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우표 연구가의 남북 이야기
[앵커]
지난 6월, BTS의 데뷔 10 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우리나라 우표가 전 세계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하죠.
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수단인 일반우표와 달리 각종 기념우표들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정책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선 오래전부터 우표를 ‘꼬마 외교관’ 또는 ‘종이 보석’이라 부르며 정치사상을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의 우표를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남북한 우표의 세계를 최효은 리포터가 살펴보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북한은 정권 수립 75주년인 올해 9.9절을 기념해 어김없이 우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우표가 북한의 업적을 자랑하는 홍보 수단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발행된 우표에선 곧 있을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겨냥한 듯 생활 체육을 부각한 모습입니다.
[조선중앙TV/8월 31일 : "선수들의 모습이 형상화된 우표들은 대중체육 활동으로 온 나라에 차 넘치는 희열과 낭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념 우표를 통해 현재 북한 사회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남한도 다를 바 없습니다.
작은 우표 안에는 다양한 그림과 상징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정치, 문화, 예술 등 그 분야도 다양한데요.
그렇게 때문에 이곳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 보관 중인 우표를 통해서도 남북한의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떤 점이 비슷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우표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까요.
박물관의 금고라 할 수 있는 수장고의 문이 열립니다.
묵직한 이 상자에는 남북한의 음악을 주제로 한 우표들이 보관돼 있습니다.
[박희정/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 "종으로 따지면 46종에 375매 정도 남쪽과 북쪽에서 발행한 민족음악, 민족예술과 관련된 우표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전통 악기와 개량 악기, 작곡가와 혁명가극 등 다양한 주제의 북한 우표들이 눈길을 끕니다.
이 중엔 익숙한 음악이 표현된 우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박희정/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 "(제목이 '반달' 그리고 '고향의 봄'인데, 이거 혹시 그거 아닌가요. 푸른 하늘 은하수... ) 남북이 분단되기 이전에 조선 민족이 다 함께 공유했던 음악이라 북쪽에서도 이것들을 우표로 만들어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발행된 남북의 우표에서는 다른 점도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박희정/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 "북쪽의 우표는 모든 게 똑같이 한복을 입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에 남쪽 우표는 복장이 다 다르죠. 남과 북의 연주 형태라든지 또한 악기 연주법이라든지 복식이라든지 이런거에 대해서 별도로 연구할 수 있는 이런 소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우표들은 지난 2018년에 한 개인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하는데요.
지난 2021년에 북한에서 발행된 민족 악기 우표를 추가로 기증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이상현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우표엔 사물놀이 악기인 징과 장구가 보이고, 태평소를 개량한 새납과, 대금을 개량한 저대도 확인됩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 민화협 체육위원 : "어떻게 보면 밝은 색감의 그리고 만화 캐릭터처럼 예쁘게 표현하는 특징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선 1차로 기증받은 우표와 이번 2차 기증 우표를 통해 남북한의 전통 악기 발전 방향에 대해 보다 면밀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명석/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 "시대적 흐름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 연구할 수 있겠고요. 남북한의 우표 전시를 통해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이기도 한 이상현 씨는 우표를 통해 폐쇄사회인 북한의 시대상을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간남북협력 활동가인 이상현 씨는 세계적인 수준의 북한 우표 연구가입니다.
그가 다른 것도 아닌 북한 우표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가 우표를 통해서 발견한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연구실 책장엔 시대별로 분류된 남북의 우표 연구자료 수만 점이 빼곡하게 꽂혀있습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남한과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행한 우표 수만 만 종 정도 되거든요. 그리고 우편 엽서까지 하면 범주가 넓어지고..."]
이상현 연구가는 우표를 통해 당대의 시대상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최초의 우표와 우편 엽서 속 문양을 통해선 무궁화와 태극기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문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 희귀우표를 통해선 북한 사회의 경제 상황도 감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는데요.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북한의 우편 요금 체계 변동 과정에서 잠깐 등장한 임시우표입니다. 이 우표가 붙은 봉투를 보면 다 '개성'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그래서 이 우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이라든가 우편 체계라는 것들을 이렇게 실증적으로 파악할 수 있죠."]
특히 전쟁 시기 북한의 우체국 소인이 찍힌 남한 우표를 통해서는 현대사의 비애를 느꼈다고 합니다.
1950년 9월 서울에서 평안북도 철산으로 보낸 편지에 활용된 우표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이 시기는) 북한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예요. 그래서 남측 대한민국 우표에다가 도장을 찍어서 이건 '북한의 우표다'라고 표기를 한 것을 편지에 붙여서 북한으로 발송한 거죠.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우표고요."]
그 후 남북이 분단되고 대립이 극심할 때의 우표는 서로를 공격하는 용도로도 활용됐고, 동시에 우표에 담겨있는 공통된 상징을 통해선 남북은 한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1950~1970년대까지 보면 대한민국 정부에선 반공 우표가 나왔고 또 북한에선 반미 우표. 그리고 남한 정보를 비판하는 그런 우표들이 나왔습니다. 또 동시에 우리가 먹는 전통음식, 전통의상, 민속놀이 그런 부분을 보면 여전히 우리가 한민족으로서 동질성을 갖고 있구나라는 걸 동시에 찾을 수 있습니다."]
9살부터 우표를 수집했다는 이상현 연구가.
어느 날 세계우표전시회에 일본인이 출품한 북한 우표가 큰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북한 우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아무리 작은 우표지만 통일시대 우리 문화제가 될텐데 그렇다면 최소한 이 우표들이 우리 한반도 내에는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북한은 1974년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했고, 우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유통되고 있는데요.
이상현 연구가는 최근 우표를 통한 북한 체육 산업과 정책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북한 스포츠 우표들을 보면 북한이 스포츠를 통한 상품도 개발하고 있단 걸 알 수 있고요. 이런 DVD 우표라든가, 입체우표라든가, (이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이 스포츠 우표에요."]
그는 교류를 상징하는 우표가 언젠가는 남북한의 경색된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연구가/민화협 체육위원 : "남과 북이 우표를 통해서 소통하고 이런 문화가 이어져서 실제 편지 왕래로 확대되면 정말 우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선 뜻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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