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무인택시 24시간 영업 허용하자 이 도시에서 벌어진 일
✏️ 뉴스쉽 네 줄 요약
· 세계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24시간 요금을 받으며 승객을 태우는 영업에 나섰다.
· 실제상황에서 무인택시들은 서지 않아야 할 때 서거나, 서야 할 때 서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그렇지만 실제 주행기록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운전하는 차보다 실수가 적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 '일자리 없어진다' 등등 반발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는 왜 이를 허용했는지 생각해 보자.
금문교로 유명한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의 배후 대도시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허브인 이 도시에서 지난달 10일,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 택시의 24시간 영업이 허용됐다. 구글의 자매회사인 웨이모(Waymo)와 GM의 자회사인 크루즈(Cruise)가 4백여 대의 무인택시 운행을 허가받았다.
지금까지 무인자동차 자율주행 시험은 안전요원이 운전석에 탑승은 하되 운전하지 않거나, 교통량과 보행 인구가 적은 시간대에만 운행을 허용하는 등 제한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은 완전 무인 택시가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건 이번 샌프란시스코가 세계 최초다.
그런데, 꽤 오랜 기간 시험 운영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4백 여대의 무인택시가 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혼잡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현지언론들은 믿고 맡길 만한 완전자율주행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인택시, 실제로 타 보니? 현지 기자들의 체험기
“면허시험 준비하는 우리 집 고등학생 아이가 운전하는 것 같다”, “80 넘은 우리 할머니가 운전하는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이 다수다. 공통점은 운전에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차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차량들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너무 느리게 가거나 갑자기 서는 차량은 과속차량 못지않게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대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완전 초보 차량처럼 무인택시 4백 대가 돌아다니니, 시민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은 시도 때도 없는 교통정체다.
가장 잦은 문제: 뭔가 이상하면 무작정 선다
현지시간 8월 18일 0시 20분쯤 cctv에 찍힌 다음 사고를 보자. 크루즈 무인 택시가 먼저 교차로에 진입했는데 좌측에서 다른 차량이 달려왔다. 그러자 무인택시는 멈춰 서버렸고, 그대로 들이 받혔다.
CBS 로컬뉴스에 따르면 이 무인택시는 녹색신호를 보고 교차로에 들어섰다. 신호위반은 상대차량이 했고, 무인택시는 피해차량이다. 하지만 택시를 사람이 운전하고 있었다면 재빠르게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뭔가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했다는 이유로 저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고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 사진은 ‘뭔가 이상하면 일단 선다’의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웨이모 무인택시를 이용한 승객이 뒷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그냥 내렸다. 이상을 감지한 차량은 그냥 멈춰 선 채로 대기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관제센터에서 ‘그냥 움직여라’라고 콜을 주거나 운영요원이 조치를 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영문 모르는 일반 차량들이 뒤로 길게 늘어서서 정체가 빚어졌다. 이 사진은 시험운행 기간인 올해 2월에 촬영된 것이지만, 비슷한 사례들은 8월 전면 허가 이후에도 자주 보고되고 있다.
때로는 여러 대가 한꺼번에 멈춰 서서 길을 막기도 한다.
서야 할 때 안 선다
이 경우도 무인택시가 먼저 녹색신호를 받고 교차로에 진입했는데 상대차량인 소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와서 들이받은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앞서 소개한 사고와 성격이 다르다. 상대차량이 긴급출동 중인 소방차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출동하는 소방차나 구급차의 사이렌이 들리면 내 신호가 녹색불이어도 무조건 멈춰 서서 길을 터줘야 한다. 미국에서 운전할 때는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다. 운전면허 딸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받는다. 그런데 크루즈 무인택시에는 이러한 상황이 제대로 프로그램되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BC뉴스 기자가 다음날 현장 부근에서 리포트를 제작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소방차가 달려가는데, 맞은편에 있던 크루즈 무인택시가 슬금슬금 계속 움직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ABC는 “사람이 운전했다면 사이렌 소리를 듣고 무조건 길가에 멈춰 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두 건의 사고 이후, 교통안전당국은 크루즈가 운행하는 무인택시의 대수를 절반으로 줄이도록 결정했다.
상황 대처 능력 부족... 결국 ‘실제세계 AI’가 완성되어야 하는데
앰뷸런스는 피해자를 태우고 나서 90초가량 뒤에 출발할 수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무인택시 2대 중 1대는 사고피해자가 구급차에 실리기 전에 현장을 벗어났고, 나머지 1대는 구급차가 병원으로 떠난 뒤에도 우측차선에 서 있었다고 한다. 경찰관이 무인택시 안의 원격통신장치로 크루즈 본부의 관제요원과 통화를 했고, 그 후 본사 관제에 따라 나머지 1대도 현장을 벗어났다고 한다.
크루즈 본사 측은 ‘자신들의 무인차량으로 인해 구급차가 지연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샌프란시스코 소방본부는 “이런 상황에서는 몇 초도 중요하다”며 크루즈를 비난했다.
소방-구급-경찰 등 당국 차량들과 연관되는 상황에 대한 대처 문제는 시험운행 기간에도 더러 지적되었던 것인데, 크루즈 측은 아직 차량들을 충분히 학습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에는 밤중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있는 무인택시를 경찰관이 단속하려 하자 무인택시가 30미터쯤 달아나는 장면이 시민의 휴대폰에 찍혀 소셜미디어로 공개되었는데, 이 영상도 이번 사고로 다시 회자됐다.
당시 크루즈는 “도망간 건 아니고, (탑승을 예약한 고객이 아닌 사람의 접근을 피해) 안전한 장소에 정차하려 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택시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 교통경찰관이 이를 단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아직 명쾌한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결국 차량이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벌어질 일을 예상하여 순간적인 대처방안까지 내놓는 정도로 AI가 발달해야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무인택시가 아직 결함이 많으며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고, 현지상황을 취재한 뉴욕타임스 테크전문기자 케이드 메츠는 말했다.
무인택시 운행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안전한 도로를 위한 반란(Safe Street Rebel)’의 회원들은 무인택시에 교통안전용 콘을 올려놓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면 무인택시의 주변 감지장치가 교란돼 꼼짝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멈춰 선 차량으로 인해 또 다른 정체가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떻게 허가가 났을까?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7339515 ]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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