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의 편지 “구치소에서 한 달, 괴롭고 힘들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원종(22)이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본지로 보내왔다. 그는 편지를 통해 왜 이런 흉악 범죄를 저질렀는지 설명했다. 어린 시절 성장 환경과 범행 직전 생각을 밝히고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편지에는 최원종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으며, 내용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그가 수사 과정에서 주장했던 ‘심신미약’ 관련 내용도 담겼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했는데, 이를 감형을 위한 전략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원종이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재판부에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편지의 진위에 대해 “수감자가 보내는 편지를 검열하지는 않는다”며 “최원종이 보낸 편지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원종은 편지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지며 대화가 단절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저는 마치 나무의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포도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처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원종은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한 뒤부터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가담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언제든지 살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범행 전 최원종이 ‘심신미약 감경’ 등을 인터넷에 검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폐쇄적 심리상태의 최원종이 고립된 생활을 하다 타인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지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호소 내용을 접하면서 상태가 심화됐다”며 “망상이 현실이라는 확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에서 극도의 폭력성을 발현시킨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최원종이 비록 망상 상태이긴 하나 상당한 학업능력을 갖췄고, 가상화폐·주식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했다”며 “범행 전 ‘심신미약 감경’ 등 감형을 의도하는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다”고 했다.
최원종은 “스토커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스토커라는 확신도 없이 무고한 피해자까지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괴롭힘에 벗어나려 생각한 것은 정말 어리석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분들을 스토커라고 의심하지 않고 전부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습니다”라며 “피해자분들이 스토커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고 했다.
최원종은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남은 인생 동안이라도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범행을 후회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며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자퇴 이후 여러 번 실망을 시켰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를 보여줘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적었다. 그는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라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원종이 쓴 사과문·반성문으로는 감형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편지 내용은 거짓말이 뒤섞여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줄 가능성도 없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어떤 내용을 적는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편지에 일종의 ‘영웅심리’가 담겨 있다고 본 이들도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범인 조선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내용 상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면서 “소영웅주의적인 과대망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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