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7나노 자력 생산, "전 세계 발칵"…향후 쟁점은?

이인준 기자 2023. 9.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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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美 전방위 제재 뚫고 첨단 반도체 개발 성공
부품 자립화 90% 이상…"삼성·SK하닉 긴장해야" 경고음
美中 갈등에 韓 반도체 '고립무원'…美 규제 회의감도 커져
[서울=뉴시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속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5세대(5G)' 통신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 발매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사진. <사진출처: 화웨이 공식 사이트> 2023.09.04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전방위적인 견제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의 기술 자립 추세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중 갈등의 여파가 주변국과 기업들로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제재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와 "중국 고립화가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돼 혼돈 양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메이트60 프로'는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사용됐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인데, 이 '기린 9000' 칩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생산을 맡았다.

중국 자립화 90% 이상…"미국은 필요 없다"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메이트50 프로의 공급업체는 약 70~80개로, 부품의 90% 이상을 중국 현지 공급업체가 제조한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와 제조장비 규제에도 자력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 메이트60 프로 제품을 분해해 리버스엔지니어링(역공학)으로 기술을 추적한 테크인사이츠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제품이 원가 경쟁력이 다소 떨어져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내수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긴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화웨이가 3년 만에 출시한 이 스마트폰은 중국 내 '애국소비' 심리를 자극하며 판매가 늘고 있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출시 이후 메이크60 프로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 출하계획은 20% 증가한 550만~600만대에 달한다"며 "화웨이의 부인할 수 없는 영향력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 매체들도 이번 스마트폰의 개발 성공을 '기술 전쟁의 승리'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규제를 우회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자찬했다. 또 "중국의 높은 수준의 기술 자립과 자력 강화 경향은 되돌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시련이 결국 우리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中 제재 수위 높이자"…中도 반격 태세

중국에 허를 찔리자 미국 내에서는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 공화당 내 대중(對中) 매파인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상무부는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에 내장된 반도체 칩은 미국 기술 없이는 생산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SMIC가 수출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SMIC 7나노 공정이 적용된 기린9000s(Hi36A0) 칩 광학 사진(왼쪽)과 7나노와 일치하는 비트 셀 크기를 확인하는 웨이퍼 끝단. (사진=테크인사이츠) 2023.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미 의회는 화웨이 최신폰에 탑재된 7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를 생산한 중국 SMIC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웨이 신제품에서 발견된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서 신고하고 자체적으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외국산 기기를 업무용으로 쓰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블룸버그도 중국이 아이폰 등 금지 조치를 국영기업과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韓 기업 불똥 우려…美 규제 회의론도 커지는 중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를 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고 7나노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인정할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7나노 공정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위에 올라온 만큼 미국과 동맹국이 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대중국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송명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스마트폰 관련해 미국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판매를 더 구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규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네덜란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유럽과 미국의 규제에 직면하면 얼마든지 해결책을 찾을 것"이며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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