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난이도 ’끝판왕‘ SNS 범죄···사이버 수사 이모저모
사이버범죄 기승에 경찰 수사 강화
그럼에도 어려워 사실상 "노가다"
경찰 1인당 사건 수는 감소 추세
사이버범죄 증가에 처리기간 증가
지능화·고도화 되고 있는 사이버 범죄에 맞서 경찰의 사이버 수사 역량도 강화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소위 ’노가다 수사‘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피의자 특정부터 쉽지 않은 탓이다. 밤을 새워가며 사이버 상에 남은 범행의 흔적을 추적할 수밖에 없는 사이버 수사의 ‘이모저모’를 서울경제신문이 전한다.
최근 직장인 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경찰을 사칭한 피의자 A 씨가 살인예고글을 올리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해 사건 발생 이튿날일 22일 오전 8시32분께 범인을 검거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검거가 이뤄졌지만 경찰은 블라인드에서의 협조 사항과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브리핑을 통해 “블라인드 본사가 미국에 있고 서버도 미국에 있어 압수수색은 쉽지 않다”며 “블라인드 측에 피의자가 사용한 계정이 추가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청 했지만 회신 자료에는 제공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LH 직원 계정으로 블라인드에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글이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미국 블라인드 본사 압수수색 영장까지 보내 해당 글이 작성된 IP 주소와 아이디 등 참고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블라인드 측이 확인해줄 자료가 없다고 답해 게시자 특정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 업체로부터 수사의 단서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업체가 데이터 자산을 제공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 있다”며 “해외에 본사가 있다면 압수수색도 불가하고 범죄 혐의가 있어도 사법 공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주범인 조주빈이 경찰에 검거되며 세상에 공개된 이른바 ‘n번방’ 사건, 이 또한 대화 내용이나 이용자의 정보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상에서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이른바 ‘잠입수사’를 허용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물증과 증거들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률 개정까지 이르렀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 지난 2022년 12월 29일 발간한 ‘치안전망2023’에 따르면 사이버범죄 검거율이 2019년 73.4%, 2020년 67.5%, 2021년 63.7%로 저점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에 나타난 2022년 1월~9월에는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 총 17만4883건에서 10만9090건을 검거했고 전년 동기에는 15만1173 건이 발생해 이 중 10만1911건을 검거했다.
검거 건수는 물리적으로 늘어났지만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난 발생 건수의 증가율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7%의 증가율을 보였을 뿐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이버 통신·전자거래 이용의 증가와 간편한 모바일기기 확산으로 사이버 불법행위가 더욱 지능적이면서도 국제화된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며 “최근 검거율은 2021년 검거율 63.7%에서 보듯 과거 70% 대 수준에 비해 점차 감소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실제 사이버범죄의 고도화 되고 지능화 된 범죄 수법으로 인해 경찰의 사건 평균 처리 기간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조은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경찰서 실수사 인원은 2만1387명에서 2만 3222명으로 늘어 실수사관 1인당 전체 사건 접수 건수도 94.3건에서 85.9건으로 줄었다.
문제는 해당 기간에 전체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55.6일에서 67.7일로 증가한 데있다.
000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범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사이버 상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처리 기간이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수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이용자들 모두 닉네임을 쓰고 그나마도 고정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적다 보니 피의자 특정이 쉽지 않다”며 “IP도 고정이 아니고 VPN을 쓰기도 해서 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에 정보를 요청해도 유의미한 정보가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시간 싸움인데 회사에 협조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고 토로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서 6년 간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사이트 서버 수색을 하려면 밤낮없이 조사해야 한다”면서 “가령 특정 사이트의 검색 금지어 차단 여부를 가려 내려면 밤을 새고 수사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이버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인 커뮤니티 혹은 메신저를 운영하는 업체 측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일선 수사관들은 피의자 특정 등 범죄 단서 확보를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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