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과 명령, 의암호 선박 침몰 미스터리 [그것이 알고싶다]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2020년 여름. 강원도 춘천시 인공호수인 의암호는 인근 댐 수문이 개방되면서 수위가 높아지고 물살도 거세지고 있었다. 선박 출입이 통제될 만큼 불안감이 고조되던 그해 8월 6일 오전, 의암호 하류에서 뜻밖의 광경이 목격됐다. 축구장만한 의문의 물체가 사람을 태운 채 떠내려가고 있었고, 여러 척의 배들이 그 뒤를 따라 의암댐 수문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인 11시 29분경, 선박 2척이 수문으로부터 500m 부근에서 차례로 전복되었고, 물에 빠진 사람들이 순식간에 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명이 되게 컸어요. 비명을 듣고 나가 봤을 때는 유속이 너무 세니까 도와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 당시 사고 목격자
떠내려가던 의문의 물체는 하트 모양을 본떠 만든 인공 수초섬이었다. 춘천시가 약 15억 원을 들여 한 용역업체에 제작을 의뢰했다고 하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70m가 넘는 이 대형 조형물은 그날 왜 떠내려갔던 걸까? 현장에 있던 이들은 이 수초섬을 결박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5명이 사망했고 1명은 지금까지도 실종 상태이다. 침몰한 두 대의 선박과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경찰과 시청공무원, 계약직 청소노동자 2명과 수초섬 제작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고, 청소노동자 1명의 시신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폭우와 댐 방류 때문에 수초섬은 속수무책으로 표류하게 된 걸까? 3년이 다 되도록 사고의 원인과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수초섬 결박작업과는 무관한 계약직 청소노동자들이 춘천시청의 지시로 동원됐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수초섬 제작업체 측도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춘천시청 측이 부유물 제거 작업을 명령했고, 어쩔 수 없이 직원이 이를 따르다 목숨을 잃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약 2시간 전, 시청 공무원이 직원 김 씨를 찾아와 작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님이 만나고 오면서 저를 보고 ‘쓰레기 치우래’ 딱 그러셨어요. 그러니까 저도 이제 약간 반발한 거죠. ‘아, 우리 작업 안 하기로 했잖아요’ 하고."
- 수초섬 제작업체 직원
반면 시청 관계자들은 유가족들이나 수초섬 제작업체와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사고 당일 의암호 수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을 뿐, 그곳에서 만난 수초섬 제작업체 직원 김 씨에게 환경 미화 작업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작업은 업체 측에서 스스로 결정해 나섰고, 업체가 관리할 책임이 있던 수초섬이 허술하게 계류되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수초섬을 결박시키려고 여러 선박들이 운항할 때, 현장에 있던 시청 관계자가 철수 명령도 내렸다고 설명한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시청 관계자들은 인명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수초섬 제작업체 김 부장의 돌발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작업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그가 독단적으로 보트를 몰고 나섰으며, 철수하라는 명령을 듣지 않고 의암댐 수문으로부터 500m 지점에 있는 수상통제선에 밧줄을 걸었다고 했다. 김 부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명확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CCTV에 유력한 증거가 남아있다고 이야기하는 시청 관계자. 김 부장의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선박 2척이 줄에 걸려 전복됐다는 그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생존자 및 목격자들의 증언 취재와 CCTV 분석을 토대로 사고 당시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3D 모델링을 통해 3년간 풀리지 않았던 의암호 선박 침몰 사고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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