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 척"···대기업 '최악의 그린워싱' 광고는 [지구용]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짙어지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바로 그린워싱, 이른바 위장환경주의인데요. 실제로는 전혀 환경적이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환경을 보호하는 척 하는 걸 뜻합니다. 이런 그린워싱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방식이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연구를 하긴 했는데 이걸 엄청 과장해서 홍보한다든가, 소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나름 일리있는 말을 하면서 기업들 본인은 별 노력을 하지 않는, 즉 책임 전가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그린워싱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국내 대기업 중 공식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인 곳 399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1년 간의 게시물을 분석했는데요. 특히 시민이 497명이나 참여해 뜻 깊어요. 약 500명의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적발한 국내 대기업들의 그린워싱, 지금부터 하나하나 소개해드립니다.
자, 먼저 그린피스에서 그린워싱으로 판별하는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하버드대학교와 알고리즘투명성협회(ATI)에서 진행한 소셜미디어 속 그린워싱에 대한 선행조사를 배경으로 그린워싱의 유형을 구분하고 일부 유형은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했는데요. 아래 세 가지 기준을 사용했다고.
①자연이미지 남용(Nature-rinsing)
울창한 숲에 서 있는 SUV처럼 광고에 푸르른 숲이나 투명한 바다 등 자연 이미지를 사용했지만 정작 제품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경우. 특히 그런 이미지와 더불어 '친환경' 'ECO' '지구를 위한' 등의 문구를 사용한다면 빠져나갈 구멍 없는 그린워싱.
②녹색 혁신 과장(Green Innovation)
친환경 및 저탄소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면 이 역시 그린워싱입니다. 물론 기업이 녹색 혁신을 하는 건 칭찬할만한 일이에요. 하지만 100의 오염을 배출해 놓고는 0.01을 친환경적으로 바꿨다고 해서 '우리는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건 좀 양심이 없죠. 이런 타입의 경우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합니다.
③책임 전가 (Responsibility shift)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 개인에 책임을 전가하는지 여부. 요즘 플로깅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등 개인의 친환경 실천을 장려하는 이벤트가 참 많죠.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기업인데, 개인이 변화하면 된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여기에 쓸모없는 기념품까지 준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이벤트가 됩니다.
이런 기준을 갖고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399곳 중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업로드한 기업은 165곳(41.35%)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게시물은 총 650개로 집계됐고요. 가장 많은 그린워싱 유형은 자연이미지 남용이었고 이어 책임전가, 녹색 혁신 과장 순이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제보된 사례 가운데 그린워싱이 매우 심각한 게시물을 선정하는 투표도 진행했습니다.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먼저 롯데칠성음료의 생수 제품 광고(사진 첫 번째)가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로 뽑혔습니다. 사라져가는 동물을 알리기 위해 멸종위기종 디자인을 라벨에 삽입했다는 설명만 있을 뿐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로 인해 해달, 바다표범, 펭귄과 같은 해양생물이 피해를 받는다는 정보는 누락됐습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장본인으로 친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삼성스토어의 에어컨 광고도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로 뽑혔습니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임에도 자사가 만든 마크를 달아 마치 공인 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1회용 건전지를 쓰는 대신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리모컨을 강조하지만, 이미지 하단에 매우 작은 글씨로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고 USB-C타입 충전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해외 배송사업을 홍보하는 한진의 게시물도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로 뽑혔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석유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전년도에 비해 2.5%(2억6800만톤) 증가했고, 증가량의 절반은 항공산업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다른 설명도 없이 비행기와 숲 이미지를 연결시켜 친환경처럼 이미지를 만들고 #Eco-friendly라는 해시태그까지 달았죠. 더 많은 그린워싱 사례는 그린피스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그린워싱 보고서 전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린워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인데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에서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사례 4940건 가운데 99.8%가 법적 강제력이나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대요. 반면 다른 국가들은 그린워싱을 엄벌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2021년부터 화석 연료의 마케팅 및 판촉을 금지했어요. 탄소 중립이란 표현도 함부로 쓸수 없고, 근거 없이 이런 문구를 사용하면 최소 10만 유로(한화 약 1억4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요. 호주는 지난 7월부터 친환경 주장이 허위이거나 소비자가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최대 50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 그린피스에서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 의무화' 헌법 소원을 추진 중입니다.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 응원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린피스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구용 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탈퇴한다니 아킬레스건 끊어버린 중국인 보이스피싱 종책 일당
- 주유하다 담뱃불 '칙'…'당장 꺼라' 말리자 욕설한 20대男
- 유모차에 보여 엘베 잡아줬더니…배려 당연시하는 태도에 '황당' '이게 맞나요?'
- '이제 차에서 아무것도 못 하겠네'…자동차, 정치적 견해·성생활까지 모두 '수집'
- '면허취소' 이근, 무면허로 경찰서에 차 몰고 갔다가 딱 걸렸다
- 현영도 당한 600억대 ‘상품권 사기’…“돈 돌려주려했다”는 카페 운영자
- ‘길고양이들과의 전쟁’ 선포한 호주…“멸종위기 동물 피해 커”
- 출생률 3명 다시 눈앞…'애 좀 그만 낳으세요' 호소하는 이 나라
- 지하철역서 비틀대다 선로로 '툭'…60대 구하고 쿨하게 떠난 사람들
- 빌 게이츠, 트랜스젠더 협찬해 매출 급감한 맥주 회사 지분 인수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