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24) 판자촌 성자 하 안토니오 신부

차근호 2023. 9. 9.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전쟁 직후 부산을 찾아 판자촌 빈민을 도운 하 안토니오 몬시뇰은 '판자촌의 성자'로 불린다.

1922년 독일에서 태어난 하 안토니오 신부는 36세 때인 1958년 7월 5일 부산으로 왔다.

하 신부는 부산 남구 감만동 '동항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한 후 가난한 사람들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구호 활동에 매진한다.

하 신부는 피란민 구호와 교육 의료 사업 등에 58년 동안 간을 헌신하다가 2017년 94세에 부산에서 선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아 데려와 키우고 기술학원도 설립…58년간 구호·교육·의료사업 매진
하 안토니오 신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한국전쟁 직후 부산을 찾아 판자촌 빈민을 도운 하 안토니오 몬시뇰은 '판자촌의 성자'로 불린다.

1922년 독일에서 태어난 하 안토니오 신부는 36세 때인 1958년 7월 5일 부산으로 왔다.

36세라는 늦은 나이에 신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독일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세계 2차대전 때 군인이었던 하 신부는 적군에 사로잡혀 3년 8개월간 포로 생활을 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깨달은 뒤 신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후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서 빈민들을 돕겠다는 결심을 한 뒤 바다를 건넜다.

하 신부는 부산 남구 감만동 '동항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한 후 가난한 사람들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구호 활동에 매진한다.

미군 원조품인 옥수수와 밀가루, 독일에서 보내는 옷가지를 나눠주는 일부터 시작해 한국전쟁 이후 5만여 명의 피난민이 살았던 우암동 판자촌 일대 사람들의 먹고 입는 일과 질병 치료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식량 배급을 다니다가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소아마비 여자아이와 시각장애 소년 등 7명을 데려와 사제관에서 직접 키우며 돌보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하 신부는 행려자나 거동이 불편한 걸인들을 모아 돌보는 '사랑의 집' 사업을 하기도 했다.

1965년에는 후원받은 재봉틀 10대를 기반으로 기술학원을 설립했다.

이것이 지금은 부산문화여고로 이름을 바꾼 한독여자실업학교의 모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신부는 1977년 2월 조산원을 열어 1992년 2월까지 2만여명의 신생아 출산을 돕기도 했다.

1980년부터 어린이날마다 그 해 태어난 아기와 어머니를 초대해 '어린이 대잔치'를 열어 주는 등 신생아 및 어린이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하 안토니오 몬시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하 신부의 사회 공헌에는 어머니의 뒷받침과 사랑도 있었다.

하 신부 어머니는 외아들인 하 신부를 한국으로 보낸 뒤 1964년 자기 집과 재산을 처분해 '사랑의 집' 건립비로 기부하고, 자신은 독일의 시립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 신부는 피란민 구호와 교육 의료 사업 등에 58년 동안 간을 헌신하다가 2017년 94세에 부산에서 선종했다.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하 신부를 가톨릭교회 명예 고위 성직자인 '몬시뇰'에 임명했다.

2015년에는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9일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하 안토니오 신부는 한국인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이해하며 도움을 주셨던 분"이라면서 "우암동 피란민 중 신부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피란민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