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주애와 열병식 참관…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불참

민방위 무력 열병식에 러시아군 협주단만 참석
북·러 정상회담 고려했을 가능성
김정은, 중국 대표단에 시진핑 축전 ‘사의’
ICBM 등 전략무기 없이 민방위 모터사이클·트랙터 행렬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정권수립(9ㆍ9절)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민방위 무력 열병식을 참관했으나 연설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5돐 경축 민방위 무력 열병식이 8일 김정은 원수님의 참석 밑에 김일성 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을 매년 명절로 기념한다. 열병식은 8일 밤늦게 식전 행사가 시작돼 9일 0시 본행사가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주애는 김 위원장과 주석단 중앙에 나란히 앉았다. 김주애는 지난 2월8일 열린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모친 리설주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정전협정 체결일인 지난 7월27일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정권수립(9ㆍ9절)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공산당·정부 대표단과 알렉산드로프 러시아군 아카데미 협주단, 북한 주재 중·러 외교 대표들이 참석했다. 방북 여부가 불투명했던 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5년 전 9·9절에는 당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한 바 있다.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안보 초밀착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양국 정상회담에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기회는 건너뛰었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고 북한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라디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도 우리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의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것은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방위 무력 열병식에는 리병철 노동당 비서,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은 김정은 위원장, 김주애와 함께 주석단 특별석에 자리했다. 김덕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 간부들도 주석단에 올랐다.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정권수립(9ㆍ9절)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열병식은 단위별 노농적위군 부대들의 행렬로 진행됐다. 노농적위군은 노동자·농민·사무원 등이 직장·행정단위 별로 편성된 민간 군사 조직으로 한국의 민방위와 비슷하다. 북한은 ‘건군절’인 2월8일과 ‘전승절’인 7월27일은 군부대를 중심으로 전략무기들을 선보이는데 반해 정권 창건일인 9·9절에는 노농적위군 중심 열병식을 진행한다.

지역별 노농적위군의 행렬이 이어진 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제철소와 공장 소속 노농적위군도 광장에 들어섰다. 특히 기계화종대의 행진에는 모터사이클과 트랙터가 등장했다. 통신은 “신속한 기동력을 갖춘 모터찌클(모터사이클) 종대에 이어 사회주의 농촌에서 기계화의 동음을 높이 울려가는 뜨락또르(트랙터)들이 견인하는 반땅크(탱크) 미싸일(미사일) 종대”가 행진했다고 전했다.

특히 ‘룡악산샘물’ 공장 소속 차량과 시멘트 운반차량으로 위장한 트럭의 컨테이너에 방사포가 장착되고 무장 병력이 탑승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TV 방송은 이를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소개했다. 지난 8일 공개된 북한 최초의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호나 ICBM 같은 전략 무기는 등장하거나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을 9일 녹화중계 했다. 리춘히 아나운서는 ‘룡악산샘물’이라고 씌여진 트럭이 행진하는 장면에서 “민간무력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일 류궈중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공산당·정부대표단을 접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에 대한 사의를 전했다고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표단에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건강하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위업을 령도하는 중임에서 계속 훌륭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했고 ”중국 인민이 중국 공산당의 령도 밑에 중화의 부흥이라는 원대한 꿈을 반드시 실현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아울러 담화에서 북·중 양국의 친선 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고 여러 분야에서 협조와 협력 사업을 활성화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축전을 통해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전통적인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훌륭히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국 측은 조선 측과 함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실무협조를 심화시키며 중·조 관계를 시대와 더불어 전진 시켜 보다 큰 발전을 이룩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정권수립(9ㆍ9절)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