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신고했다가 ‘돈줄’ 막힐라, 그래서?.. “내 집 마련 때까지는 우리 남남”
청약·대출 등 기혼에 ‘불리’한 탓
혼인신고 지연 비율 9년새 1.5%p↑
출산 계획.. ‘신생아 특공’ 등 감안
결혼 예정이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서류상 ‘남남’인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계획부터 세우느라,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대출이나 주택 청약에 나설 때 기혼이 미혼보다 저리 대출 받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결혼식은 치르고도, 신고를 늦추고 늦춰 지연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로 보고 있습니다.
아예, 시기를 따져 일정을 맞춰 신고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신혼부부 특공(특별공급)이나 행복주택 등은 결혼한 지 7년 이내 신혼부부가 대상이라 어느 정도 여유자금을 모으고 청약 가점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늦춰보려는 경향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9일) 통계청의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대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제 결혼한 부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혼부부수는 통계를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결혼식을 하고 신고는 늦게 하는 지연 신고 비율도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결혼부부가 2022년까지 접수한 혼인신고는 모두 19만6483건. 이중 결혼 3년차에 해당하는 2022년 혼인 신고한 부부는 8,377쌍으로 파악됐습니다. 2020년 결혼식을 올린 부부 가운데 4.3%가 2년이 지나 혼인신고를 올렸다는 얘기입니다. 지연 신고 비율이 4%를 넘은 건 2011년 통계 이래 처음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앞서 2011년 결혼한 부부가 2013년까지 접수한 혼인신고의 경우 31만 3,202건으로 이가운데 2.8% 부부가 2013년 혼인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9년 사이 혼인신고 지연 건수가 1.5%포인트(p) 오른 셈입니다.
더불어 결혼 4년차에 신고하는 건수도 매년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결혼 4년차 혼인신고 건수는 2,939건이던게 2023년 3,756건으로 늘었습니다.
이처럼 결혼 전 동거 외에도, 결혼식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 건, 정책적인 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출이나 청약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불리할 것이란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혼 대상으로 출시된 대출상품 등이 많아, ‘내 집’ 마련 때까지는 미혼인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 관련 정책을 봐도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는 혼인신고를 해 기혼이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출 기회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혼인신고한 경우 소득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기준금액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방식으로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만 봐도 1인 가구일 때 더 받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근로장려금의 연소득 기준이 단독가구가 2,200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3,800만 원 미만입니다. 이 때문인지 2019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근로장려금 수급률은 6.5%로, 27.0%에 이르는 단독가구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또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상품의 경우 주택도시기금이 청년들에게 연 1~2%대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미혼은 개인 연소득이 5,000만 원이하면 대출 가능하지만, 부부합산 연소득이 5,000만 원(신혼 6,000만 원)을 넘으면 대출 자격이 안됩니다.
또 버팀목전세자금 대출과 같이 맞벌이 가구소득합산과 미혼의 소득 조건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청약도 기혼보다 미혼이 유리한 경우가 적잖습니다. 맞벌이 신혼부부가 주택청약 우선 공급 조건이 되려면 부부 중 1인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024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합산 소득이 적어도 8,000만 원을 훌쩍 넘어 버립니다. 청약 우선 공급 조건을 충족하는 맞벌이 부부 사례를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소득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디딤돌 대출도 신혼부부와 30세 이상 미혼 1인 가구는 연간 소득 7,000만 원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부부가 미혼인 상태에서 따로따로 대출을 받아 합치는게 낫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혼인신고를 미루는데 대한 시각은 엇갈립니다. 다 갖추고 시작하려는 부분이나 염려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위축된 경기나 천정부지 집값을 감안한다면 흐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결혼에 ‘유불리’를 따지는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오히려 혼인신고 시기를 계획하는게 요즘 추세이자, 똑똑한 결정이라고 봐야할 정도”라면서 “다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금지 규제 때문에 부부 합산 총소득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둘의 연소득을 합산할 때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등 장단점이 있는 만큼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전문가는 “혼인신고와 별도로, 맞벌이부부라면 주택담보대출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금지 규제 때문에 부부 합산 총소득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둘의 연소득을 합산해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면서 “또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라면, 내년 3월부터 신설된 신생아 특별 공급이나 특례 대출 등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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