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하실거죠?”… 민주당은 왜 자꾸 한동훈을 흔드나

김건호 2023. 9.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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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하실 거죠?”(제410회 국회 5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님은 출마하시죠?”(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회에 지금 싸우러 온 것이죠? 안민석 국민들이 두렵기는 합니까?”(안 의원)

“의원님 국민들에게 이상한 욕설 같은 것도 하시는 분 아니요? 여기서 와서 마치 누구에게 훈계하고 이런 시간으로 대정부질문 쓰는 것, 저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한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8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사실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시즌2였다. 국민 생활과 안전, 교육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논의 및 질의는 실종됐고 말꼬리 잡기와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특히 이날 대정부질문에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한 장관의 언쟁이 이슈가 됐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대정문질문에선 언제나 한 장관이 주요한 공격대상이 됐다. 당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사법부의 수장인 한 장관에게 시선이 가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 장관이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답변태도 문제” vs “욕설 한 의원님 아냐?”

안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장관을 불렀다. 그는 한 장관이 답변대에 서자마자 대뜸 “내년 총선 출마하느냐”고 물었고 한 장관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제 임무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정치는 하실 거죠?”라고 재차 물었고 한 장관은 “그런 문제를 대정부질문에서 물을 건 아니다. 의원님은 출마하시죠?”라고 되받았다. 안 의원이 “저는 하죠”라고 하자 한 장관은 “네,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그런 답변 태도가 문제”라며 “시중 한 장관 별명 제가 말씀드릴까요?”라고 했다. 한 장관은 “여기서 좀 건설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후 상황도 비슷했다. 안 의원은 대정부질문 본연의 질문을 하지 않고 계속 사과를 요구했다.

한 장관은 그러자 안 의원이 2020년 한 민간투자자에게 문자메시지로 ‘X탱이’라고 욕설했던 전력을 거론하며 “민원인에게 욕설을 하신 분이 누굴 가르치려고 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성을 터트렸다.

우선 민주당과 한 장관의 관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표가 각종 사법리스크로 곤혹스러운 민주당 입장에서 한 장관과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이 대표는 현재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그의 단식에 대해 사실상 검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란 여당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4일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주는 선례가 남게 되면 앞으로는 잡범을 포함해 누구나 다 소환 통보를 받으면 단식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즉 야당 대표라고 특별대우 할 수 없으니 검찰청으로 와서 당당히 조사를 받으란 것이다. 

◆차기 대통령감 여권 1위 한동훈…불편한 민주당

이처럼 한 장관의 할 말 하는 스타일도 민주당으로서는 불편하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사정 일선에 있는 법무부 장관은 다른 장관보다도 입이 무겁고 조용한 관리자형이 많았다”며 “한 장관처럼 할 말 하는 스타일이 야당으로서 부담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특히 민주당이 이처럼 한 장관을 신경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주요부처 장관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히든카드가 될 가성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원하던 원치 않던 이미 그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정치지도자로 이름이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재명 대표가 19%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한 장관(12%)이 따라붙었다. 민주당측에선 인정하긴 싫겠지만 지난해 5월 법복을 벗고 법무부 수장이 된 지 1년4개월 만에 한 장관은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력 정치인이 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3%로 그 뒤를 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한 장관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수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2%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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