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진시황제다"…마오쩌둥, 난잡한 성편력 부른 '불안장애'
[편집자주] 무소불위의 독재자부터 영향력 있는 지도자까지 세계사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한 이들은 세상을 평정한 '권력자들'이었다. 견고한 성(城)처럼 보인 그들의 권력은 다름 아닌 '질병' 앞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제아무리 힘 있는 권력자도 건강을 잃으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법. 근·현대사에서 권력을 쟁취한 이들이 권력을 내려놓기까지의 건강 이야기를 연속해서 탐독한다.
초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년)이 1973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나섰다면 마오쩌둥은 자신의 권력·명예를 영원히 지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194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하고 중앙인민정부 주석이 된 후 1976년 사망할 때까지 27년간 권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고도 언급한 그는 자신의 지위를 넘보려는 사람은 모두 숙청했다. 그가 권력 유지를 위해 학살한 인구만 800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추산도 있다. 사망한 지 4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의 시신은 방부 처리돼 중국 베이징시의 천안문광장에 안치돼 있다. 중국 지폐와 톈안먼(天安門·천안문)광장 초상화에도 그의 얼굴이 그려 있다.
이처럼 죽어서까지도 권력·명예를 누리려 한 그는 집권 기간 내내 '누군가가 날 해치거나 배신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심각한 편집증(편집성 인격장애)과 불안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 병력에 시달렸다. 수면제인 세코날, 다량의 신경 안정제를 먹어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하루는 지붕에서 소리가 나자 그는 '천장에 누가 침입했다'고 여겼고, 범인이 들고양이 두 마리로 밝혀졌지만 끝내 숙소를 바꿨을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가 야심 차게 펼친 '대약진 운동'이 중국 전역에 심각한 기근을 초래한 것도 그를 불안하게 했다. 대약진 운동은 중국을 부강한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1958년부터 62년 초까지 마오쩌둥의 주도로 시작된 농공업의 대증산 정책이었다. 곡식을 갉아먹는 쥐·참새·파리·모기를 소멸시키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정작 참새가 사라지 애벌레·메뚜기 등이 창궐해 벼·밀을 해치웠다. 결국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 무려 4000만 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공산당 내에서는 마오쩌둥에게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를 인정하고 62년 국가주석을 사임했지만 4년 후인 66년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다시 실권을 장악하려 했다. 전근대적인 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문화대혁명은 1969년 4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의 절대적 권위가 확립되고, 국방장관 린뱌오가 후계자로 옹립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마오쩌둥에게 충성을 바쳤던 군부 지도자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 개인의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했다. 1976년 4월 오랜 독재 정치에 항거하는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고, 그해 9월 마오쩌둥은 83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그는 '병'으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 직전까지 앓은 질환만 루게릭병 또는 파킨슨병(추정), 폐결핵·성매개감염병·불안장애·변비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그의 직접적인 사인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루게릭병일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루게릭병은 뇌·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운동신경 세포가 왜 파괴되는지는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척수 신경세포 손상으로 인한 손과 손가락, 다리의 근육이 약해지고 가늘어진다. 또 뇌간부위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지고 음식물 삼키기가 어려워진다. 심해지면 전신 근력이 약해지고 자가 호흡이 어려워진다. 평균 생존 기간은 증상 발생 후 3~5년으로 보고되지만, 최근 호흡기 관리와 전신 영양 관리를 포함한 일반치료법의 발달로 10년 이상 투병하는 환자도 늘었다. 그가 루게릭병(추정)을 앓은 기간은 약 2년으로 추정된다.
마오쩌둥의 주치의였던 리즈수이에 따르면 그가 생전에 지독하게 앓던 병으로 트리코모나스증을 꼽았다. 길이가 5~15㎜인 짚신 모양 원충인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가 옮기는 성매개감염병이다. 이 원충은 남자에게는 거의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여성은 질 점막이 붉게 붓고 외음부가 부어오른다. 거품·악취가 나는 하얀 점액성, 농성 분비물이 생기고 성기가 매우 가려우며 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것에 감염된 남성은 증상이 없더라도 성 파트너와 동시에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재발 우려가 크다. 리즈수이는 마오쩌둥과 성관계를 맺은 문화공작대(북한 기쁨조의 원조 격) 여성들이 트리코모나스증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되자 주범이 마오쩌둥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이유로 리즈수이는 마오쩌둥에게 치료를 권하며 당분간 성관계를 맺지 말라고 했지만, 마오쩌둥은 "내가 괴롭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며 치료를 거부한 채 한 번에 여성 다섯 명과 성관계를 갖는 등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다. 이 성병은 입·직장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양치질과 목욕을 안 하기로 유명했다. 참다못한 주치의가 목욕만이라도 하라고 권유했지만, 마오쩌둥은 따뜻한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기만 할 뿐 "여자 몸속에서 씻고 있다"며 목욕을 거부했다. 또 그는 '양기'를 채우겠다는 이유로 10대 소년들과 동침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난잡한 성생활은 그가 극심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창구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평생을 곁에서 충성한 2인자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도 배신할 것으로 의심해 불안해했다. 급기야 마오쩌둥은 1972년 저우언라이가 방광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의사를 통해 먼저 들었지만, 그에게 알리지 말라고 명령했다. 방광암에 걸린 지 2년 후에야 저우언라이는 뒤늦게 암 발병 사실을 알고 수술받았지만, 암은 이미 전신으로 퍼진 뒤였다. 결국 그는 방광암으로 사망했지만, 마오쩌둥은 그를 병문안하지도, 조문하지도 않았다고 전해진다.
마오쩌둥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불안장애엔 △특수 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 공포증 △공황장애 △강박 장애 등이 있다. 불안한 정도가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지속하는 질병 상태를 불안장애로 정의한다. 불안장애가 심해지면 불면증, 근육 긴장, 짜증이 심해지는 등 신체·정신적 증상을 동반한다. 실제로 마오쩌둥은 불안장애뿐 아니라 불면증에도 시달렸다. 동물 실험에 따르면 실험용 동물에게 잠을 못 자도록 수면을 박탈하면 쇠약해지고 음식 섭취의 이상, 체중 감소, 체온 저하, 피부 장애, 심한 경우 사망까지 초래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극심한 불안감과 함께 신체·정신적이 동반됐다면 자신에게 잘 맞는 항불안제를 사용하거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조기에 싹을 끊어내야 한다.
도움말=성원재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석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참고 서적=『히틀러의 주치의들』(드러커마인드 출판)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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