연차나 병가를 내고 교실 밖으로 나섰나요?

김민제 기자: 초등 교사 죽음 뒤 교사들은 수업 자료 공유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서로의 피해 경험을 공유했어요. 그러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한 것이죠. 그게 7월22일입니다. 그때 정부가 제대로 된 정상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49재인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동료를 추모하겠단 뜻도 모았습니다.

그때부터 토요일마다 집회가 이어졌어요. 그사이 서초구 초등 교사를 힘들게 한 학교 폭력 사건의 당사자 부모가 현직 경찰관, 검찰 수사관이란 사실이 드러났죠.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이때 서울 양천구, 전북 군산시, 경기 용인시 등에서 교사가 스스로 숨지는 사건까지 이어졌어요. 이들 중 일부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단 이야기가 나왔고요. 그런데도 교육부는 49재를 앞두고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겠단 방침만 거듭 밝혔습니다. 이게 교사들의 더 큰 반발을 부른 거예요.

[The 2] 정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 전에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요?

김민제 기자: 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을발표했습니다.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을 땐 아동학대 책임을 지지 않게 하고, 교사가 교육활동과 상관없는 민원 응대는 거부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민원은 학교 민원대응팀에서 맡고, 학생이 교육활동을 침해하면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고도 발표했고요.

4일 서울시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서 한 아이가 메모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The 3] 그런데도 왜 교사들이 거리로 나온 걸까요? 이미 여러 대책이 발표됐잖아요.

김민제 기자: 대책의 현실성이 부족하단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정부는 학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민원대응팀을 꾸리게 하겠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교사들은 인력 확충·운용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선 누군가에게 일이 몰리거나 일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학생이 교권을 침해했단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적는 방안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자녀가 입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학부모들이 소송을 더 많이 걸 수도 있다는 거예요.

[The 4] 교사들이 정부를 못 믿는 건 아닐까요? 구체적인 방안이 더 나올 수도 있을 텐데요.

김민제 기자: 49재 집회만 해도 교육부가 숨진 교사를 애도하기보단 49재 참가 교사를 징계하겠단 말부터 했잖아요. 그때 신뢰를 잃었습니다. 만약 교육부가 교권 문제를 먼저 고려했다면 서초구 초등 교사만 아니라 그사이 숨진 3명 교사 모두를 애도하고 추모한다는 말부터 했어야 한다며 교사들은 화가 나 있어요. 대화해야 할 상대가 나를 부정하고 징계하겠다면 대화를 하기 어려우니까요. 국민의힘도 “어느 순간부터 특정 단체로 인해서 교육의 현장과 교실이 정치투쟁으로 변했다”면서 (추모를) 정치적 문제로 몰아갔고요.

[The 5] 교사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나 개정을 바라진 않나요? 그러면 교권이 더 강화될 거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어요.

김민제 기자: 한 교사는 “학생 인권 뺏어서 교사 인권 누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을 했어요. 인권은 함께 누리는 것이지, 제로섬 게임(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에 손실이 되는 게임)은 아니란 뜻이에요. 실제 집회에서 학생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교사가 교권과 학생 인권을 함께 보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하는 건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는 게 아닙니다. 아동학대 고소·고발 건처럼 당면한 현장 문제부터 풀어야 해요. 학부모 민원도 민원이지만 교사들은 아동학대 고소·고발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거든요. 두려움이 예상보다 훨씬 넓게 퍼져 있어요. 교사가 자신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그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학교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단 생각까지 든다면 교사는 어디 기댈 곳이 없잖아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교실에서 교사가 겪는 어려움과 교사들이 주장하는 대책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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