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1%, 이부진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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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이건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을 일컫는 말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자녀들 가운데 외모적으로나 성격적으로 가장 아버지를 닮았기에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은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니라 맏딸인 이부진 사장 몫이었다.
이부진 사장은 국내 최고 재벌가의 맏딸이라는 후광, 귀티 나는 외모로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패션 또한 화제였다.
경영자로서 능력도 부족함이 없었다. 더불어 평사원과의 결혼은 대중에게 한층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혼과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등이 겹치며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한동안 대외 활동도 줄었다.
그랬던 이부진 사장이 지난 2월 24일 여성 최초로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되며 중책을 맡았다.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눈에 띄는 패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K-관광 이끄는 이부진, 김건희와 ‘투 톱’
특히 이부진 사장은 지난 5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홍보관에서 열린 ‘K-관광 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선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재계와 정계를 대표하는 여성이 나란히 선 것은 드문 일. 말 그대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부진 사장은 출범식에서 김건희 여사를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 사장은 “여사께서 해외 순방하실 때마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명예위원장으로서 K-관광 협력단 활동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신다면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가 한층 더 밝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사장과 김 여사는 이날 처음 만났지만 각각 블랙 슈트와 블랙 투피스로 의상 톤을 맞춰 입고 행사 일정을 소화했다. 이 사장은 삼성가 딸을 넘어 재계에서 손꼽히는 패셔니스타다. 김 여사 역시 정계 최고의 패셔니스타. 재계와 정계를 대표하는 패셔니스타가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다. 또한 ‘얼굴 천재’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를 맡아 함께 섰으니 취재하러 온 사진기자들은 이들을 향해 연방 플래시를 터뜨렸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2008년 설립된 민관 합동 조직이다. 초대 위원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대 위원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맡았다. 코로나19로 위원장 자리는 4년 넘게 공석이었다.
이부진 사장이 한국방문의해위원회 3대 위원장이자 첫 여성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그가 보유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국내외 관광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조적 리더십을 통해 2027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민관 협력의 초석을 다질 적임자”라며 이 사장을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2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방문의 해의 K-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 전략 간담회’에서 “문화예술·K팝·게임·공연·스포츠 등 K-컬처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묶어 전 세계에 판매하고, 항공·쇼핑·음식·숙박 등 관광업계의 역량을 결집해 K-관광이 우리 경제의 ‘퍼스트 무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호텔신라 사장으로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메르스 사태 때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중국을 직접 찾아 현지 여행사와 중국 관광 당국인 국가여유국, 외교부 관계자를 잇달아 면담했다. 최근에는 제주 관광 명소 소개를 위해 제주 동문칼국수를 찾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외모는 물론 경영 수완과 카리스마까지 이건희 선대 회장과 가장 닮은 자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리틀 이건희’. 실제로 이건희 선대 회장은 201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이번에 우리 딸들 광고해야겠다”고 말하며 두 딸인 이부진과 이서현의 손을 꼭 잡고 전시장을 찾았을 정도로 아꼈다.
다른 그룹과 달리 삼성은 딸에게도 경영을 맡겼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표적.
1970년생인 이부진 사장 역시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과장을 거쳐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부임하며 호텔신라에 자리를 잡았다. 2005년에는 상무, 2009년에는 전무로 승진했고, 2010년 12월에는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경영을 맡게 됐다.
당시 이건희 선대 회장이 이부진 사장에게 호텔 경영을 맡긴 뒤 두 달 동안 신라호텔에 묵으며 서초 삼성사옥으로 출퇴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건희 선대 회장은 호텔 경영과 관련해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일일이 일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렇게 부녀 사이가 좋았기에 2020년 10월 이건희 선대 회장의 영결식에서 슬픔을 참지 못해 오열하는 이사장의 모습이 몇 번이나 포착되기도 했다.
‘삼성가 장녀’ 이부진 사장은 외모는 물론 경영 수완과 카리스마까지
이건희 선대 회장과 가장 닮은 자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리틀 이건희’.
이건희 회장은 호텔 경영과 관련해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일일이 일을 가르쳤다고 한다.
호텔신라에서 빛난 경영 능력
호텔신라는 서울신라호텔, 제주신라호텔, 신라스테이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신라호텔은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국내 호텔 가운데 최초로 2년 연속 5성 호텔로 선정됐을 정도로 관리가 뛰어나다.
특히 이부진 사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한 것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하고 나서 내놓은 전문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 최고급 호텔인 신라호텔에 가기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숙박 브랜드를 만든 것.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비즈니스 숙박 수요가 많다는 점도 포착했다. 이 사장은 신라스테이에 배치되는 가구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직접 골랐을 만큼 신라호텔급 인테리어 느낌이 나도록 정성을 다했다. 신라스테이는 신라호텔의 서비스, 식자재, 레시피와 동일하게 관리되기에 비즈니스호텔 중 최상위 서비스를 자랑한다. 2023년 기준 전국 14개 지점을 운영 중이고, 지난해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100만 객실 판매를 돌파했을 정도로 이제는 호텔신라의 숙박 사업을 이끄는 중추로 올라섰다.
이부진 사장의 면세점 사업 성과는 호텔 경영보다 더욱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호텔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속도에 한계가 있다. 반면 면세점 사업은 수익이 불안정하지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 사장이 호텔신라를 키우기 위해 면세점에 한층 집중한 이유다.
이 사장은 ‘면세 한류’를 외치며 호텔신라의 면세점 해외 진출에 힘써왔다. ‘면세점이 한류 전시장’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
이 사장은 2010년 루이 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루이 비통이 속한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은 평소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인파가 몰리는 공항 같은 장소에 매장을 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2009년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그를 만나 끈질긴 설득 끝에 세계 최초로 루이 비통을 공항 면세점에 입점시킬 수 있었다.
이후 이 사장은 아르노 회장과 친분을 유지해왔다. LVMH그룹에 속한 프랑스 가방·트렁크 브랜드 모이나도 2016년 신라호텔을 국내 1호 단독 매장으로 선택했다.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홍콩에 이은 아시아 네 번째 매장이었다. 지난 3월 아르노 회장이 방한했을 때 이 사장은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아르노 회장을 만나 관계를 돈독히 했다.
이 사장의 승부사적 역량은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한층 돋보였다.
이 사장은 범현대가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합작이라는 엄청난 승부수를 던졌다.
선대로부터 지속된 최대 라이벌 관계인 현대가와 과감히 손잡은 것이다.
이 사장의 승부사적 역량은 2015년 펼쳐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한층 돋보였다. 15년 만에 서울에 면세점이 추가로 선정되는 사업이었기에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전쟁 같은 경쟁이 펼쳐졌다.
이 사장은 범현대가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합작이라는 엄청난 승부수를 던졌다. 선대로부터 지속된 최대 라이벌 관계인 현대가와 과감히 손잡은 것.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HDC신라면세점이라는 합작 법인을 세우고 현대산업개발의 용산 부지와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이는 30%를 웃도는 시장점유율로 불거진 독과점 논란을 차단하는 효과도 냈다.
2015년 7월 HDC신라면세점은 치열한 경쟁 끝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장은 면세점 심사 및 프레젠테이션 장소를 찾아 “면세점 특허를 따내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내 탓”이라며 임원들을 격려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진출 역시 이 사장의 역점 사업이다. 신라면세점은 2013년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면세점의 시계 매장 운영권을 획득했다. 이는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진출 시작점. 1년 만인 2014년에는 창이 국제공항의 향수·화장품 면세 사업권도 손에 넣었다.
2017년에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글로벌 1·2위 업체인 DFS, 듀프리를 꺾고 화장품, 향수, 패션, 액세서리 등 총 6개 매장의 사업권을 따냈다. 이를 통해 신라면세점은 아시아 3대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동시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운영하게 됐고 2018년 세계 면세점 매출 순위 3위에 오르면서 세계 3대 면세점이 됐다.
2023년 4월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도 호텔신라는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1·2구역은 물론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아우르는 DF3·5구역에서도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권 유효기간은 최대 10년에 달하기에 한층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평사원과의 결혼과 이혼 풀 스토리
하지만 2014년 10월 이부진 사장은 법원에 임우재 전 고문을 상대로 이혼 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냈다. 재벌가 딸과 평사원의 결합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씁쓸해하면서도 그동안 신분 차이로 겪었을 여러 어려움과 갈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많았다.
두 차례 이혼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2015년 2월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했고 2017년 1심과 2019년 고등법원 2심, 2020년 1월 대법원 3심까지 가는 기나긴 소송전 끝에 최종 이혼하게 됐다.
소송 과정을 통해 이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결혼 스토리도 언론에 알려졌다. 당초 임 전 고문은 1995년 2월 삼성물산 입사 후 사내 봉사 활동에서 이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고 알려진 것이 정설이었으나 이후 한 매체가 비보도를 전제로 말한 임 전 고문의 발언을 기사화했다.
임 전 고문에 따르면 그는 이건희 선대 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경호원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호원으로 일하다가 나중에는 이 사장의 경호원으로 일했는데, 이 사장이 몸이 안 좋아 심리적으로 임 전 고문에게 의존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이 먼저 임 전 고문에게 결혼을 제안했다고. 임 전 고문은 거절했지만 이건희 선대 회장이 결혼하라고 지시해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이건희 선대 회장이 이부진 사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먼저 결혼하는 것은 안 된다고 서둘러 결혼시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삼성가에서는 임 전 고문의 경력을 관리해야 하기에 유학을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겪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해 고생하다 아내와 부둥켜안고 펑펑 운 적도 있고 자살 시도도 두 번이나 할 정도였다”고.
결국 결혼 생활은 15년 만에 파탄이 났다. 6년간의 소송전 끝에 이 사장은 임 전 고문에게 141억여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고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갔다. 임 전 고문은 매월 2회 및 명절 기간과 방학 기간 중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받았다.
이 사장은 이후 학부모로서 아들의 각종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워킹맘으로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워킹맘으로서의 모습을 대중에게 꾸준히 어필하면서 세간의 인식도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 사후 정리되지 않는 미래
일단 상속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남긴 유산은 주식과 미술품,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 26조원에 달했다. 주식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 4,151만 9,180주(지분율 20.76%), 삼성전자 2억 4,927만 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 9,900주(지분율 0.08%), 삼성물산 542만 5,733주(지분율 2.86%), 삼성SDS 9,701주(지분율 0.01%) 등이었다.
법정상속 비율은 배우자 1.5, 자녀 1.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하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주식 유산상속세로 11조 366억원을 포함해 12조원가량의 상속세가 2021년 4월 용산세무서에 신고됐다.
이부진 사장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2조 6,000억원이었다. 홍라희 전 관장은 3조 1,000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조 9,0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2조 4,000억원을 부과받았다.
삼성 오너 일가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자 5년 동안 총 6회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방식을 선택했고, 지난 4월 절반인 3회 납부가 완료됐다.
상속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 신용 대출을 받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야 했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세 모녀는 기존 2조원 규모 주식담보 대출에 이어 최근 주식담보 대출 2조원을 추가로 받았다. 추가 주식담보 대출은 홍라희 1조 4,000억원, 이부진 5,170억원, 이서현 1,900억원 등이었다. 이부진 사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 150만 주를 팔았다.
현재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물산 1,166만 2,168주(지분율 6.19%), 삼성전자 5,539만 4,044주(지분율 0.93%), 삼성전자 우선주 13만 7,755주(지분율 0.02%), 삼성SDS 151만 1,584주(지분율 1.95%), 삼성생명 1,383만 9,726주(지분율 6.92%) 등이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주식이 1주도 없다. 호텔신라는 삼성생명(7.3%),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삼성카드(1.3%) 등이 주요 주주다. 평생 호텔신라를 위해 일했지만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아닌 삼성그룹에 속해 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을 중심으로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가 똘똘 뭉쳐야 삼성그룹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기에 결국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따로 떼어내 홀로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의 패셔니스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주총 패션'은?
공식 석상에서는 블랙과 화이트 등 무채색 계열 옷을 즐겨 입는 것으로 파악된다. 밝고 튀는 컬러의 옷을 입은 경우는 많지 않다. 액세서리는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귀고리와 시계 가운데 딱 하나만 착용하고 백을 하나 드는 경우도 많다.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고 커리어 우먼 룩의 전형이기도 하다.
공식 석상에서는 블랙&화이트 패션
지난 3월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 일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부진 사장의 패션이 화제였다. 이 사장은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아르노 회장 일가를 영접했는데, 블랙&화이트 조합의 하운드투스 체크 재킷을 착용했다. 이 재킷은 LVMH그룹 산하 브랜드인 디올 제품으로 베스트 포함해 가격은 약 500만원이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에 매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한다. 이른바 ‘이부진 주총 룩’은 매년 화제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블랙 재킷과 스커트로 우아한 룩을 선보였다. 여기에 블랙 스타킹과 구두를 신고 골드 컬러의 귀고리와 벨트, 시계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블랙 재킷은 구찌의 ‘소프트 울 실크 재킷’으로 가격은 500만원 후반대다. 이 재킷에는 탈착이 가능한 ‘G버클 와이드 레더 벨트’가 포함돼 있다. 벨트만 따로 구입할 경우 해외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격은 830달러(100만원)다. 하의는 구찌의 ‘울 모헤어 스커트’로 가격은 200만원대다.
이 사장은 2020년과 지난해 주주총회에선 영국 럭셔리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의 옷을 입어 주목받았다. 2020년 주주총회에서는 알렉산더 맥퀸의 흰색 정장 위에 알렉산더 맥퀸 케이프(소매가 없는 망토 스타일 코트)를 걸치는 패션을 선보였다. 당시 제품 판매가는 259만원이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입었던 알렉산더 맥퀸의 블랙 재킷과 팬츠는 2022 S/S 컬렉션으로 선보인 대표 제품 ‘지퍼 재킷’으로 국내에서 300만원대에 판매됐다.
가족 행사에도 블랙&화이트 패션이 포착된다. 다만 올 블랙보다는 화이트 톤이 가미된 코트를 즐겨 입는다. 학부모 행사에서는 화이트 룩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아들의 초등학교 학예회에 참석했고, 2020년에는 초등학교 졸업식, 올해는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올해 졸업식에는 크롭트 트위드 재킷에 여유로운 핏의 부츠컷 데님 팬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 트위드 재킷은 프랑스 명품인 샤넬 2019 F/W 제품으로 재킷 소매와 밑단 부위의 프린지 디테일이 돋보인다.
패션과 더불어 아들 사진을 찍을 때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스마트폰도 화제였다. 해당 제품은 ‘갤럭시 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으로 삼성전자가 2020년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해 5,000대 한정판으로 출시한 스마트폰이다. 출고가는 269만 5,000원으로 당시 고가 논란에도 완판됐다.
사람들이 의류와 더불어 가장 주목하는 이부진 패션은 지갑과 백이다. 2010년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들고 있었던 에르메스 손지갑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완판될 만큼 화제였다.
지난 2월 아들 졸업식 때 들었던 든 심플한 가죽 소재 가방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할리우드 하이틴스타 출신 애슐리 올슨과 메리 케이 올슨 쌍둥이 자매가 2006년 론칭한 미국 패션 브랜드 더로우의 제품으로 가격은 200만원대로 알려졌다.
같은 달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 정준선 KAIST 교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도 가장 큰 화제는 ‘이부진 백’이었다. 프랑스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 데스트리의 ‘건터 파스망트리 백’이었는데, 디자인부터 구조까지 처음 보는 제품에 로고도 없다 보니 사람들이 확인하느라 바빴다는 후문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550유로에 판매되는데, 한정 운영된 국내 팝업 매장 공식 판매 가격은 95만 8,000원이었다.
귀티 나는 이목구비 ‘관상도 좋네’
관상학으로 보면 어떨까? 이 사장이 가장 호평받는 눈은 관상의 핵심이다. 허영만의 만화 <꼴>의 감수자이자 영화 <관상>의 자문을 맡았던 유명 관상가 신기원 씨에 따르면 눈은 관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아주 큰 부자가 되려면 눈이 잘생겨야 한다는 것. 신기원 씨의 수제자 김용남 씨는 이 사장의 이목구비를 놓고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아버지 이건희 선대 회장의 기운을 다 가진 관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주(四柱)는 어떨까? 이부진 사장은 1970년 10월 6일생이다. 사주명리학에 따르면 사주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 4가지를 가지고 4개의 기둥을 세운다는 뜻이다. 4개 기둥에 각각 두 글자씩 여덟 글자가 있어 이를 팔자(八字)라고 한다. 태어난 날은 일주라고 하는데, 사주에서 일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주가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일주가 60일마다 순환하는 구조로 돼 있어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60가지 일주가 존재한다.
이를 정리한 만세력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의 일주는 기미일주(己未日柱)에 해당한다. 기미일주는 추진력과 끈기가 강한 성격이 많다고 한다. 반면에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좀 부족하다.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효자와 효녀가 많은 대표적 일주라고 한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이승용(프리랜서) | 사진 :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호텔신라·대통령실 제공, 데스트리·알렉산더 맥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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