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핵무기 이어 해군 챙기는 김정은…동해에 파고 높아지나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절대위력을 가지는 핵탄두와 운반수단인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일 '해군 챙기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해군력은 전투함정 420여척, 지원함정 40여척, 잠수함정 70여척 등으로 남한보다 수적 우위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함정은 낡고 오래돼 질적으로 우리 해군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 금강산 관광에도 이용된 장전항은 북한의 대표적인 군항이다. 남측 관광객들에게 목격된 북한 군함들은 작고 노후해 군사적 위력을 거의 상실한 모습이었다.
6·25전쟁의 영향으로 북한은 지상군 중심의 군 체계를 갖췄다. 육군 병력은 110만명으로 추산돼 남쪽의 3배를 넘는다. 그러나 해군 병력은 6만명에 불과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도 그동안 시찰과 현지지도를 통해 지상군 병력을 먼저 챙긴 게 사실이다. 최근 김정은의 해군행(行)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 해군을 세계적인 해양 강국의 군종집단으로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연안방어와 해상경계근무, 해상공격작전수행에 필요한 여러종의 각이한 현대적 함정들을 계획적으로 무어 해군에 속속 취역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군절(8.28)인 지난달 27일에는 딸 주애와 함께 해군사령부를 찾아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하여 앞으로는 육, 해, 공군이 해, 육, 공군이라고 불리워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는 립서비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해군의 전투력을 급속도로 향상시키는 비결은 무장장비의 현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실전환경에서 실용적 실동훈련을 알속(실속)있게 진행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사령부 방문에 이어 해군함정에 사용되는 선박 엔진 등을 생산하는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고 "(기업소는) 우리 해군무력을 강화하는데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심을 밭고 있다"며 군수생산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낙후한 북한 해군의 선박을 개선하는 데 있어 이 공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앞으로 다양한 군함 생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하고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는 경비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처럼 북한이 해군력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군사훈련이 해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해군사령부 연설에서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실행에 착수했다"며 "지금 조선반도 수역은 세계 최대의 전쟁장비집결수역,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위험수역으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한미일 해군은 지난달 제주 남방해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상정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는데 지난 7월과 4월, 2월, 작년 10월에도 같은 훈련을 실시했다. 이들 훈련에는 3국의 이지스함이 동원됐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파견된 가운데 동해에서 한미일 해상훈련을 했는데 대잠수함전 훈련 등이 이뤄졌다.
훈련은 북한의 공격을 가정하고 방어를 목적으로 치러졌지만, 북한은 북한에 대한 공격용 훈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지난달 열린 11차 모스크바 국제 안보회의에서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국방무관이 대독한 연설을 통해 "미국이 올해 초부터 핵추진잠수함과 전략폭격기, 핵항공모함 전단 등 대규모 전략핵 수단을 한국에 배치하고 우리와의 전면전을 상정한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이어 실시했다"며 "이들은 규모와 강도, 기간 등에서 전례 없는 훈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해군력 강조는 해양지배력이 강한 미군의 접근을 거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순항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미국의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더해 해군력을 강화함으로써 접근거부전략을 심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활동은) 최근 한미일 대북 태세 강화에 대응한 '북한식 반접근' 메시지"라며 "'해일', 전략순항미사일, SLBM 등 전술핵의 해군 배치 임박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노후한 해군력으로 한미일 3국에 맞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북한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훈련에 맞서 중국, 러시아와 손잡는 형태의 공동전선 구축을 염두에 두고 해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미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중심으로 육상에서도 합동군사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주둔하는 외국 병력이 없고 외국 무장병력의 진입에도 극히 부정적이다. 연합훈련이 해상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중국은 6·25전쟁이 끝난 뒤 120만명에 달하던 인민지원군 중 약 25만 명 정도만 북한에 장기주둔을 위해 잔류시키고 나머지는 1955년 말까지 철수시켰으나, 이후 2년 만에 북한과 나머지 병력의 완전 철수에 합의하고 1958년 말까지 철군을 완료했다. 1956년 8월 종파사건 등을 겪으며 중국의 내정간섭에 반감을 가진 북한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의 해군 강조는 미국과 갈등관계를 이어가는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고 해상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거리 훈련을 위해 해군력은 필수적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북한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며 연합훈련이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7월 열린 북한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부처 전직 고위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동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일본 열도 포위 및 돌파훈련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참가할 해군력의 수준은 낮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북중러 합동훈련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은 2015년 이후 강화하는 모양새로 실제 2014년 이후 양국이 36차례에 걸쳐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에 동해와 동중국해, 서태평양에서 '제6차 연합 공중 전략순찰'을 실시했으며 7월 초에는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 소속 호위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연합훈련을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가세로 향후 북중러 3국 군사훈련이 동해상에서 빈번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한미일 대 북중러'의 무력시위로 동해에서 위기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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