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안 살거야?”...‘가격 진입 장벽’ 확 낮아진 전기차
2023. 9. 9. 10:00
전기차 판매 주춤
잇달아 가격 낮춘 ‘가성비 전기차’ 출시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짧은 주행 거리’ 그리고 ‘높은 가격’은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는 ‘3대 걸림돌’로 꼽혀 왔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판매량에 급제동이 걸렸는데 그 배경에는 이 같은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변화는 가격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자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낮춘 ‘가성비 전기차’를 출시하고 나선 것이다.
주춤했던 전기차 판매 반등할까
높은 가격이라는 하나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전기차가 판매량을 다시 반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에 출시된 토레스는 한국에서 가성비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예상 판매 가격은 최소 4850만원에서 최대 5200만원대다.
정확한 판매 가격은 출시에 맞춰 공개된다. 국고 보조금 역시 아직 얼마가 될지 책정되지 않았지만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시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싼 게 비지떡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원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KG모빌리티가 직접 공개한 자료를 보자. 대표적으로 토레스 EVX에는 총 4개의 사각지역탐지기(BSD : Blind Spot Detection) 센서가 탑재됐다.
교차 차량 대응, 교차로 대항차 대응, 추월 시 전측방 접근차 대응, 추월 시 대항차 대응, 회피 조향 보조 등을 이 센서를 통해 구현된다는 설명이다.
1회 충전 거리도 433km에 달한다. 경쟁사들이 내놓은 전기차의 성능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주행 거리와 성능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인 만큼 KG 모빌리티의 각오도 남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동시에 갖춘 토레스 EVX를 앞세워 순수 SUV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차 시장에서는 기아의 ‘레이 EV’가 곧 소비자들과 만난다. 8월 24일부터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레이의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 초반대라는 저렴한 값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 외에도 레이 EV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자랑하는 것도 강점이다. 레이 EV는 차종으로 따지면 경차지만 ‘박스카’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디자인을 활용한 넓은 내부 공간을 자랑한다.
내년엔 더 많은 전기차 쏟아진다
특히 1인승 밴 모델은 최대 화물 적재 용량이 동급 차량 최고 수준인 1628리터로 실용성을 겸비했다.
1회 충전으로 도심에서 233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레이는 ‘가격’과 ‘공간 활용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벌써부터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가성비 전기차가 쏟아진다. 현대자동차는 인기 경차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2000만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 역시 3000만원대의 중소형 전기차 ‘EV4’로 추정되는 신차를 추가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폭스바겐(ID.2ALL)과 르노(르노5 EV), GM(이쿼녹스EV) 등도 내년부터 3000만원대 중·후반의 소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폭 가격을 낮춰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핵심 소재인 배터리에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생산할 때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같은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겨울철에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삼원계 배터리가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고가라는 점이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싼 것도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높기 때문이었다.
이런 추세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저렴한 값에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달아 생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효율이 낮고 무겁다. 특히 겨울철에는 급격한 성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화재 위험성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을 가듭하며 성능이 크게 개선돼 이전보다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기아의 레이 EV 역시 모두 LFP 배터리를 탑재함으로써 더욱 낮은 가격에 출시할 수 있었다.
테슬라가 얼마 전부터 판매를 시작한 중국산 ‘모델 Y’도 마찬가지다. LFP 배터리를 달아 가격을 크게 낮췄다. 기존에 한국에서 판매하던 모델 Y 롱레인지 모델(약 78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주행 거리는 기존 모델 Y는 500km를 넘지만 중국산 모델 Y는 350km대로 짧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요소는 오로지 성능과 디자인이었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가격이 추가로 포함될 것”이라며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잇달아 가격 낮춘 ‘가성비 전기차’ 출시
[비즈니스 포커스]
KG모빌리티는 9월 20일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타일의 순수 전기 SUV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쌍용차에서 KG모빌리티로의 사명 변경 후 내놓은 첫째 전기차라는 점 외에도 토레스 EVX가 주목받는 요인은 또 있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전기차, 게다가 덩치가 큰 SUV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했다.
쌍용차에서 KG모빌리티로의 사명 변경 후 내놓은 첫째 전기차라는 점 외에도 토레스 EVX가 주목받는 요인은 또 있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전기차, 게다가 덩치가 큰 SUV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짧은 주행 거리’ 그리고 ‘높은 가격’은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는 ‘3대 걸림돌’로 꼽혀 왔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판매량에 급제동이 걸렸는데 그 배경에는 이 같은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변화는 가격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자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낮춘 ‘가성비 전기차’를 출시하고 나선 것이다.
주춤했던 전기차 판매 반등할까
높은 가격이라는 하나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전기차가 판매량을 다시 반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에 출시된 토레스는 한국에서 가성비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예상 판매 가격은 최소 4850만원에서 최대 5200만원대다.
정확한 판매 가격은 출시에 맞춰 공개된다. 국고 보조금 역시 아직 얼마가 될지 책정되지 않았지만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시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싼 게 비지떡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원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KG모빌리티가 직접 공개한 자료를 보자. 대표적으로 토레스 EVX에는 총 4개의 사각지역탐지기(BSD : Blind Spot Detection) 센서가 탑재됐다.
교차 차량 대응, 교차로 대항차 대응, 추월 시 전측방 접근차 대응, 추월 시 대항차 대응, 회피 조향 보조 등을 이 센서를 통해 구현된다는 설명이다.
1회 충전 거리도 433km에 달한다. 경쟁사들이 내놓은 전기차의 성능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주행 거리와 성능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인 만큼 KG 모빌리티의 각오도 남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동시에 갖춘 토레스 EVX를 앞세워 순수 SUV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차 시장에서는 기아의 ‘레이 EV’가 곧 소비자들과 만난다. 8월 24일부터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레이의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 초반대라는 저렴한 값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 외에도 레이 EV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자랑하는 것도 강점이다. 레이 EV는 차종으로 따지면 경차지만 ‘박스카’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디자인을 활용한 넓은 내부 공간을 자랑한다.
내년엔 더 많은 전기차 쏟아진다
특히 1인승 밴 모델은 최대 화물 적재 용량이 동급 차량 최고 수준인 1628리터로 실용성을 겸비했다.
1회 충전으로 도심에서 233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레이는 ‘가격’과 ‘공간 활용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벌써부터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가성비 전기차가 쏟아진다. 현대자동차는 인기 경차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2000만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 역시 3000만원대의 중소형 전기차 ‘EV4’로 추정되는 신차를 추가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폭스바겐(ID.2ALL)과 르노(르노5 EV), GM(이쿼녹스EV) 등도 내년부터 3000만원대 중·후반의 소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폭 가격을 낮춰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핵심 소재인 배터리에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생산할 때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같은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겨울철에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삼원계 배터리가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고가라는 점이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싼 것도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높기 때문이었다.
이런 추세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저렴한 값에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달아 생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효율이 낮고 무겁다. 특히 겨울철에는 급격한 성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화재 위험성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을 가듭하며 성능이 크게 개선돼 이전보다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기아의 레이 EV 역시 모두 LFP 배터리를 탑재함으로써 더욱 낮은 가격에 출시할 수 있었다.
테슬라가 얼마 전부터 판매를 시작한 중국산 ‘모델 Y’도 마찬가지다. LFP 배터리를 달아 가격을 크게 낮췄다. 기존에 한국에서 판매하던 모델 Y 롱레인지 모델(약 78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주행 거리는 기존 모델 Y는 500km를 넘지만 중국산 모델 Y는 350km대로 짧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요소는 오로지 성능과 디자인이었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가격이 추가로 포함될 것”이라며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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