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소음은 거들뿐…시민합창·춤으로 채운 광화문광장 '카르멘'
폴댄스·파이어퍼포먼스는 호불호 갈려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8일 밤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에서 야외오페라 공연이 열렸다.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한 '세종썸머페스티벌'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이 선보인 비제의 '카르멘'이다.
날은 청명했고 해 진 뒤 기온도 적당히 낮아져 야외 공연 관람에 적합한 조건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 위에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부채 네 개가 펼쳐져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한원석의 무대 디자인이었다.
'카르멘'의 전막 공연은 2시간 40분 정도 걸리지만 이날은 주요 아리아와 중창들을 연결해 70분으로 압축했다.
음악은 무대 앞 오케스트라 없이 사전에 녹음된 음악으로 진행됐다. 음원 연주는 최승한이 지휘하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아 색채감과 박진감을 살린 연주를 들려줬고, 현장에서는 음악코치 박진희가 무대 위 독창자와 합창단에 필요한 사인을 보내며 공연을 이끌었다.
'카르멘' 전주곡이 들리는 동안 대한폴댄스경기연맹의 세 여성 프로선수가 '폴아트'를 펼쳐 보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관객도 여럿 보였다. 원래는 '에어리얼 실크'(공중에 매단 천을 사용한 댄스 곡예)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천을 매달 크레인 설치에 광화문대로 2개 차선의 통제가 필요해 폴댄스로 전환했다.
담배공장 노동자인 집시 카르멘을 노래한 메조소프라노 송윤진은 단단하고 깊이 있는 중저음으로 자유에 목숨을 거는 여주인공의 강한 개성을 표현했다. 카르멘에게 버림받고 카르멘을 죽이는 돈 호세 역의 테너 정의근은 곧게 뻗어나가는 고음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카르멘의 새 연인인 스타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한규원은 정교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가창과 당당한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호세를 카르멘에게 빼앗긴 약혼녀 미카엘라 역의 소프라노 김유미는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배역의 특성을 투명한 고음과 정감 있는 음색으로 표현해 감동을 줬다.
주요 아리아를 노래하는 동안 무대 옆 대로를 화물차나 오토바이가 질주하며 굉음을 내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성악가들은 탁월한 흡인력으로 도로 소음을 압도했다. 집시 프라스키타 역의 소프라노 박현진, 메르세데스 역의 메조소프라노 정주연도 극에 생기와 활력을 더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 20명과 함께 한 시민합창단 71명의 열정적인 참여였다. 자원해 선발된 이 시민합창단원들은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보다 발음이 어려운 프랑스어 합창을 최선의 노력으로 소화했다. 플라멩코 안무를 맡은 최원경의 지도로 참여한 일반시민 무용단 역시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이뤄냈다.
참여 시민들의 연령대도 다양해, 연습 기간 노소가 즐겁게 화합하는 장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장재호는 절대 쉽지 않았을 프로와 아마추어의 무대 위 조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3막과 4막 사이에 등장한 프로젝트 루미너리의 '파이어 퍼포먼스'는 객석을 긴장감으로 채웠고 역시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공연이 끝난 뒤에 들어본 관객들의 의견은 갈렸다. 오페라 경험이 없을수록 또는 나이가 젊을수록 공연 만족도가 높았고, 오페라 애호가이거나 연령이 높을수록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별 살인'으로까지 불리는 교제 폭력의 문제가 심각한 이즈음에 캐릭터나 결말을 바꾸지 않은 채 '카르멘'을 원작 그대로 공연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폴아트와 파이어 퍼포먼스는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운 야외공연장에서 관객을 무대에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선택돼 실제로 그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처럼 오페라 내용과 직접 맥락이 닿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활용하는 일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짧고 쉽고 흥미롭게 제작한 오페라의 전석 무료 공연으로 초심자 관객을 매혹하려 한 서울시오페라단과 세종문화회관의 간절한 노력이 효과를 거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조기 매진된 1천석 외에도 주변에 둘러선 채로 열광하며 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관객들이 1천명은 되었으니 말이다. 9일 저녁 8시에 한 번 더 공연이 있다.
rosi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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