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맛집 부럽지 않은 ‘하이브의 식탁’…한강뷰는 덤
하이브 구내식당
민희진, 2년 전 공간 브랜딩
복지 목적 ‘18층 한강뷰’ 선택
아티스트보다 직원들이 애용
BTS, 콘텐츠 촬영 위해 식사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 외국에서 온 케이(K)팝 팬들이 이 사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1층 로비는 단출했다. 하이브 아티스트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모바일 보안서약서를 내고 1층 데스크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이브 사옥은 26층(지상 19층, 지하 7층) 건물로, 전체 면적은 6만㎡ 규모다. 이곳엔 하이브 소속의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입주해 있다. 방탄소년단의 빅히트뮤직, 뉴진스의 어도어, 세븐틴·프로미스나인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엔하이픈의 빌리프랩, 지코의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과 함께 용산 사옥에서만 관계사 임직원 1천여명이 일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이브 구내식당이 있는 18층에 내렸다. 최대 500명까지 식사할 수 있는 이곳은 사면이 통유리창으로 돼 있다. 한강 전망이 압권이었다.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철교가 보였고, 바로 옆으로 한강대교와 노들섬도 볼 수 있었다. 여의도의 63빌딩도 손에 잡힐 듯했다.
이 사옥 전체 인테리어는 ‘뉴진스의 어머니’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맡았다. 2021년 3월 하이브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회사 이름을 변경한 뒤 당시 최고브랜드책임자(CBO)였던 민 대표에게 신사옥의 공간 브랜딩과 디자인을 맡겼다. 민 대표는 직원 복지를 위해 구내식당을 한강 전망이 보이는 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하이브 관계자는 “보통 사내 식당은 지하에 있는 곳이 많은데, 하이브는 한강 뷰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게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줄 서지 않는 맛집
하이브 식당은 올해 4월부터 풀무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식사 배급 전 풀무원 직원들은 우선 그날의 메뉴를 예쁘게 차려놓고 ‘고공샷’부터 찍는다. 하이브 직원들의 모바일앱 ‘온하이브’와 식당 앞 메뉴 안내판에 올리기 위해서다.
이날 사진이 올라간 점심 메뉴는 장각(통닭다리)닭곰탕과 수제블록치즈돈가스였다. ‘장각닭곰탕’(1081k㎈, 탄수화물 비중 57%)은 흑미밥과 김치전, 진미채마늘종 볶음, 오이고추양파 된장무침으로 구성됐고 ‘수제블록치즈돈가스’(1380k㎈, 탄수화물 비중 65%)에는 후리카케 밥, 미니 메밀국수, 감자 샐러드, 채소절임이 곁들여졌다.
여기에 매일 샐러드 2종이 제공된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직원을 위한 특별 메뉴였다. 이날 나온 ‘수제 샐러드’(하이라이트 팩1)에는 ‘치킨바질파스타’에 단백질 음료가 곁들여졌고, ‘완제 샐러드’(하이라이트 팩3)에는 ‘갈릭바싹불고기’와 요구르트, 과일주스가 함께했다. 저녁에는 한식과 일품 메뉴가 번갈아 나온다. 모든 메뉴에는 열량뿐만 아니라 나트륨 함량까지 상세히 기재돼 있다.
주간 차림표를 보니 삼겹살 김치찌개, 자반고등어 구이 등 한식과 소고기 사골 왕만두 떡국 등의 분식, 삼색야키토리덮밥 등 퓨전요리가 망라돼 있다. ‘건강한 요일’(헬시데이)로 운영하는 매주 수요일엔 고기가 없는 비건 메뉴가 준비된다.
이날 11시30분 점심시간이 됐지만 구내식당엔 식판을 들고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이 ‘온하이브’ 앱에서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날 올라온 메뉴를 선택하고 식사시각(오전 11시30분~오후 2시)도 지정한다. 예약한 때에 맞춰 식당으로 가 휴대전화로 정보무늬(QR코드)를 찍고 음식을 받는 방식이다. 한끼 가격은 9천원이지만 개인은 2천원만 부담(월급 공제)하고 회사가 7천원을 지원한다.
한국인의 주요 에너지는 ‘밥심’. 하이브 식당에도 밥을 추가로 담을 수 있는 전기밥솥이 있었다. 열어보니 고슬고슬한 현미밥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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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구내식당의 플레이리스트는?
소소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2~4명이 함께 앉는 좌석 외에도 ‘혼밥인’을 위한 1인석이 적지 않았다. 이날도 혼자서 타인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강 전망을 즐기며 밥을 먹는 직원들이 있었다. 머리가 긴 직원들이 음식을 편히 먹을 수 있게 고무줄이 비치됐고, 수저통 옆엔 종이 앞치마가 있었다.
벽면에 설치된 액정화면에선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가 재생됐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의 ‘스테이’, 미국 래퍼 라토의 ‘로터리’ 등이 흘러나왔다. 케이팝의 본산, 하이브 구내식당의 플레이리스트는 폭이 넓었다. 발라드와 힙합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 주로 미국 빌보드나 글로벌 음악 차트에서 히트하고 있는 노래를 튼다고 한다.
소속 아티스트들은 구내식당을 애용하진 않는다. 용산 사옥에 안무 연습과 녹음을 위한 전용 공간이 있는데 아티스트들은 주로 거기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아티스트가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하이브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일부 아티스트들이 자체 콘텐츠 촬영을 위해 사내 식당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스타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하이브 연습생들은 용산 사옥을 방문할 때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연습생들은 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하이브의 티앤디(T&D)센터에서 보컬·댄스·외국어 등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직원들의 사내 식당 만족도는 높다. 식당에서 만난 한 하이브 직원은 “사내 식당에서 맛난 메뉴가 많이 나와 날이 더웠던 올여름, 외부에 나가지 않고 내내 이곳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용리단길 맛집’ 부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다른 회사에서 하이브로 전직했다는 또 다른 직원은 “하이브 근처 용리단길엔 이전부터 즐겨 찾던 오랜 점포가 은근히 많아 이런 맛집을 찾아가려 했다. 그런데 사내 식당의 뷰와 메뉴가 너무 좋아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여기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점심 메뉴 중 수제블록치즈돈가스를 먹어 보았다. 바삭한 튀김옷에 이어 쫀득한 치즈가 듬뿍 나왔다. 입맛도 괜찮았지만, 맑은 하늘과 푸른 한강을 앞에 두고 먹는 눈맛이 좋았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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