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언제까지 통화정책 발목 잡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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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 전에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도 정부가 PF 공급을 늘리는 것에 부정적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압도적인 공급이 아니라면 공급이 집값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늘린다며 돈을 푸는 진짜 이유가 PF 시장을 살리기 위한 자금 공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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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 전에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도 아닌데 정부 발걸음이 왜 빨라졌을까. 공급 부족이 나중에 집값을 또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는 걱정이 명분일 것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가 입주를 시작하는 때까지 앞으로 5~6년간 수도권에 이렇다 할 신축 공급이 없을 환경인 것은 맞는다. 박근혜 정부에서 택지 개발을 중단한 여파로 당장 준비된 공공택지가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결과로 민간에서도 진행 중인 정비사업이 많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 사업도 많아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고, 고금리와 원가 상승,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친 결과다. 실제로 정부가 목표로 한 공급 계획에 이미 큰 차질이 생겼다.
정부가 1년 전 밝힌 공급 목표는 5년간 270만 가구다.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50만 가구 이상이 공급돼야 한다. 현실은 인허가는 7월까지 20만7000가구, 착공은 10만2000가구에 그친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달성할 주된 수단으로 막혀 있는 PF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 주도로 PF 공급을 늘리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정부가 부동산 때문에 자꾸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미 상반기에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풀었다. 그 결과로 겨우 줄이는 데 성공한 가계부채는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 2분기 한국의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10조원 이상 늘며 1862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인데 주택담보대출이 14조1000억원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통화당국은 이미 강한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에서 “이 속도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미시적 정책으로 풀었던 것을 환수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거듭 경고하는 중이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도 정부가 PF 공급을 늘리는 것에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과 한은 통화정책의 엇박자가 계속 이어지면 결국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그 여파는 경제 전반에 미친다.
부동산 수요와 공급을 차례로, 그것도 금융이라는 같은 수단으로 조절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는 점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대출을 풀어 부동산 수요를 늘렸고 그 결과로 집값이 올랐다. 그런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집값이 오를까 봐 또 돈을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상황에선 주택 공급 확대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압도적인 공급이 아니라면 공급이 집값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실제로 부동산 상승기에 집값을 먼저 끌어올린 건 드문드문 나오는 신축 아파트였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대책의 탈을 쓴 PF 대책인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늘린다며 돈을 푸는 진짜 이유가 PF 시장을 살리기 위한 자금 공급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나오는 9월 위기설에 당국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지금 부동산 문제가 통화당국과의 공조를 해치며 해결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정부가 잘 생각하길 바란다. 대책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대출을 늘리는 일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 어렵게 물가를 잡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유동성 공급 카드를 만지작거리는가.
[이재원 경제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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