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CFO가 법카로 1억 쓴 게임, 유력 후보는?

최우영 기자 2023. 9.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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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카카오게임즈 2021년 출시 MMORPG로 추정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의 공통점 '확률형 아이템' 통한 스펙업
경쟁과 성과 요소에 몰입해 수억원 과금 사례 적지 않아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지난 4일 카카오 CFO(재무그룹장)가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난무했다. 법인카드의 한도가 부럽다는 말부터, 도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1억원을 순식간에 썼는지 궁금하다는 질문까지 쏟아졌다. 게임 아이템 결제 이후, 이른바 '깡'이라 불리는 현금화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해당 임원의 징계에 대해 카카오가 내건 사내 공지와 카카오 관계자의 설명 등을 종합해 해당 게임을 추정하고, 과연 왜 1억원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짚어봤다.
유력 게임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사진=오딘 2주년 영상 캡처
우선 확실한 것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 게임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징계 사실을 알리는 사내 공지에서 "A크루(직원)의 법인카드 사용 행위가 항목에는 부합하나, 사용 규모가 적정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카드의 사용이 허용된 항목 중에는 '카카오 공동체 서비스 이용'이 있었다는 게 카카오 관계자의 말이다. 즉, 리니지 등 타사의 게임이 아니라 카카오게임즈가 만든 게임이었다는 뜻이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여러 종류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수집형RPG 등을 서비스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1억원의 과금을 한 게임은 MMORPG, 그 중에서도 서버 내 유저 간 경쟁이 치열한 게임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가장 유력한 '1억 법카 결제' 대상 게임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좁혀진다.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중에는 달빛조각사,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등도 있지만 유저 수나 게임 내 경쟁 및 과금 요소에서 오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모든 MMORPG의 P2W 기조
오딘 서비스 2년간 아이템 제작 시도 횟수. 제작 횟수가 아니라 '제작 시도' 횟수다. /사진=오딘 2주년 영상 캡처
P2W(Pay to Win)이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게임의 특성을 말한다. 홀로 진행하는 패키지 게임 등과 달리, 여러 명이 모여 협동하거나 경쟁하는 MMORPG는 대부분 P2W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통상 MMORPG에서는 캐릭터의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등 아이템을 구하는 데 돈이 들어간다. 이를 통해 몬스터 사냥과 PvP(유저간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능력치를 쌓는다. 때로는 능력치 자체를 돈 주고 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변신 또는 탈것, 인형 또는 펫(소환물) 등을 붙이는 게임도 많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돈을 낸다고 곧바로 모든 장비나 능력치, 기타 요소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이 여기서 등장한다. 돈을 내면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판매한다. 운이 좋다면 1%의 확률도 뚫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만, 때로는 33%의 확률도 넘지 못한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아이템 '뽑기'의 시행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고, 여기서 이른바 '핵과금' 문제가 발생한다. 뽑기에 빠져 과금을 이어가다 보면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순식간에 쓰는 경우도 많다.
게임의 '편의성'도 비즈니스모델로
게임 계정 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오딘 계정들. /사진=바로템 캡처
MMORPG에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캐릭터의 강화'로 귀결된다. 장비와 아이템 등으로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빠른 레벨업(렙업)이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사냥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오토프로그램 지원이 많아졌지만, 보다 빠른 렙업을 위해선 사람 손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PvP 등으로 다른 유저와 경쟁할 때는 수동 컨트롤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필요한 게 편의성 증진을 위한 아이템들이다. 이러한 기능의 아이템은 대부분 기간제로 주어지거나 소모성으로 제공된다. 일정 기간 경험치 누적량을 높여준다거나 캐릭터의 체력(HP)과 마력(MP)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식이다.
리니지 닮은 오딘, 리니지를 뛰어넘는 BM도 도입
오딘 출시 초기에 캐시 물약값으로 1200만원을 썼다고 토로하는 유튜버 이문주. /사진=이문주 유튜브 캡처
국내 P2W 방식의 MMORPG 중 효시 격인 게임은 단연 리니지다. 리니지에선 변신, 인형, 장비 강화, 경험치 획득량 증가, 스킬, 스탯 등 모든 요소들의 '확률'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게임"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이러한 리니지의 BM(비즈니스모델) 요소들을 적절히 차용해 서비스하는 MMORPG를 '리니지라이크'라 부른다. 국내 MMORPG 대부분이 이 같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딘 역시 이러한 매출 공식을 상당 부분 도입했다. 탈것, 아바타, 무기형상, 각인, 아이템수집 등이 과금 요소다. 게임 내에서 무과금으로 획득할 수 있는 확률도 '일부' 존재하지만, '남들보다 빠른' 성장을 원하는 유저들이 이를 기다릴 수는 없다.

오딘은 확률형 아이템에 더해 '편의성 아이템'까지 많은 과금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나 사냥을 할 때 소모하는 물약도 가격차가 나는데, 저렴한 물약은 일정한 체력만 올려주고(정량템), 비싼 물약은 HP 최대치에 따라 일정 비율을 올려준다(정률템). 이 때문에 빠른 렙업을 추구하는 유저들은 비싼 물약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오딘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PvP에서 양측이 서로 현금(캐시)으로 구매한 물약을 소모하면서 싸울 경우 아무도 상대를 죽이지 못하고 싸움이 이어진다고 한다. 물약 쿨타임(한번 사용 후 다음 사용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인 1초마다 현금으로 500원짜리 물약을 소모하면서 싸우는 '돈 게임'이 되는 식이다. 결국 돈이 부족한 사람이 지게 된다. 리니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금유도 시스템이다.
"1억원 결제하고 현금화? 게임 모르는 사람들의 낭설"
리니지W의 한 혈맹 구성원들의 변신 모음. 리니지W 유저들에 따르면 해당 화면에 나온 캐릭터 구성을 만들기 위해서 500억~1000억원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리니지W 캡처
이처럼 오딘과 같은 MMORPG 게임에 몰입할 경우 1억원을 과금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일부에서 카카오 CFO가 게임 결제를 빙자해 '깡'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MMORPG의 과금 시스템을 접해본 이들은 "게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한다.
한 MMORPG 이용자는 "단일 아이템이 1억원짜리인 경우는 없지만, 각종 뽑기와 소모성 아이템 및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하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수천만원이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이 볼 땐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돈을 낸 만큼 재미를 느꼈으니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공금 횡령까지…
리니지M. /사진=엔씨소프트
MMORPG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다보니 이를 충당하기 위해 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카카오 CFO의 경우는 법인카드로 1억원을 썼지만, 몇 년 전 한 수협 직원은 회삿돈 30억원 이상을 빼돌려 리니지M에 사용하다 걸리기도 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밝힌 데 따르면 충남 서산수협의 한 직원이 거래처에 입금해야 할 어업용 기자재 및 면세유류 결제대금의 지급결의서를 위조하고 직인을 도용하는 식으로 3년간 121차례에 걸쳐 총 30억원 넘는 금액을 횡령했다.

이 직원은 횡령한 돈을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에 썼다. 당시 구속된 직원의 가족이 10억원 가량을 변제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변제되지 않았다. 해당 직원은 자신이 석방 돼야 게임 계정을 판매해 이 금액을 변제할 수 있다며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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