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언론사 조직 협업 저널리즘으로 돌파구 마련한 미국 지역언론
[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12)] 미국 위스콘신주 저널리즘 협업 조직 '뉴뉴스랩'
마이크로소프트·지역사회 재단의 재정적 자금 지원으로 운영
"미국의 '시장실패' 시대, 새로운 협업 저널리즘 역할 중요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편집자주 : 지역언론과 관련해 떠오르는 키워드는 생존과 고립이다. 지역언론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아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목을 매는 수익구조, 그로 인해 권력 감시 역할이 부재하고 관언유착으로까지 나아간다.
악순환의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지역민의 커뮤니티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지역의 다양성 구현도 실현 불가능하다. 지역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죽어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다.
국내 성공모델이 있긴 하지만 수십 년째 지역언론은 생존이 화두일 정도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뉴스 사막화'라는 이름으로 지역언론은 지리멸렬하다. 위기 속 살아남은 매체의 공통 키워드는 지역민과의 연대다. 결국 지역민과 함께 어떻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미디어오늘은 미국 현지를 찾아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었다. 명쾌한 해법이 아닐지라도 고군분투 중인 지역언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역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너무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렵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제 역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저널리즘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 언론인들의 저널리즘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달 23일 '지역 저널리즘의 변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확장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뉴스 생태계 재건을 위해” 지역언론이 참고할만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에서 발표한 것이다. 3년 전부터 다양한 지역언론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저널리즘 허브'라는 채널도 만들어 지역언론과의 기술 교류,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지역언론 지원 계획안은 한국에선 낯선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미시시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다섯 개의 주에서 협업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뉴뉴스랩'(NEW News Lab)은 그 중 하나다. 뉴뉴스랩은 미국 위스콘신주 북동부의 6개 지역언론이 '지역 현안을 심층적으로 보도해보자'는 목표로 협력하고 있는 저널리즘 협업 조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역사회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각 재단은 이에 더해 자체적으로 뉴뉴스랩을 후원하고 있다. 탐사보도 프로젝트 등은 어떠한 개입 없이 언론사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일 뉴뉴스랩의 총괄 코디네이터 앤디(Andy Hall)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앤디는 뉴뉴스랩에 참여하는 위스콘신 독립 지역언론 <위스콘신 워치(Wisconsin Watch)>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앤디는 미국 내 지역언론 소멸을 직면한 현재, 지역언론 간의 협업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사막화 속 협업 통해 지역 저널리즘 실천하는 '뉴뉴스랩'
2021년부터 운영된 뉴뉴스랩에는 현재 <폭스밸리365(FoxValley365)>, <더포스트 크레센트(The Post-Crescent)>, <그린베이 프레스가제트(Green Bay Press-Gazette)>, <프레스타임즈(The Press Times)>, <위스콘신 공영라디오(Wisconsin Public Radio, WPR)>, <위스콘신 워치> 등 6개의 지역언론이 참여하고 있다. 각 언론사별로 완전한 편집 독립성을 가지는 한편, 뉴뉴스랩 차원에서 협업해 만든 콘텐츠는 서로 자유롭게 무료로 공유한다.
뉴뉴스랩이 올해 자금 지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6월1일부터 올해 5월까지 6개 지역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는 위스콘신주 소재 언론사 75개 이상을 포함해 미국 전역 125개 이상 언론사에서 다뤄졌다. 아울러, 10여 개 주에서 총 2300만 명 이상의 독자·시청자에게 노출됐다. 가장 최근 지표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통계를 보면, 뉴뉴스랩 언론사의 기사 노출 독자·시청자 수는 온라인 520만 명, 인쇄 매체 110만 명 등 총 6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위스콘신 외 미국 내 6개 주, 워싱턴 DC, 캐나다, 러시아 소재 언론사들도 뉴뉴스랩에서 생성한 기사를 다뤘다.
6개의 언론사들은 지역사회의 정보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지역민들이 개개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협력한다. 탐사보도를 통해 지역 저널리즘의 영향력을 높이고, 뉴스 보도에 대한 기금 출연자들의 투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도 목표가 있다.
뉴뉴스랩 소속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정한 '취재 우선순위'에는 그들이 추구하는 저널리즘 가치가 담겨있다. △지역 내 정보 격차 해소 △지역 내 문제 해결책 제시 △지역에서 소외되어 온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 증폭 △지역 내 집단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급력 △민주주의의 증진과 시민 공동체 담론 촉진 △지역민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관여할 수 있는 기회 보장 등 6가지 원칙 안에는 '지역', '공동체', '평등', '약자와 동행'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보인다.
뉴뉴스랩은 지난 3년 간 해당 원칙에 집중한 기사를 써왔다. 팟캐스트 <오픈앤셧>(Open and Shut)은 견제되지 않았던 지역 검찰 권력을 시리즈 방송을 통해 폭로했다. WPR과 위스콘신 워치가 협업한 오픈앤셧 시리즈는 위스콘신주 '밀워키 프레스 클럽'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팟캐스트 상을 비롯해, 라디오 텔레비전 디지털 뉴스 협회가 우수 지역 언론에 수여하는 '에드워드R. 머로우 어워드' 등을 수상하며 위스콘신주를 넘어 미 전역에서 명성을 인정받았다.
구독료나 광고료 없이 후원금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비영리 언론사 WPR과 위스콘신 워치는 뉴뉴스랩의 자금 지원이 있었기에 오픈앤셧 시리즈에 전념할 수 있었다. 직원, 인턴 등 20여 명의 급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고, 팟캐스트에 필요한 다양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었다. 급여, 프리랜서 인건비, 법률 검토, 출장 및 기타 비용 등을 포함해 총 30만 달러(약 4억 원)가 넘는 비용을 뉴뉴스랩 기금으로 충당했다.
앤디는 “뉴뉴스랩에 대한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해당 보도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화력은 함께 힘을 모을 때 확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 문제를 철저히 다루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많은 지역언론의 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지역언론 역량 확대를 위한 협력은 지역민들을 위해서도 유효하다. 정보를 제공받은 지역민들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이뤄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425개 회원사가 소속된 언론 단체 비영리언론협회(Institute for Nonprofit News, INN)가 지난달 3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다양한 협업을 추구하는 지역 비영리 뉴스 매체는 수년간 더 많은 지역 사회로 확장되고 있으며, 조직 수는 6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월 평균 한 개 이상의 지역 비영리 매체가 출범해 총 81개 매체가 새롭게 등장했다. 지역 매체들은 지역 사회를 위한 지역 정치, 교육, 정부 감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었다.
'뉴스사막화'라는 개념처럼 미국 내 지역언론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위기 속에서, 뉴뉴스랩과 같은 협업 저널리즘의 역할은 중요하다. 앤디는 “허위·조작 정보가 판치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대다수 뉴스룸의 역량이 줄어들었다. 뉴뉴스랩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오늘날 같은 미국의 '시장 실패' 시대에 대담한 혁신 비전을 창출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역할은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뉴스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역 어디에서든 지역언론 재건 지원 목소리 낼 것”
뉴뉴스랩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협업 저널리즘 모델을 꿈꾼다. 이를 위해 최근엔 지역·국가 차원 후원자 연락과 운영 자금 조달을 담당할 '뉴뉴스랩 모금위원회'를 발족했다. 모금위원회는 정기 회의를 통해 재정적 지원 확보 방안을 의하고, 뉴뉴스랩 인지도 향상 업무를 진행한다. 올해 중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지역사회 재단의 추가 기부로 이 중 만 달러(약 1300만 원)는 이미 확보된 상태다.
뉴뉴스랩은 올해 자금 지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뉴뉴스랩의 성공은 지역 언론 생태계에 투입한 자원이 협력적 저널리즘의 신속한 생성, 공익 보도 강화, 지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지속가능한 협업을 통해 위스콘신주 혹은 미국 전역의 어디에서든 지역언론 재건을 지원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지역언론 기획취재팀 윤수현·윤유경·박재령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번역=전시온 번역사,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미국 뉴스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 목차
① 현실로 다가온 지역언론 위기와 뉴스 사막화
② 뉴스 사막화 속 지역신문과 멀어진 위스콘신 주민들
③ 130년 신문 폐간된 텍사스 발베르데, 사막화 극복 방법은
④ 위스콘신 지역언론이 뉴스 사막화에 대응하는 방법
⑤ 지역언론 위기에 확장으로 대응하는 '커뮤니티 임팩트'
⑥ 미국 지역언론 살리기 위한 노력들
⑦ 미국 지역언론 소멸 극복 방법, 한국에 대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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