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산율 1위 프랑스, 자녀 3명 소득세 40% 감면"

박지윤 기자 2023. 9.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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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 (왼쪽)과 남편 올리비에 뷜리 씨 (오른쪽) 〈사진=노선주 교장 제공〉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1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 프랑스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출산율은 2022년 기준 1.8명입니다. 프랑스는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등 출산 장려 정책으로 유럽과 북미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26년간 프랑스에 거주하는 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으로부터 몸소 느낀 프랑스 출산 장려책의 효과를 들어봤습니다.



"프랑스는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세금을 대폭 줄여줍니다" (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

2002년 프랑스 남성 올리비에 뷜리 씨와 결혼해 자녀 1명을 둔 노 교장은 "프랑스에서 중산층 이상은 대부분 자녀를 3명 이상 둔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가족의 21%가 자녀 수가 3명 이상입니다. 노 교장도 자녀를 많이 두고 싶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그렇지 못 했다고 합니다.

"연봉 1억5000만원 직장인, 자녀 3명 두면 같은 연봉 독신보다 세금 50% 덜 낸다"



소득세 감면과 다양한 현금 지원 정책은 프랑스 저출산 대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가령 한국에서는 연봉 1억5000만원인 직장인이 독신일 때는 소득세로 3156만원을 내고, 3자녀를 두었을 때는 2886만원을 냅니다. 자녀가 많아져도 세금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연봉이 같은 직장인이 독신일 때는 3156만원을 내지만, 3자녀를 두면 1559만원으로 세금이 50% 넘게 줄어듭니다.
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 〈사진=노선주 교장 제공〉

프랑스 정부는 출산과 육아를 위해 다양한 현금 지원도 합니다. 노 교장은 "우선 임신과 출산에 대한 병원비는 모두 무료"라고 말했습니다.

또 프랑스에서 연간 소득이 464만원 이하이고 자녀를 1명을 둔 가족이 아이를 낳으면 임신 7개월에 출생수당 136만원을 받습니다. 이어 기초수당(자녀3세까지), 가족수당, 가족보조금, 가족부양수당, 자녀 간호수당 등의 현금 지원이 소득수준과 자녀 수에 따라 매달 차등적으로 이뤄진다고 전했습니다. 또 휴직을 하거나 실직을 하면 부모 휴직 수당, 부모 실업 수당도 받을 수 있습니다. 노 교장은 "부유층은 절세를 위해, 저소득층은 현금 지원을 위해 아이를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어린이 데리고 온 부모는 배려 받아"



또한 프랑스에서 10살 이하 어린이가 어디서든 'VIP 대우'를 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교장은 "딸이 어렸을 때 르브르박물관에 같이 갔었는데,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줄을 어린이들과 유모차를 가진 부모들은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는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공항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모차나 어린이가 있다면 체크인부터 탑승까지 퍼스트클라스 손님보다 우선권을 누릴 수 있으며, 공공기관과 호텔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노 교장은 2005년 한국에 여름 휴가를 왔다가 국제교류연구원에 발탁돼 1년 동안 일하다가 프랑스로 돌아갔는데, "당시 매일 야근하면서 개인과 가정 삶은 없어서 친정에 맡긴 딸을 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근무시간 이후에는 가정 생활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노 교장은 "한국 회사에서는 집안 사정을 말하면 회사에 충실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일부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아프거나, 학부모 상담 등 사정이 있을 때 일찍 퇴근해도 눈총을 받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혜택이 없고 힘든데 아이를 왜 갖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는 출생 후 3개월부터 '크레슈'라고 불리는 어린이집에, 3살부터는 의무 교육이 시작됩니다. 다만 노 교장은 "크레슈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기다릴 때도 있고, 저렴한 만큼 시설이 한국 어린이집보다 못한 편은 아쉬움"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선주 교장의 딸 안느 양이 2009년 5살 때 유아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모습.〈사진=노선주 교장 제공〉

한편 노 교장은 "프랑스의 학교는 초·중·고 모두 오전에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는 여가 센터에서 체육과 예술을 즐긴다"며 "부모는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여성의 85%가 워킹맘이라는 겁니다. 이어 "프랑스에서는 의사나 교수 같은 엘리트가 존경받지만, 그들의 세후 실질 소득은 배관공 같은 자영업자와 큰 차이가 없어서 부모들은 아이를 꼭 엘리트로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며 "프랑스 교육은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사교육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은 한국과의 차이점이라고 노 교장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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