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확보 혈안 中…SK하이닉스, 화웨이 덫에 걸렸나?
SK하이닉스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 60프로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내용이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를 통해 보도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화웨이의 기술력을 드러낸 7㎚(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통신용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나란히 배치돼 있어 더욱 충격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에 직접 납품했다는 의혹이 기정사실 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없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당사의 확고한 방침"고 밝혔다. 즉시 미국 산업안보국에 신고하고 자체 경위파악에도 나섰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직접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가 굳이 화웨이에 직접 공급을 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더라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직접 공급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반도체 유통 과정에서 중국으로 일부 제품이 흘러들어 갔을 것이란 예상이다. 통상 반도체 유통은 국가나 권역별 브로커(중개상)을 두고 진행되는데 생산업체가 최종 소비자까지 파악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도·소매 공급망이 갖춰져 있는데, 화웨이가 유통 과정의 헛점을 악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SK하이닉스의 직접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물리적으로 PCB회로기판 공급에 맞춘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범용으로 쓰일 수 있고, 화웨이가 확보한 제품에 맞춰 기판을 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SK하이닉스가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더라도 탑재될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가 오히려 '피해자'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밀수와 같은 불법 유통 구조가 활성화 됐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반입되는 주요 통로는 홍콩과 마카오로 알려졌다.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우회적으로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다.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고, SK하이닉스 제품이 표적이 됐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후폭풍이다.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나 중견·중소 반도체 업체 등 국내 업체들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다음달 말까지로 정해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장비 규제 연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고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에선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SMIC를 중심으로 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화웨이의 7㎚급 반도체 탑재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지 판단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반도체 유통경로를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된 LPDDR5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국내·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부터 LPDDR5를 양산했고, 중국·한국에서 제조·패키징(포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전까진 구체적인 입장을 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4%가량 하락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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