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정신과 치료, 계속 울기만 해”…대전 교사 상담 기록 보니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교권 상담 신청 당시 전한 말이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인이 된 교사 A씨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했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교사에 대한 자긍심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는 누구도 없었다.
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학생의 경우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B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
4월에는 B학생 학부모와 상담했지만 부모는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학생의 태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친구를 꼬집거나 배를 때리는 등의 행위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고 누워서 버텨 A씨가 일으켜 세우자 B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B학생의 태도는 날로 더 심해졌다. 2학기부터는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국 A씨는 교장 선생님에게 B학생의 지도를 부탁했다.
다음날 B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도 적혔다.
끝내 해당 학부모는 12월 2일 A씨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신고하기도 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폭위에서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제출한 글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며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글은 쓴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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