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 경험에 나만의 스타일 입혀… 色다른 맛 찾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3. 9. 9.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화연’ 유상호 셰프
다양한 음식 직접 경험하면서 길 찾아
맛 좋았던 음식 기준점 삼고 재현 노력
현재 ‘백주’ 중심 음식 페어링해 선보여
술·음식 부족한 점 보완·장점 부각 중요
된장 소스 고사리밥·더덕구이 시그니처
진한 닭육수 베이스의 중식냉면도 일품
“음식에 경계 없이 다양한 페어링 도전”
개화연의 유상호 셰프를 만났다. 유 셰프는 관련 학과를 나오거나 요리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과 흥미를 따라서 온 것이 지금 주방에서의 셰프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음식을 시작할 때도 다른 사람의 음식을 먹고서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였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실제로 음식을 눈앞에서 펼쳐보면서 시도하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보면서 기본적인 음식들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유상호 셰프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개화연의 최진 대표를 만나고 다양한 음식을 백주와 페어링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셰프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양한 음식을 직접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직접 맛을 보고 맛이 좋았던 음식을 기준점으로 삼고 재현해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실제 감동했던 음식과 흡사한 맛을 찾게 되면 그중 가장 좋은 포인트를 두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유 셰프의 스타일을 입혀서 재창조된 음식들은 계속 더해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색다르고 감각적인 메뉴로 구성된다. 스스로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매우 많은 편인데 그러다 보니 항상 더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고, 그 받아들이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는 것을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일 수 있겠지만 한 분야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스스로의 편협한 사고에 갇히기 쉬운데, 특히 요리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만나는 사람도 적고, 더욱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욱 스스로 고립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고이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 습득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꾸준히 공부하고 다른 업장의 음식을 먹어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음식을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 나가려고 한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개화연은 흔히 고량주라고 불러왔던 ‘백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을 페어링해 선보이는 곳이다. 현재 서울 외식 시장 안에서 개화연처럼 다양한 백주를 다양한 음식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개화연의 콘셉트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유 셰프가 페어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술과 음식이 만나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제공되는 코스 중 ‘태국식 돼지고기 육전’에 ‘양하대곡’과 ‘귀주뇌교주’가 페어링된다. 육전에 자칫 남아있을 고기향과 액젓소스의 고릿함을 두 종류의 백주가 잡아주면서 각각 단맛과 감칠맛을 끌어올려 준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술과 만났을 때 부족한 점을 가리면서 술과 음식의 장점을 부각하는 페어링을 보여드리고 있다. 유 셰프는 음식을 만들고 제공할 때 최대한 개인적인 욕심보다 손님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많이 고민한다. 그다음으로 페어링을 하며 서로 거슬리는 부분이 없도록 음식을 조금 단순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 셰프 개인적으로는 향이 주는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된장소스를 곁들인 고사리밥
더덕구이
음식을 판매해야 하는 직업으로 가장 큰 딜레마는 단순히 선보이고 싶은 음식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먹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처음으로 체감한 적이 있다. 과거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홈파티를 열었을 때였다. 당시 뵈프 부르기뇽에 빠져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선보였는데, 문제는 뵈프 부르기뇽이 직관적으로 맛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친구들의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면서 음식을 해준다는 것이 하는 사람만 만족해선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같이 결들여 낸 라타투이도 채소를 왜 먹냐며 무시를 당했었다. 이와 같이 제공하는 사람이 선보이고 싶은 요리가 아무리 많은 공을 들이고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실제 고객이 먹었을 때 반응이 좋아야만 매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음식으로 살아남을 수가 있다.
이러한 유 셰프의 철학이 반영된 개화연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지난겨울 달코스에서 선보인 된장소스를 곁들인 고사리밥과 더덕구이다. 심플하지만 고사리의 구수한 향과 더덕의 향긋한 향이 쌀과 된장소스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메뉴이다. 보기에는 굉장히 투박하지만, 입속에서는 보다 화려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음식이다. 또한 더덕은 제주산과 횡성산 두 가지를 같이 내어 원산지에 따라 같은 더덕이라도 그 특징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특정 술은 특정장르의 음식과만 어울린다는 편견을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중식냉면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진시황 코스에서 선보인 중식냉면이다. 진하게 뽑아낸 닭육수를 베이스로 새콤달콤하게 만든 냉면육수와 쫄깃한 옥수수면을 즐기는 음식이다. 일반적인 업장과 다르게 즈마장 없이도 깔끔하고 풍부한 맛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 음식은 특히 ‘서봉주 그린 55%’와의 페어링이 가장 좋다. 냉면육수의 새콤달콤하면서 깊은 맛이 서봉주의 복잡 미묘한 향과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준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유 셰프는 개화연에서 일하면서 백주의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다. 미래에도 다양한 백주를 팔며 경계를 두지 않은 음식들을 페어링하는 업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술을 마시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페어링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꿈꾸고 있다. 업계 특성상 항상 새로움을 가져가야 하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신메뉴를 많이 고민하곤 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을 통해 직업적인 성취감과 함께 일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 재미있는 요소들을 더하고 선보이는 과정을 즐기는 유 셰프가 제안하는 다양한 음식과 주류의 페어링이 더욱 기대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