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링 브레이크 때 '입꾹' 클린스만, 경기 후 "아들 위해" 직접 유니폼 요청 '구설'
[OSEN=강필주 기자] 실망의 연속이다.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경기 후 상대팀 선수에게 직접 유니폼을 요청, 국내 팬들에게 구설수에 올랐다. 쿨링 브레이크 때 보여줬던 '입꾹'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치러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3무 2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외국인 사령탑 중 5경기 동안 첫 승을 거두지 못한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표정은 여유가 넘쳤다. 특유의 인자하고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웨일스 주장 아론 램지(33, 카디프시티)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국 'BBC 웨일스'가 경기 후 소셜 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경기 후 램지 셔츠를 받는 것을 봤다'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는 "내겐 로스앤젤레스 갤럭시(미국)에서 골키퍼로 뛰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내게 경기 전 '램지 유니폼 좀 갖다 줄 수 있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이 얼마나 아들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좋지 않은 대표팀 성적은 물론 자신이 만들고 있는 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란 점에서 국내 팬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감독이 선수에게 유니폼을 요구할 수 있지만 굳이 경기 직후 공개된 자리에서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점이다. 라커룸에 가서 따로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국내 여론을 무시한 오만한 행동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첫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재택 근무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 한국 대표팀 부임 6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67일에 불과해 한국 상주 약속을 어기고 있다. 오히려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본업과 부업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본업인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활동보다 각종 미디어 패널이나 자기 사업 운영 등 부업으로 더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BBC도 '리모콘 감독'이라며 원격 업무를 지적했다.
독일의 '스포르트1'은 "이상한 클린스만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는 한국에서 재택근무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면서 "이는 많은 독일 팬들에게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클린스만은 24시간 근무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 전 분위기는 좋았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황희찬(울버햄튼), 오현규(셀틱) 등 유럽파들을 대부분 소집했다.
이들 대부분의 공격 자원들이 골 등 공격 포인트를 올린 직후였다. 이동 거리도 짧아 컨디션 조절에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평가전을 치를 때와는 달리 해외파들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상대 웨일스는 1.5군으로 맞섰다. 최근 유로 예선에서 아르메니아와 터키에 잇따라 패해 경질설이 나돌던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은 "한국과 친선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오는 12일 라트비아와 유로 예선 원정 때문에 부상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스만호의 경기내용은 암울했다. 경기 내내 백패스, 횡패스로 일관했고 중원을 거치지 않는 롱볼에 의존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닦아 놓았던 후방 빌드업에의 의한 전개는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포지션 배치도 문제였다. 황인범과 박용우로 구성된 중원은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고 중앙 지향적인 이재성과 홍현석이 측면에 묶이면서 스스로 길이 막히는 우를 범했다.
결국 최전방에 배치됐던 손흥민까지 공을 받기 위해 미들로 내려서야 했다. 상대적으로 골문을 향하는 슈팅은 적었고 오히려 웨일스의 공격이 더 날카로웠다.
이날 경기 중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시점도 있었다. 전반 25분 쿨링 브레이크가 주어졌다. 선수들이 무더운 열기를 식히고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시간이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 경기 흐름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TV 화면에 비친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선수들이 들어올 때부터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선수들이 다 모였지만 그저 입가를 닦거나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그저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바로 앞에는 '주장' 손흥민이 있었다. 선수들에게 일일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손흥민에게 전달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카메라에 비친 클린스만 감독은 20초 동안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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