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버려졌다가 '대반전'…2년 만에 가격 두 배 뛰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원자력발전 르네상스-下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원자력발전 시장이 다시 커지면서 우라늄의 중요성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수요 급증 전망에 따라 우라늄 가격은 최근 16개월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정부가 에너지 자립도를 개선하고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으로 원전에 눈을 돌리면서 우라늄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주요 우라늄 생산국인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것도 공급난 우려를 키웠다.
'원전 핵연료' 우라늄, 수요 폭발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전 세계는 2040년까지 지금보다 80% 더 많은 우라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연간 11만2300t의 우라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우라늄 가공 기업 옐로케이크의 앙드레 리벤베르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실적발표에서 "인도와 중국발 원전 성장세에 힘입어 우라늄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옐로케이크는 당시 신주 발행을 통해 우라늄 비축량을 2000만lb(파운드, 1lb=0.45㎏) 가량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라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때 파운드당 25달러 밑으로 급락했던 우라늄은 최근 2년 새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 6일엔 60달러를 돌파했다. 2년 만에 2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영국 투자은행 리베럼은 이달 초 고객들에 보낸 메모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독립이라는 지정학적 열망이 결합돼 글로벌 우라늄 시장이 강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현물 우라늄 가격이 중기적으로 파운드당 7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라늄 수요 전망이 과대평가됐다는 반론도 있다. 싱크탱크 IFRI의 라파엘 다니노-페라우드 부연구원은 "우라늄 매장량은 매우 풍부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우라늄 채굴량 등을 토대로 "전 세계가 앞으로 175년 동안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는 90년으로 전망했다. 이는 석탄(132년), 원유·가스(50년) 등 다른 연료 자원에 비해 안정적인 수치다.
탈원전에 버려졌던 우라늄 광산
문제는 과거 원전 침체기 시절(2011~2021년) 우라늄 광산이 폐쇄되거나 개발이 중단된 경우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의 테바 메이어 핵지정학 부연구원은 "광산 기업들이 그간 만들어둔 규모의 경제가 이 시기에 대폭 꺾였다"고 말했다. WNA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생산국들은 특히 2016~2021년 사이에 우라늄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FT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우라늄 수요가 연간 공급량을 앞질렀을 정도로 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각국이 다시 광산 개발을 서두르기 시작했지만,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시장에 공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스웨덴 환경부는 지난달 말 "우라늄 공급 경색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2018년 시행한 우라늄 채굴 유예 조치를 철회한다"며 "유럽 최대 규모의 우라늄 매장지 일부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전쟁 이후 호주 팔라딘에너지(PDN), 미국 콘솔리데이티드 우라늄 등 각국의 우라늄 기업들은 광산 탐사 및 개발 활동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메이어 부연구원은 "우라늄 광산을 새로 찾더라도 실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하기까지 걸리는 시차는 20~40년으로 추정된다"며 "신규 광산이 완벽히 작동하는 속도보다 기존 광산 채굴량 더 빨리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우라늄 생산은 타이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라늄 기업 전문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허가 일정 등으로 인해 공급을 늘리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점에서 우라늄 시장은 유조선 업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누가 뭐래도 전략 광물
핵연료(농축우라늄) 공급망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서방 국가들의 우라늄 확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1940년대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든 이후 다른 나라들에 핵연료 제조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지만, 지난해 러시아 전쟁 이후 더 많은 국가들에 핵연료 제조 역량을 개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우라늄을 핵심 광물로 지정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2018년 '핵심 광물 목록'에 우라늄을 추가했다가 지난해 제외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올해 초 '핵심 원자재(물질) 목록'을 업데이트하면서 우라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만 추후 추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 에너지부는 핵심 원자재 전략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법상 '핵심 원자재 목록'은 비(非)연료 광물 자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우라늄을 제외하기로 했다"면서도 "우라늄은 '연소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통상의 연료 광물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환경에너지 전문 매체 E&E뉴스는 "우라늄이 언제든 필수 핵심 광물로서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 의회는 전략비축유처럼 미국산 농축우라늄을 전략 비축하는 법안 제정을 심사하고 있다. 석유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를 전략적으로 비축해두고 있는 방안을 우라늄에 차용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에너지부도 국가 우라늄 비축소를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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