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이한별 "힘들었지만 큰 도움된 '절대소품', 강렬 데뷔만큼 오래 연기할 것"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 이한별을 만났다.
동명의 웹툰 원작을 시리즈화 한 '마스크걸'은 현재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에서 호평을 보내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을 연기한 신인배우 이한별은 웹툰을 찢고 나온 외모 싱크로율과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며 도대체 어떤 사람일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실제로 만난 이한별은 굉장히 차분한 분위기였다. 세간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도 자신만의 모드를 유지한 채 "이제야 저에 대해 관심 가져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는 이한별은 신인이어서 아직 인기가 뭔지 감이 안 오는 건지, 신인치고는 담대한 건지 모를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마스크걸'은 주인공 김모미를 3명의 여배우가 연기해서 더 화제였다. 성형 전의 김모미는 이한별이, 성형 후의 젊은 김모미는 나나가, 세월이 흘러 나이 든 김모미는 고현정이 연기해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비주얼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제작발표회 직전까지만 해도 성형 전의 김모미를 어떤 배우가 연기했는지는 철저히 비밀로 부쳐졌다. 제작진이 꽁꽁 숨기며 아껴온 이한별 배우의 존재였다.
김용훈 감독의 눈에 '운명'처럼 느껴져 오디션을 제안받았지만 그럼에도 무려 4개월에 걸쳐 확신을 주지 않은 채 '혹시 이런 훈련은 가능하냐?'며 무수한 과제를 던져주며 애간장 태우게 했던 오디션 과정을 견뎌낸 이한별은 자신이 '만찢녀'로 칭찬받을 거라는 걸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촬영을 하던 중 현장 스태프들의 반응을 통해 '어느 정도 웹툰의 모미와 닮아가나 보다' 예상은 했지만 작품 공개 이후 자신의 사진과 웹툰 모미의 이미지를 나란히 붙여 비교하는 많은 게시물을 보니 "진짜 닮긴 닮았구나 싶다"며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에 대해 이야기했다.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BJ로 활동하는 김모미의 이중생활을 표현하기 위해 김용훈 감독은 이한별에게 "한 사람이지만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해 달라. 회사원일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BJ일 때는 일상을 잊은 사람처럼 해 달라"는 디렉션을 했단다.
한 인물을 3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나마 회사원 김모미와 BJ 마스크걸이 완전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해 달라니! 이런 방향성을 가진 연출이었기에 시청자들은 변화무쌍한 김모미의 이중생활에 넋을 놓고 빠져들 수 있었던 것.
이한별은 "회사원일 때는 더 소극적이고 늘 피곤에 절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내뱉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인간 이한별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모습을 많이 반영해 김모미가 현실에 존재하는 회사원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요구가 있었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회사원 김모미와 비슷한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마스크걸이 워낙 판타지적이고 과감한 캐릭터다 보니 그에 대조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고.
회사원 김모미로 분장을 위해 광대가 도드라져 보이는 음영 메이크업을 강하게 하고, 나나와의 캐릭터 연결성을 위해 눈썹만 반듯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무채색의 의상을 주로 입었다는 이한별이다.
실제 만나기 전에는 실물이 곧 회사원 김모미의 모습이겠거니 생각했는데 현실에서의 이한별은 길쭉한 얼굴의 광대가 두드러진 웹툰 속 모미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역시, 이런 게 분장의 힘인 건가.
BJ 김모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본격적으로 분장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작품에서 보인 마스크가 수 차례 업그레이드 버전을 거친 결과물이었다고. 배우의 얼굴만큼이나 중요한, 제3의 등장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조되는 소품이었기에 제작진이 엄청나게 신경을 써서 제작했다고 한다. 이 마스크를 계속 쓰고 대사를 하고 연기를 했어야 하기에 배우의 편의를 위해 콧구멍을 뚫은 버전, 마스크 위에 약간의 장식을 한 버전 등이 만들어졌고, BJ '마스크걸'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눈화장 테스트를 하며 최적의 비주얼을 찾아갔다고.
가발에 마스크에, 총천연색의 화려한 의상까지. 모든 게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분장이었는데 이한별은 그중에 눈화장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쌍꺼풀 테이프도 붙이고 속눈썹도 풍성하게 붙이고, 오로지 눈에만 화려한 메이크업을 했는데 그리고 마스크까지 쓰면 눈을 깜박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하면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 손동작을 더해 연기를 해야 했고, 긴 대사를 할 경우 얼굴에 딱 붙게 만들어진 마스크 때문에 습기도 차고 숨도 막히기도 했다."며 보기와 달리 상당한 고충을 겪으며 촬영했음을 이야기했다.
신인으로 쉽지 않았던 많은 분량. 다채로운 표현 등 이한별에게 '마스크걸'은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스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물리적으로는 힘들었던 마스크 장면이지만 심정으로는 큰 도움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현장의 수많은 스태프들이 저를 위해 공을 들이시고 제 연기를 바라보며 숨죽이고 계실 때 가끔은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민망하거나 당황하는 내 표정을 들키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 조금은 과감하게 내지를 수 있었다"며 마스크 뒤에서 아주 잠깐이었지만 숨을 수 있었던 시간을 이야기했다.
'마스크걸' 속의 김모미는 대중에게 고민을 안기는 인물이었다. 단순하게 악인이라 하기엔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 그렇다고 선인이라 하기엔 동정받지 못할 부분도 있다. 이한별은 "이 역할이 선과 악을 떠나 보기 불편한 지점이 있으면 어려울 것 같아서 웹툰 원작에 비해 각색된 부분이 많다."며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밝혔다.
그러며 "저도 모미를 선한 사람 또는 악한 사람이라고 한쪽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또 모미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사건을 겪고 헤쳐가는 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모미의 인생이 도화지처럼 펼쳐지고 그 위로 많은 인물들이 오가면서 그들로 인해 계속 재평가되거나 새롭게 보이는 기준점이 되는 역할이다. 누구도 정의 내릴 수 없고 오히려 헷갈리는 인물로 남겨지는 게 이 역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마스크걸'이 여타의 시리즈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 작품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시청자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각자의 본능과 욕구를 향해 내달리는 캐릭터들의 열전으로, 멈추고 싶은 주인공에게 계속 달려드는 주변인물이 오히려 동력이 되어 '보기 싫은데 계속 보고 있다. 몇 번째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는 평을 듣고 있는 '마스크걸'이다.
너무 강렬한 데뷔였다. 데뷔작이 글로벌한 흥행을 했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얼굴을 알렸기에 오히려 다음 작품이나 캐릭터를 고르는데 부담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한별은 "저도 이런 고민을 해보고 있다. 이 역할로 데뷔할 거라 예상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예상이 안 된다. '김모미'가 아니라 다른 역할로 데뷔했다 하더라도 이런 고민은 해야 하는 것. 결국은 제가 연기를 계속하는 한평생 해야 하는 고민 같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저만의 길을 잘 만들어 가고 싶을 뿐."이라 말해 그녀의 행보에 대한 걱정은 기우임을 느끼게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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