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한달] 115명 목숨 앗아간 100년만 美 최악참사…실종자 아직 66명
이재민 7천500명 임시 숙소에…당국 "경제 재건, 복구 작업 착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지상 낙원'으로 불린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최소 115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지 8일(현지시간)로 꼭 한 달이 지났다.
이번 산불은 미국에서 100년만의 최악 참사로 꼽힌다. 앞서 1918년에는 미네소타주 북부 칼턴 카운티 등을 덮친 산불로 주택 수천채가 불타고 453명이 숨졌다. 하와이로 국한해도 이번 산불은 1960년 61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를 뛰어넘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참사다.
여전히 행방불명된 66명을 찾지 못하고 있고, 실종자 가족과 사망자 유족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화재의 아픔과 상처를 딛고 지역을 예전처럼 재건하는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66명 한 달째 행방불명…사망자 수는 3주째 변동 없어
하와이 당국은 이날 마우이섬 산불 발생 한 달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아직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실종자가 66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당국이 미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처음 발표한 실종자 명단 385명에서 319명 줄어든 숫자다.
마우이 경찰은 화재 이후 3천200여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으나, FBI 조사 결과 2천696명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는 신고의 신빙성 여부를 계속 검토한 끝에 66명으로 명단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발표한 명단의 385명 가운데 4명은 이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115명으로, 지난달 21일 이후 약 3주째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들 가운데 신원 확인은 60명만 이뤄졌고, 나머지 55명은 아직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당국은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 마을 수색을 100% 완료한 상태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실종자 명단에 있는 이름과 이미 수습된 유해의 신원이 상당 부분 겹칠 것으로 추정하면서 사망자 수가 115명에서 많이 늘어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종 사망자 수가 길게는 몇 달이 더 지나야 확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라하이나에서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을 해온 DNA 감식 업체 ANDE의 최고정보책임자 스티븐 미어는 NYT에 자사 직원들이 마우이를 떠났다고 전하면서 이제는 실종자의 가족·친구들을 면담해 실종자가 현장에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조사 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종자의 사망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어는 2018년 85명이 사망한 캘리포니아 북부 캠프파이어 화재에서도 정보가 부족해 이런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는 매우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마우이섬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산불은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냈다. 미국 전체로 봐도 1918년 미네소타주 북부 칼턴 카운티 등을 덮친 산불로 453명이 숨진 이래 105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
이번 마우이 산불은 또 라하이나에서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하는 2천170에이커(8.78㎢)를 태우면서 주택 2천200여채를 파괴했다. 당국은 이 지역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60억달러(약 8조원)로 추산했다.
산불 피해가 커진 것과 관련,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의 대피가 지연된데 더해 당국이 수년전부터 울렸던 경고음을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재론'도 계속 제기됐다.
불이 더 잘 붙는 외래종 초목이 토종 식생을 밀어내고 하와이를 '점령'하는 등 기후변화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국 "지원·보상 시작…잔해도 치우기 시작할 것"
당국은 이제 정부 지원금과 외부 기부금 등을 이용해 무너진 지역을 재건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마우이의 경제를 지원하고 주민들이 계속 고용되게 하면 그들은 더 빨리 치유되고 마우이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각지의 기부금이 미 적십자사와 하와이 커뮤니티 재단, 그밖의 다른 기관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우선 지역 자영업 등의 생존을 돕기 위해 총 2천500만달러(약 334억원)를 마련해 1만∼2만달러(약 1천300만∼2천600만원)씩 나눠 지급할 예정이다.
이재민들에게는 2025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 지원 보조금 등을 제공한다. 비용은 연방 및 주 정부 지원과 민간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또 다음 달 8일부터는 마우이섬 여행 제한 조치를 종료하고 지역을 여행객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주민들이 자기 집 등 자산이 있는 지역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방문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주지사는 또 미 환경보호국(EPA)이 피해 현장에서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독성 물질 제거 작업을 끝내면 잔해물 철거·제거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작업에는 최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이후 라하이나 재건 작업이 지역사회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또 희생자 보상 기금을 설립해 향후 6∼9개월 안에 사망자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이 기금 조성에 누가 참여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소송에 걸린 당사자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산불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와이에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마우이 주민들과 당국으로부터 산불의 원흉으로 지목돼 소송을 당한 상태다.
당국과 주민들은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당시 허리케인과 강풍이 예보됐는데도 전원을 차단하지 않아 끊어진 전선이 땅에 닿으면서 산불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하와이안 일렉트릭 측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면서 화재 대응에 실패한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반박한 바 있다.
화재 원인 조사와 관련해 앤 로페즈 하와이 법무장관은 필요한 경우 소환권을 사용해 주 정부 및 카운티 직원들이 조사에 협조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가드레일을 마련하기 위해" 명확한 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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