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1주기에 왕실·시민들 추모 열기…찰스3세 첫해 '안정적'
"영원히 감사합니다"…왕실 가족들, 저마다 추모메시지
'왕실 이탈' 해리, 형과 별도 행보…반려견들 "우린 잘 지내요"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1주기인 8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왕실과 정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추모 행사와 메시지가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와 BBC 방송,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커밀라 왕비와 함께 왕실의 여름 별장이자 여왕이 서거한 장소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 머물면서 인근 교회의 예배에 참석해 어머니를 기렸다.
그는 기념사에서 여왕의 헌신적 봉사를 떠올리고 즉위 후 1년 동안 보내 준 성원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교회 근처에 나온 영지 직원과 지역 주민, 초등학교 학생들과 대화하며 웃음 짓기도 했다.
추모 예배를 주관한 케네스 매켄지 신부는 "우리 모두 각기 다른 상황에서 여왕을 만났지만 특히 오늘 이곳에 있는 이들은 상실감을 느꼈다"며 "어디에 있든 간에 사람들이 여왕의 삶을 반추하고 감사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매년 여름을 밸모럴성에서 보냈고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로 이곳에 머물던 중 96세를 일기로 서거해 70년 재위에 마침표를 찍었다.
외신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에 부친인 조지 6세의 기일이자 자신의 즉위일에는 부친이 서거한 노퍽주 샌드링엄 하우스를 찾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곤 했다며, 찰스 3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모친을 추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에는 대중적 인기가 낮은 편이었고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즉위 이후에는 새로운 왕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찰스 3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왕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여왕이 42세 때인 1968년 세실 비튼이 촬영한 공식 컬러 사진으로 이전까지는 전시회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 여왕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원 15개가 얽힌 형태의 블라디미르 티아라를 쓰고 가터 기사단 예복을 걸친 모습을 하고 있다.
수도 런던과 웨일스 등 영국 곳곳에서는 여왕의 1주기를 기리는 예포가 쏘아 올려졌다.
영국 시민들과 추모객들도 버킹엄 궁전과 윈저성 등을 찾아 헌화하고 여왕을 기리는 메시지를 남겼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는 각자 따로 여왕을 추모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부부는 웨일스의 세인트 데이비스 대성당에서 열린 비공개 예배에 참석한 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왕세자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에 착용했던 귀걸이를 하고 여왕의 사진 앞에 헌화했다.
왕세자 부부는 또한 소셜미디어에 "엘리자베스 여왕 폐하의 비범한 삶과 유산을 기억합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그리워해요. W&C"라고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이날 오전 여왕이 묻힌 윈저성 내 예배당을 방문했다. 왕실에서 이탈해 미국에 거주하는 해리 왕자는 후원 자선단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메건 마클과 동행하지 않고 홀로 영국을 방문했다.
해리 왕자는 이어 자선단체 행사에 참석해 "(여왕이) 우리 모두를 내려다보면서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딸인 유지니 공주도 소셜미디어에 "당신을 그리워하며 모두와 가족들에게 봉사하고 사랑하며 헌신했던 삶을 기억합니다. 영원히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벤치에 여왕과 함께 앉아있는 사진을 올렸다.
앤드루 왕자의 전 부인인 세라 퍼거슨은 소셜미디어에 여왕의 반려견이었던 웰시코기 두 마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여왕이 반려견 샌디와 뮤익을 돌보도록 맡겼는데 이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게 돼 기쁩니다"라고 남겼다.
리시 수낵 총리는 재무부 장관 시절 여왕을 만났을 때 지혜, 따뜻함, 우아함과 날카로운 재치에 감명받았다며 경의를 표했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도 여왕이 국민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누렸다고 언급했다.
이날은 여왕의 서거일이자 찰스 3세가 왕위를 자동 승계해 즉위한 날이기도 하다.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런던탑에서는 국왕 즉위를 기념해서 예포가 발사됐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선 종이 울렸다.
미국 CNN 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찰스 3세 시대'가 안착했다고 전했다.
영국 헌법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버넌 보그다노는 "재위 첫해의 특징은 일부에게는 놀랍게도 안정과 영속성"이라며 "그는 현대적인 왕으로 영국이 네 부분으로 나뉜 다국적 국가이고 다문화 사회라는 사실을 여왕보다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학 전문가인 레이그 프레스콧 런던대 교수도 찰스 3세의 첫 1년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찰스가 어떤 왕이 될지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그는 모친의 본보기를 꽤 따라잡았다"고 평했다.
CNN은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연령대가 낮을수록 왕실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버킹엄궁 인근에서는 왕정 반대론자들이 '왕실은 이제 그만'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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