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도' 킹소주 내놓는 신세계…90년대식 '독한 소주' 통할까
푸른밤 단종 이후 2년만…안착 여부 주목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소주, 물로 보지 마라
국내 희석식 소주 시장은 신규 사업자가 힘을 내기 어려운 곳입니다. 시장 규모는 3조원에 달할 만큼 크지만 몇 개 업체가 시장을 꽉 잡고 있습니다. 지역별 소주도 건재하고 소비자 충성도도 굉장히 높습니다. 맛에 큰 차이가 없어도 마시던 술만 마시는 게 '소주파'입니다. 그래서 새로 소주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그 어려운 일에 나섰던 곳이 바로 신세계그룹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 190억원을 들여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제주소주의 생산라인에 이마트의 유통망을 더한다면 해 볼 만 하다는 계산이었죠.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190억원의 인수 자금 투입 이후에도 총 670억원을 더 지원했죠. 그렇게 해서 나온 소주가 바로 '푸른밤'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이 출시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용진 소주'라고도 불렸죠.
소주 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걸까요. 출시 이듬해인 2018년 제주소주의 매출은 43억원에 불과했습니다. 2019년에도 50억원을 넘기지 못했죠. 대형마트 1위 이마트를 뒷배로 둔 제품이라는 걸 고려하면 참혹한 성적표입니다.
이후 신세계는 제주소주 매각을 시도하다가 이마저도 잘 되지 않자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푸른밤도 단종됐죠.
소주도 '90년대' 통할까
하지만 최근 소주 업계에 또다시 '신제품'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신세계가 다시 한 번 희석식 소주를 출시한다는 겁니다. 제주소주 공장을 흡수한 신세계L&B가 특허청에 '킹소주24' 상표를 출원하면서 신세계의 소주 시장 재도전은 공식화됐습니다.
참이슬·처음처럼과 거의 구별되지 않았던 푸른밤과 다르게, 킹소주24는 일단 도수부터 차별화했습니다. 이름처럼 24도입니다. 최근 소주 업계의 저도수 경쟁과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은 겁니다.
희석식 소주가 24도였던 시절을 찾으려면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90년대 소주는 25도가 '정석'이었죠. 90년대 말부터 소주 시장에 저도수 경쟁이 시작되며 소주 도수는 착실하게 낮아졌습니다.
최근 소주들의 평균 도수는 16~16.5도입니다. 참이슬 후레쉬와 처음처럼이 16.5도, 진로와 새로가 16도죠. 올 초엔 맥키스컴퍼니가 14도대 소주를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고도수 소주'인 참이슬 오리지널도 20.1도에 불과합니다.
푸른 밤 넘어 온 왕의 미래는
푸른밤의 실패가 잔상으로 남아서일까요. 신세계의 두 번째 소주 시장 도전에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장이 '순한 소주'로 가고 있는데 24도짜리 독한 소주를 내놓는 것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20.1도인 참이슬 오리지널도 '독하다'며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24도짜리 소주를 찾을 소비자가 있겠냐는 겁니다.
일각에선 도수가 높은 위스키·증류식 소주의 인기를 들지만 희석식 소주와는 입장이 다릅니다.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의 경우 탄산수나 토닉워터, 얼음 등을 섞어 도수를 낮춰도 풍미가 있지만 희석식 소주의 경우 그런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세계도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주력 제품으로 키우는 게 아닌, 일부 채널에서 판매하기 위한 기획성 상품이라는 겁니다. 다만 푸른밤이 단종되면서 사실상 가동이 멈춘 제주소주의 공장을 고려하면 일회성 출시로 보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시장을 미리 예측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100% 확신을 갖고 출시한 제품이 반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질 때도 많고, 먹태깡처럼 대단한 기대 없이 내놓은 제품이 '대박'을 낼 때도 있습니다. 킹소주가 소주업계의 '먹태깡'이 될 수 있을까요. 한 번 기다려 보시죠.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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