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졸 취급받은 애플…기업가치 2000억 달러 날린 이유가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9. 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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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미·중 갈등의 가장 큰 볼모”
“경제전쟁에선 게임 조각에 불과해”
中 금지령에 기업가치 2천억 달러 증발
위기의 애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한국시간)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미·중의 가장 큰 볼모(Pawn·체스의 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애플은 테크 업계 왕일지는 몰라도 세계 최대의 두 경제권 사이에 벌어지는 경제 전쟁에서는 단지 하나의 게임 조각에 불과하다”며 시장 가치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등 외국 브랜드의 기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설상가상 이 금지령은 국영기업과 다른 정부 지원 기관으로도 확대될 조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 소유 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56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임금은 도시 평균보다 약 8% 높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애플로서는 매력적인 집단이며, 특히 5600만대는 연간 2억3000만대에 달하는 연간 아이폰 출하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반면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업 화웨이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최근 내놓은 새로운 스마트폰은 미국의 제재에도 5G와 같은 속도를 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이트 60 프로’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폰의 인기는 오는 12일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하는 애플로서는 부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애플 주가는 지난 이틀간 약 7% 하락했다. 시가 총액 기준 약 2000억 달러가 허공에 날아간 셈이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WSJ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가의 낙폭은 과도할 수 있다”먀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중국도 현지 고용주에게 지나친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애플 제품을 만들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수는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WSJ은 “중국은 애플의 가장 큰 제조 기지이며, 아이폰은 애플의 가장 큰 사업으로 매출의 52%를 차지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애플을 미·중 간의 경제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목표로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애플은 모바일 칩 생산량이 가장 많은 테크 기업 중 한 곳이다.

실제로 지난 7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 하락했다. 아이폰에 사용되는 핵심 무선 주파수 칩을 공급하는 업체들 주가는 7% 이상, 중국에 주요 제조 시설을 가진 HP와 델 등 미 PC 기업 주가도 각각 2% 이상 동반 급락했다.

WSJ은 “애플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총알을 피할 수 없다면 어느 기업이 피할 수 있겠느냐”며 “애플이 미·중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느 기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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