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젊은 언론인 발굴해 지역언론에 보내고 급여까지 지원한다
[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14)]
지역언론인 교육·인건비 지원 단체 '리포트 포 아메리카'
언론인 600명, 지역언론 진출… 보도 건수 6만 건 넘어
"지역언론 없다면 민주주의 위협… 언론 외면? 충실히 보도하면 반응 온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편집자주 : 지역언론과 관련해 떠오르는 키워드는 생존과 고립이다. 지역언론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아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목을 매는 수익구조, 그로 인해 권력 감시 역할이 부재하고 관언유착으로까지 나아간다.
악순환의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지역민의 커뮤니티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지역의 다양성 구현도 실현 불가능하다. 지역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죽어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다.
국내 성공모델이 있긴 하지만 수십 년째 지역언론은 생존이 화두일 정도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뉴스 사막화'라는 이름으로 지역언론은 지리 멸렬하다. 위기 속 살아남은 매체의 공통 키워드는 지역민과의 연대다. 결국 지역민과 함께 어떻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미디어오늘은 미국 현지를 찾아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었다. 명쾌한 해법이 아닐지라도 고군분투 중인 지역언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언론인 지망생이 사라지고 있는 건 한국 언론이나 미국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지역언론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예비언론인들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 빠르다. 젊은 인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해당 산업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리포트 포 아메리카(Report for America)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7년 만들어진 비영리 기구다. 이 단체는 지역언론의 쇠퇴를 막기 위해 신진 언론인을 발굴하고, 인건비 지원을 통해 이들을 지역언론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구글·나이트재단·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 등이 초기 자금을 마련했으며,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기부했다. 개인 기부자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 결과 600명 이상의 젊은 언론인이 지역언론에서 일하게 됐다.
리포트 포 아메리카가 인건비 지원에 나선 이유는 지역 소식이 충분히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킴 클레망(Kim Kleman) 리포트 포 아메리카 전무이사는 미디어오늘과 서면인터뷰에서 “고연령 언론인이 은퇴하면 그들을 대신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며 젊은 언론인 양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킴 클레망과의 일문일답이다.
- 언론인 인건비 지원 단체는 흔하지 않다. 이 같은 조직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언론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지역언론이 수십 년간 의존해 온 지역광고 모델은 붕괴했다. 미국 지역언론은 침체를 겪고 있었다. 시민들은 지역사회와 관련한 신뢰있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지역언론이 쇠퇴하면 양극화가 확대되고,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우린 지역에서 활동하길 원하는 언론인을 발굴하고, 지역언론을 지원한다. 중개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1년 차에는 급여의 절반(최대 2만5000달러)을 지원하고, 2년 차에는 33%, 3년 차에는 20%를 지원한다. 미국 50개 주를 비롯해 워싱턴 DC, 괌,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340개 언론사에 600명 이상의 언론인을 배치했다. 또 지역언론에게 지역사회 내에서 기금을 확보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파트너십 종료 이후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자체적으로 신진 언론인의 직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언론사 배치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규모가 크거나 환경이 좋은 언론사에 지원이 몰릴 것 같다.
“우선 언론사가 어떤 지원자를 원하는지 정보를 얻는다. 언론사에 따라 데이터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할 수도 있고, 스페인어를 구사하거나 언론 소재지 출신을 원할 수 있다. 채용 공고에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역량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지원서를 받으면 줌을 통해 최종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3~5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해 언론사에 제공한다. 이후 지역언론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종 선발을 한다. 현재 다양한 언론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기반이 탄탄한 대형 언론사도 있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인 소규모 언론사도 있다.”
- 누구나 리포트 포 아메리카에 지원할 수 있는가.
“지역언론 근무 경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대졸 초임자의 경우 최소 1년간의 지역언론 인턴 활동, 대학 신문사에서 데스크 직책 수행 이력이 있어야 한다.”
- 프로젝트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어려운 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언론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 현재 지원자와 지원금은 가치 있는 지역언론을 모두 돕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언론과 지역사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 규모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여러 지원방법이 있을 건데, 인건비 지원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 소식을 보도하는 기자는 충분하지 않다. 대책은 명쾌하다. 지역 소식을 다룰 지역언론인의 발굴이다. 이들에게 교육, 멘토링 등 기회를 제공해 차세대 언론인이 미국언론을 이끌어 나갈 준비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언론 지원의 견인차 '리포트 포 아메리카'
리포트 포 아메리카 출범 이후 미국에선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단체가 다수 출범했다. 애틀란타에선 '그레이트 애클란타 커뮤니티 재단'(Community Foundation for Greater Atlanta)과 '시민 저널리즘 임팩트 펀드'(Civic Journalism Impact Fund)가 나왔다. 이들은 애틀란타 지역언론을 지원하고 있다. 뉴햄프셔 자선 재단(New Hampshire Charitable Foundation)은 지역신문 콩코드 모니터(Concord Monitor) 등 언론사를 지원하기 위해 2만50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또 콜로라도 미디어 프로젝트(Colorado Media Project)는 콜로라도 지역언론을 지원하고 지역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 리포트 포 아메리카가 미국 내 지역언론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인가.
“지역언론이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우리 기자들이 쓴 지역뉴스는 6만 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원자들이 없었다면 보도되지 않았을 내용이다. 언론사에 제공하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리포트 포 아메리카 협력 언론사가 지역사회에서 모금한 돈은 800만 달러에 달한다.”
- 미디어오늘이 만난 미국 지역언론 관계자들은 리포트 포 아메리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가.
“기금 모금 전문가를 추가로 고용해 지원할 계획이다. 더 많은 언론사, 지원자가 협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기자 지망생이 지역으로 가길 희망하는 경우는 적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상황은 어떤가. 그리고 이들이 지역언론으로 가는 것이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기자 지망생들이 진정한 언론인이 되고 싶다면,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지역언론에서 일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다만 지역언론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저널리즘 관련 일자리가 과거보다 감소했다. 저널리즘 전공을 원하는 학생은 줄어들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나이 많은 지역언론인들이 은퇴한다면 그들을 대신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직의 지식이 사라지게 되고, 지역언론이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 독자들이 지역언론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중앙 언론사에 관심이 쏠려 지역언론은 밀려나고 있다.
“지역언론이 지역사회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데도 독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가령 움푹 파인 구멍이 산재한 도로는 언제 수리되는지, 지역에서 이번 주에 결혼한 사람이 누구인지, 지방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등에 관한 보도가 나온다면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다. 지역언론이 지역민을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충실히 보도하면 독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지연언론은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권력자에게 책임성을 요구해야 한다. 또 주목받지 못한 지역사회 이슈를 재조명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한 언론의 첫걸음이다.”
지역언론 지원단체와 연대·협력
리포트 포 아메리카는 지역언론 진흥을 위해 미국 전역에 있는 십여 개 지역언론 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리포트 포 아메리카는 '다양성'을 중시한다. 인종 다양성이 충분하지 않은 언론사에 지원을 확대해 다양성과 포용성 등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리포트 포 아메리카는 연례보고서에서 “전통적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소외받는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의 경우 리포트 포 아메리카 같은 모델을 만들고 싶어도 후원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에선 지역언론에 후원하려는 사람들이 많은가.
“다양한 기관, 주·연방 정부 등은 지역언론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지역언론이 공직자에게 책임성을 요구하지 않으면 부정부패가 증가하고 투표율이 하락하게 된다. 오정보와 허위정보가 만연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지역언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그렇다고 해도 이 프로젝트는 후원자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후원자들은 탄탄한 지역언론이 자신의 이익에도 도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역언론의 퇴조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건 미국 내 여러 지역사회가 경험한 일이다.”
- 리포트 포 아메리카 같은 지역언론 지원 단체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사회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보다는 '미국 지역언론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다. 미국 지역언론이 탄탄하게 자리 잡아 우리 같은 단체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 리포트 포 아메리카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이다. 우린 '현재의 지역언론과 미래의 지역언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지역언론이 훌륭한 기자를 양성하도록 돕고, 기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미국 지역언론 기획취재팀 윤수현·윤유경·박재령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번역=주세진 번역사,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미국 뉴스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 목차
① 현실로 다가온 지역언론 위기와 뉴스 사막화
② 뉴스 사막화 속 지역신문과 멀어진 위스콘신 주민들
③ 130년 신문 폐간된 텍사스 발베르데, 사막화 극복 방법은
④ 위스콘신 지역언론이 뉴스 사막화에 대응하는 방법
⑤ 지역언론 위기에 확장으로 대응하는 '커뮤니티 임팩트'
⑥ 미국 지역언론 살리기 위한 노력들
⑦ 미국 지역언론 소멸 극복 방법, 한국에 대입한다면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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