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vs대만 붙는데 한국이 왜?” 더이상 남의 일 아니라는데 [정치에 속지 않기]
그동안 과정을 짚어보면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반 양안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난해 9월 25일 윤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대만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런데 올해 4월 19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양안 갈등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국제 사회와 함께 그러한 변화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중국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비판에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인 20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라”고 말했다. 당시 친강 외교부장은 그 다음날인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란팅포럼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다간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모욕적인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논란으로 이어졌다. 6월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대한 싱하이밍 대사는 갑자기 준비한 메모를 꺼내면서 “현재 한·중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며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는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외교부는 다음날 싱 대사를 초치했다. 싱 대사에게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엄중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그다음 날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이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교섭을 제기하고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중국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싱하이밍 대사는 대사직을 유지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한미일 정상회담 캠프 데이비드 공동 성명에서는 중국이 직접 거론됐다. 3국 정상은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하여,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는 “우리는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우리의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또한 “엄정한 교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은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했다는 중국의 외교 표현이다. 중국의 반응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에 이번 회담에 대해 저희가 설명을 충실하게 해줬고 중국도 그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과의 협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법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동아시아 순방국으로 한국을 찾았고, 올해 4월에는 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 이어 8월엔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열렸다. 그 사이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두 정상은 수차례 회담과 접촉을 이어갔다.
반면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 때 만난 이후 접촉이 없다. 오는 9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당초 시진핑 주석은 참석이 예상됐지만 결국 불참으로 기울었다.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열리는데, 이 때 만남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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