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교권침해 기록 공개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심영구 기자 2023. 9. 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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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교권 침해를 당했던 기록이 9일 공개됐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고인은 교사로서의 무기력함을 느끼고 교사에 대한 자긍심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게 됐으며,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인이 된 교사 A 씨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했습니다.

글에는 고인이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반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특히 교사 A 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 학생의 경우,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B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습니다.

4월에는 B 학생 학부모와 상담했지만 부모는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B 학생은 친구를 꼬집거나 배를 때리는 등 괴롭히는 행동이 반복됐습니다.

이 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A 씨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는데, 10일 후 B 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수업 시간에 지우개나 종이 씹는 행동, 친구를 꼬집는 행동, 수업 중 계속해서 색종이 접는 행동, A 씨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버티는 행동 등이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2학기부터는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이 이어지자 A 씨는 B 학생을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습니다.

다음날 B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도 적혀 있었습니다.

A 씨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해당 학부모는 12월 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신고했습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폭위에서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A 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기록했습니다.

그 뒤로도 10개월간 A씨는 혼자서 긴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해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조사 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A 씨는 교권 상담 신청도 했는데 신청 내용에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A 씨는 제출한 글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놨습니다.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A 씨는 당시 남편이 '회사 일을 하는데, 왜 회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말미에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은 A 씨는 글을 쓴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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