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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민스키의 금융과 자본주의: 불안정 경제의 안정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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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주가와 환율의 움직임, 금리 지표와 변동치를 하루 단위로 보고 듣고 점검하며 살아간다. 경제정책 입안자, 기업 임원은 물론 임금노동자, 전업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증시 그래프에 울고 웃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가 한국 가정 경제에도 폭풍으로 휘몰아친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다 돼가는 비주류 경제학자의 이름에 붙인 ‘순간’이란 용어가 이제 국경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운명을 가름하는 기준이 됐다. 바로 ‘민스키 모멘트’다. 증시 그래프와 가상자산(코인) 열풍에 힘입어 인구에 회자하는 하이먼 P. 민스키의 고전을 한국어판으로 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 주류 경제이론이 도외시하고, 포스트케인지언마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핵심 사상을 고전경제학에 물타기해버린 현실에서 과연 민스키의 이야기가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옮긴이와 씨름하고 때로 포기하고픈 마음을 다잡아가며 책을 출판시장에 내놓았다. 40년 전 케인스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 매의 눈으로 통찰한 민스키의 사상이 어쩌면 오늘날 경제이론가와 정책입안자에게 적절한 대안적 의제를 제공하리라는 믿음에서다.
민스키는 이 책에서 케인스가 <일반 이론>에서 제기한 자본주의의 두 가지 근본 결함인 ‘만성적 실업’과 ‘심각한 불평등’에 더해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일반적 결과라고 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세 번째 결함으로 제시했다. 그는 표준 경제이론이 자본주의 체계에 내재한 근본 속성인 불안정성을 설명하지 못할뿐더러 불안정성이 만족할 만한 이론으로 설명해야 하는 문제임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주류 경제학의 시각에서 시장 그리고 시장 메커니즘은 그 자체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완전한 지배 도구다. 각각의 단위(시장주체)는 완벽하게 통솔돼 훌륭하게 조련된 팀의 일원으로 행동한다. 각각의 단위가 오로지 최선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제는 잘 조정된 일련의 결과를 달성한다는 것이 전제다.
하지만 케인스는 <일반 이론>에서 자본주의 금융체제에 존재하는 ‘화폐의 베일’이 현대 자본주의의 두드러진 점이라며, 신고전파 종합이 간과한 투자와 실제 자산의 가격결정 관계, 그리고 자본주의 금융이라는 본질적 속성을 다뤘다.
민스키는 케인스의 ‘경기순환 투자 이론’에 ‘투자 금융 이론’을 추가했다. 투자 변동성을 강조하면서 투자에서 오는 현금흐름의 근본적 불확실성이 기업 대차대조표에 영향을 끼쳐 헤지, 투기, 폰지 금융으로 이어지는 금융 불안정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투자와 성장 위주의 경제전략은 금융자본주의가 가진 내생적 파괴력에 의해 주기적으로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20년 전에 이미 경고한 민스키의 이런 통찰에서 부채 증가, 금융 증권화, 금융 세계화가 만들어낸 불건전한 발전으로 순환적 위기에 빠질 수 있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대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 전반에 드러난 민스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경제에서 미세조정은 불가능하다.
2. 투자 주도의 성장 의존 정책은 파괴적 불안정성과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
3. 복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실업을 제도화한다.
민스키는 대안으로 소비·고용 전략, 제도, 규제를 통한 불안정성 억제를 주장한다. 실천적 의제로는 (규모와 지출, 세제 측면에서) 큰 정부와 ‘인간적 사회를 향한 첫걸음인 인간적 경제’를 제시한다. 고용 없는 성장,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소득과 자본의 불평등,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 금융과 자산 가격의 불안정성에 노출된 우울한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뜨거운 대안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꺼내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다.
오성준 카오스북 대표 편집자 osjun@chao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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