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기만?···北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 위력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수직발사관 있는 미사일데크 비정상적
SLBM 발사 플랫폼···전술핵 위협 우려
김정은, ‘마지막 퍼즐’은 핵추진 잠수함
북한이 정권 수립 (9월9일)75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발을 탑재해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하다고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주체적 해군 무력강화의 새시대, 전환기의 도래를 알리는 일대 사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당의 혁명 위업에 무한히 충직한 영웅적인 군수노동계급과 과학자, 기술자들은 우리 식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해 (북한 정권) 창건 75돌을 맞는 어머니 조국에 선물로 드렸다”고 보도했다.
함명은 ’김군옥영웅함’(제841호)이다. 함명인 김군옥은 6·25전쟁 초기 주문진해전 때 북한군 지휘관이다. 북한 정권은 당시 북한 해군이 어뢰정으로 미 7함대 중순양함을 격침하는데 공을 세운 김군옥을 전쟁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다.
북한이 새로 건조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으로 추정된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함상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관을 갖추고 있다. 작은 발사관이 6개, 큰 발사관이 4개 있는 것으로 식별됐다.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에는 SLBM 발사관이 없지만, 로미오급을 개량하면서 함상에 발사관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잠수함에선 SLBM과 함께 핵어뢰 ‘해일’ 등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역시 “기존 잠수함(로미오급)을 개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열린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리병철 노동당 비서,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진수식 축하연설에서 “오늘 진수하게 되는 제841호 김군옥영웅함 저 실체가 바로 지난 해군절에 언급한 바 있는 우리 해군의 기존 중형 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술핵공격잠수함 건조가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전력에 대항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수십년간 공화국에 대한 침략의 상징물로 인이 배겨 있던 핵공격잠수함이라는 수단이 이제는 파렴치한 원수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위혁(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적인 우리의 힘을 상징하게 됐다”며 “그것이 세상이 지금껏 알지 못한 우리 식의 새로운 공격형잠수함이라는 사실은 진정 우리 인민 모두가 반길 경사가 아닐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보유한 중형 잠수함도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공격형 잠수함으로 개조하겠다고 했다. 기존 잠수함과 새 잠수함 모두 무장체계와 잠항능력을 개선해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잠수함에서는 동력체계와 잠항속도, 항해장비수준 등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통칭 작전능력으로 평가되지만 또한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으로 되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라며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인 잠항작전능력을 향상”시키겠다며 전술핵공격잠수함에 이어 핵추진잠수함도 건조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는 2019년 7월 김정은이 신형 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한 뒤 약 4년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해군력 과시를 위해 잠수함 개발 성과를 과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연 북한의 최신형 전술핵공격함잠수함 위력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설계 자체가 무리수가 많은 기이한 형태”라는 공통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설계 등 측면에서 실효성도 없는 희한한 잠수함 같다”며 “10개 발사관에서 나가는 SLBM을 그 작은 잠수함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실전용으로 충분히 테스트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수직발사관이 있는 미사일데크는 비정상적으로 높게 설치돼 있고, 선체 직경이 작은 로미오급에 미사일 발사관을 여러개 붙이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탓에 잠수함의 전반적 내구도와 수중 정숙 주행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잠수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체 직경이 매우 작은 로미오급을 무리하게 탄도미사일 발사함으로 개조하면서 함교 후방에 미사일 데크를 장착하는 기이한 설계 방식을 택했다”며 “이로 인해 수중에서의 정숙성이 매우 취약할 것으로 보이며, 미사일탑재부가 발사 압력을 견딜 만큼 충분한 강성을 가졌는지도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잠수함 함장을 지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잠수함을 새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로미오급 잠수함을 길게 늘이다 보니 폭은 그대로인데 길이(전장)가 길어졌다”며 “김군옥 영웅함은 장폭비가 적정 비율을 넘어서 물속에서 기동성과 안정성이 굉장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도 이번에 공개된 잠수함은 정상운용 모습이 아니라며 평가절하 했다. 군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외형 분석 결과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함교 등 일부 외형과 크기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기만하거나 과장하기 위한 징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은 연합 감시 자산을 이용하여 북한의 잠수함 진수 활동을 사전에 한·미 공조 하에 추적해 왔다”며 “유리한 것을 공개하고 불리한 것은 숨겼을 텐데, 불리한 것을 분석했을 때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군옥 영웅함은 대외 과시용인가?
북한이 일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는 성공했지만 SLBM 1발 탑재가능한 신포급잠수함은 운용성이 떨어지는데다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기술력이 부족해 오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은 편법으로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기괴한 형태의 중형잠수함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교수는 “김 위원장은 2021년 핵잠 건조를 선언했지만 기술력 한계가 노출되자 핵잠 건조에 참여한 기술자들을 왕창 징계했으며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통해 핵잠기술을 전수받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따.
게다가 김군옥 영웅함은 진수식 후 6개월∼1년 간의 시운전 기간을 거쳐 안정성이 확보된 뒤에야 수중 무장발사 시험을 할 수 있다. 시운전 기간 물 속에 제대로 들어가 운항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며,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한 적이 없어 전력화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북한의 주장처럼 전술핵잠수함으로서의 위력을 가졌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군옥 영웅함의 과시는 북한이 기술적 재정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북한이 북러 협력을 통해 획득하려는 기술중 원잠(핵잠)이 포함됐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에 함상에 발사관 10개를 설치한 것부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북한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중형 잠수함을 전술핵미사일 발사용으로 개조할 경우 3~4개 정도의 발사관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이는 결국 김정은의 조바심을 방증하는 측면이 강해 기괴한 설계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두 차례 연속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고, 곧바로 10월 재발사를 예고할 만큼 국방력 입증에 다급함을 드러냈다. 지난달에도 북한은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2형’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북한의 발표가 과장되고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일축했다.
게다가 김정은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직접 제시한 5대 국방 과업 중 하나인 핵추진잠수함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번에 김군옥 영웅함을 공개하며 김정은이 다음 수순으로 핵추진잠수함을 또 예고한 것도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더딘 개발 속도로 인한 조급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산 무기 거래가 논의된다면 북한이 러시아 측으로부터 핵추진잠수함 등 미진한 분야에서의 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이라 주목된다.
분명한 건 북한이 SLBM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중형잠수함을 진수함에 따라 해상에서의 ‘전술핵 위협’이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공개된 사진에서 보면 선수쪽에 북한이 개발한 핵어뢰 해일 등을 발사할 수평 어뢰 발사관 4~6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추진잠수함이 아닌 디젤잠수함에 핵무기 탑재를 시도 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돌핀급에 이어 북한이 두번째로 판단되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주력 잠수함인 로미오급 함정의 개발 속도다. 2019년 7월 김 위원장이 로미오급 잠수함을 보며 신형 잠수함 건조를 지시한 뒤 4년 만에 개량형 로미오급 중잠수함을 완성했다.
따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공개된 전술핵공격잠수함이 전력화에 성공하면 동해상에서 우리의 주요 시설뿐 아니라 미국 괌기지와 일본 주일미군기지 등을 미니 SLBM , 북극성-3·4·5 ㅅ형,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 등으로 수중에서 직접 발사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의 다음 목표는 핵추진 잠수함이다. 북한은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을 전술핵 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지칭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서도 이 잠수함이 ‘기존중형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지칭한 것은 기존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이러한 형태로 개조하여 실전배치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주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 기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핵잠수함 43척을 포함해 64척을 보유한 잠수함 강국이다. 북한은 2021년 대우해양조선 등 국내 업체를 해킹해 잠수함 설계도면 등 자료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기술은 습득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무기 거래 대가로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습득한다면 한미 군 당국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이전된다면, 한국형 3축 체계 등 대북 핵·미사일 방어망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한미는 주한미군의 사드와 패트리엇, 천궁 등으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 지상이 아닌 동해 등 측면에서 날아오는 SLBM이나 전략순항미사일 등에는 취약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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