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이 자신의 텐트폴 작품에 어찌 이서진을 빼놓을 수 있으랴('뉴욕뉴욕2')
[엔터미디어=정덕현] "더... 다운그레이드 됐네. 다운그레이드." 채널 십오야를 통해 4년 만에 돌아온 <이서진의 뉴욕뉴욕2>에서 4년 전 tvN에서 시도됐던 숏폼 버라이어티 <금요일 금요일 밤에>의 한 코너였던 <이서진의 뉴욕뉴욕>과 뭐가 달라졌냐는 질문에 이서진은 그렇게 답했다.
실제로 <이서진의 뉴욕뉴욕2>는 tvN이 아닌 유튜브 방송 채널 십오야에서 방송됐고, 촬영팀도 작가, PD, 출연지까지 다 포함해 단출하게 7명으로 꾸려졌다. 카메라도 스마트폰을 셀카봉으로 들고 찍어 이서진이 "누가 보면 너 찍고 있는 줄 알겠다"고 콕 집어 말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정색하며 이 프로그램이 "채널 십오야 텐트폴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이서진이 나왔을 때의 제작비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시 이서진과 나영석 PD 그리고 이우정 작가와 김대주 작가가 둘러앉아 술 한 잔을 마시면서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던 그때를. 배달비로 20만 원 정도 들였던 당시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텐트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스케일(?)이다.
나영석 PD에게는 텐트폴이지만 이서진에게는 다운그레이드인 이 <이서진의 뉴욕뉴욕2>는 그 상황 자체가 먼저 웃음을 준다. 게다가 시즌1과 비교해 이들이 하는 행적이 특별히 다른 게 있는 게 아니다. 그때도 했던 것처럼 "뉴욕에 오면 어디서 먹어야 하냐"고 묻자, 그때 갔던 딤섬집을 가야된다고 말한 이서진은 똑같은 곳을 또 가면 안된다는 나영석 PD의 반대에 리모델링해서 달라졌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니 뉴욕에 가서 시즌1에 갔던 딤섬집을 찾아가는 그런 행보 자체가 새로울 리 없다. 하지만 <이서진의 뉴욕뉴욕2>는 그때와 달라진 확 다운그레이드된 유튜브 버전만이 보여주는 날것의 신선함이 더해진다. 이서진은 물론 시즌1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투덜투덜 할 이야기를 더 꺼내놓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나영석 PD는 때론 이서진을 몰아세우기도 하고 때론 공감해주기도 하면서 한껏 분위기를 돋워 놓는다.
나영석 PD는 이번 콘셉트를 채널 십오야에서 자신이 하는 <나불나불>을 뉴욕에서 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고, 그에 동조하며 이우정 작가는 <이서진의 불라불라> 어떠냐고 맞장구를 쳤다. 결국 뉴욕까지 가서도 저 배달비 20만원 써서 <나영석의 나불나불>을 찍던 그런 수다로 채울 거라는 상황이 우습다. 뉴욕이라는 스케일은 텐트폴이지만 그 내용은 '나불나불' 수다로 채워지는 다운그레이드. 이건 어쩌면 지금의 유튜브 감성에 어울리는 시도라고 보인다.
사실 뉴욕까지 가면 레거시미디어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스케일에 맞춰 거창한 미션을 걸거나 대단한 서사를 담아내려 했던 게 사실이다. 그만한 제작비가 들어가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기획들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던 것. 하지만 유튜브 버전으로 찍으니 그런 힘들이 쪽 빠지는 대신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생긴다.
게다가 이서진은 이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늘 투덜투덜 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이 여행이 설레고 즐겁다는 걸 은연중에 느끼게 한다.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 같지만, 어딘가 따뜻함이 감춰져 있다. 그래서 나영석 PD와 함께 <나불나불>을 찍듯 '비방용'인 것 같은 이야기도 툭툭 던져 놓지만 의외로 그런 이야기가 솔직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런 면은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이서진이 나왔을 때도 똑같이 느껴지던 것들이다. 과거 도피하듯 홍콩에 갔었던 이야기에서도, 동네 헬스클럽에 DVD 플레이어가 있어 미드 <24>에 빠져 하루 세 시간씩 운동했다는 식의 엉뚱하지만 솔직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로 큰 웃음을 줬던 이서진이었다. 나영석 PD는 아마도 이때 <나불나불>을 찍으며 머릿속에 다양한 미래의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을 테다. 먼저 뉴욕에 같이 가고 다음에는 홍콩으로...
나영석 PD가 여행 예능의 신기원을 열 때 이서진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다. <꽃보다 할배>에서도 어르신들 사이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으로 짠하면서도 웃음을 줬고, 그 프로그램에서 새끼를 쳐 <삼시세끼>가 만들어졌는데 첫 회에 "이 프로는 망했어"라는 말 한 마디로 프로그램을 성공하게 만들었다. 이제 채널 십오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영석의 나불나불> 같은 코너를 만들기도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나영석 PD에게도 어쩌면 이서진은 귀인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 버전에도 이렇게 잘 어울리니 말이다.
다운그레이드든 텐트폴이든, 상관없이 투덜대지만 어딘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서진이나, 이걸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 나불나불하는 나영석 PD의 조합. <이서진의 뉴욕뉴욕2>는 그래서 과거 tvN에서 <금요일 금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했던 것보다 더 주목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이것이 그 4년 간 달라진 예능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변화 속에서도 이렇게 여전히 생생한 두 사람의 면모가 더욱 놀랍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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