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교사 ‘눈물 호소’에도 대립 중인 여야…아동학대 판단위 설치 등 쟁점 “여야 합의가 급선무…‘교권 침해’ 생기부 기재, 소송전 후폭풍에 신중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이해람 인턴기자)
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20대 교사가 극단 선택을 했다. 이후 두 달이 지났다. 이 기간 교사들은 교육부의 경고에도 거리에 나와 '교권을 지켜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오히려 일주일새 5명의 교사들(서울 양천구·전북 군산시·경기 용인시·대전 유성구·충북 청주시)이 세상과 등졌다.
최근 연이은 교사들의 극단선택으로 떠오른 '교권 추락' 문제에 교사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었다. 현행 아동복지 등 교권 관련 법안들은 다수 교사들의 생활지도 권리를 보호해주고 민원으로부터 차단시켜줄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7일 유명을 달리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도 '무고성 아동학대' 혐의로 4년이나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회에서도 여야가 교사들의 목소리에 응답해 '교권회복 4법'이라는 패키지 법안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민원 처리 책임을 학교장이 지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다만 해당 법안의 처리 속도가 더디다. 여야는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지난달에 이어 또 쟁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법안의 세부 쟁점은 ▲아동학대 사례판단위원회 신설 ▲학교안전공제회 독점 문제 ▲교권 침해 행위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등이었다.
야당 측에선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 사례판단위원회를 필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새 기구를 구성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각급 교육청이 교원의 교권 침해 비용 부담 업무를 학교교직원공제회 등에 위탁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왔다. 야권은 학교안전공제회에 독점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권은 공제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반대했다.
중대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생기부 기재 방안을 두고도 여야는 대립했다. 여권에선 과도한 교권 침해에 대해선 기록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권에선 학부모가 더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소송전을 벌이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법안 의결시점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오는 21일 본회의까지 교육위에서 법안이 통과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현장 교사 부담 더는 것이 최우선"
전문가들은 교권회복을 위해 여야가 합의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 국회에서 여야가 법안을 두고 맞서기만 하는 모양새"라며 "양측이 합의해서 근원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교권보호법 쟁점 사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먼저 교권 침해 행위를 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교권 침해 행위를 생기부에 기재하면 학교폭력처럼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선 교사들도 생기부 기재를 우려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해 박남기 교수는 "교권침해를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하더라도 교사의 부담은 없어야 한다"며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나 교육청이 소송에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동학대 사례판단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어차피 교사가 일일이 대응해야해서다. 무죄 판결을 받거나 기소되지 않더라도 수사 및 재판 기간 동안 교사들의 정신적 고통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 박남기 교수는 "핵심은 위원회 설치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교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느냐"라며 "학교나 교육청이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등 교사 개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안전공제회에 교권 침해 비용 부담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이범 평론가는 당정이 민간 보험회사도 교원 공제사업 위탁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공제회가 있는데 추가로 민간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공제회의 한계와 교권침해를 연결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교수는 "민간이 참여해 생기는 손익을 잘 따져야 한다"며 "예기치 못한 피해가 없도록 공청회 등을 통한 합리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모호하게 정의돼 있는 교권과 교육 활동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학교안전법이 규정하는 '교육 활동'은 정식 수업이나 현장학습, 상담을 의미한다. 때문에 학생 및 학부모와의 통화나 방과 후 상황은 교육 활동에 제외돼, 교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에도 빠진다는 것이다. 이범 평론가는 "기본적인 교육 활동 개념 자체가 정립이 돼 있지 않다"며 "교육 활동과 교권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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