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숨진 마리우폴 극장서 옛소련 군가 부른 중국 가수···우크라 분노
지난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600명 이상이 숨지고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극장에서 중국의 한 오페라 가수가 옛 소련의 민요이자 군가인 ‘카츄샤’를 부르는 영상이 공개돼 외교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중국인 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방문한 중국인 블로거 그룹의 일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키이우포스트와 CNN에 따르면, 자신을 ‘오페라 가수’라고 밝힌 중국인 여성 왕팡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마리우폴 극장에서 ‘카츄샤’를 부르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장 고문인 페트로 안드류셴코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러시아인들이 ‘유명한’ 중국 가수 왕팡을 마리우폴로 데려왔고 그는 극장의 폐허 속에서 ‘카츄샤’라는 노래를 불렀다”며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된 600명 이상의 마리우폴 주민의 영혼이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 평생 그녀를 공포로 괴롭히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카츄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기를 얻은 옛 소련의 민요로, 조국을 수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붉은 군대의 군가로도 사용됐다.
왕팡이 ‘카츄샤’를 부른 마리우폴 극장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3월16일 마리우폴 점령 당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수백여명이 대피해 있던 마리우폴 극장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60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이 극장 앞에는 아이들이 피신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고 쓰인 커다란 표식이 있었음에도 러시아군은 포격을 단행해 세계의 공분을 일으켰다.
사건은 외교적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왕팡을 비롯한 중국인 일행이 마리우폴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불법 입국”이라고 비판하며 중국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600여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된 마리우폴극장 폐허에서 ‘카츄사’를 부른 것은 완전한 도덕적 타락”이라며 “그들의 입국 자체가 불법이며, 이는 외국인의 국경 통과를 규제하는 우크라이나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이 마리우폴에 방문한 목적과 일시적으로 점령된 우크라이나 도시에 입국한 방식을 설명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왕팡 역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왕팡의 남편은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아내의 강인함과 용기,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군인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과 나토 용병들의 다양한 공격에 저항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고, 그래서 현지 주민들은 이 노래를 듣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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