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고서 200페이지 읽어"…'한국의 버핏'에게 듣는 버핏의 교훈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준철 대표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한국에서 26년간 가치투자를 실천 중인 버핏의 광팬입니다.
제가 워런 버핏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최 대표의 발자국을 밟게 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2009년 출판 후 지금은 절판돼서 누런 책밖에 없는 로저 로웬스타인의 '버핏'을 읽을 때도 최 대표가 번역을 감수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우물을 10년 이상 파온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버핏을 알고 싶어하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최준철 대표를 찾아가 버핏에 대해 물었습니다.
학교를 거의 안 가서 도서관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지만, 로저 로웬스타인의 '버핏(Buffett)' 원서를 남들 고시 공부할 때 그 옆에서 읽었다는 최 대표에게 버핏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최 대표가 버핏에 대한 가장 먼저 떠올린 말은 '학습기계'입니다. 최 대표는 "(버핏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실수까지 복기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며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경쟁력을 평생을 통해서 학습하고 발전해나가는 버핏의 생을 보면서 계속 학습해야 한다는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저 분(버핏)도 저렇게 계속 학습하는데, 뭘 하나 배워서 그걸로 평생 우려먹고 살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구나"라는 깨달음이 자신한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최 대표는 이야기하면서 '학습'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학습의 강도, 길이와 꾸준함이 우리가 버핏에게서 배워야 하는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 대표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2014년)도 있습니다. 최 대표는 "돌아가시기 전에 봐야지 하고 갔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도 생존해 계신다"며 "(버핏과) 동시대를 살면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랑 우리가 동시대를 살 수는 없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또 '솔직하게 말하면'이라고 서두를 꺼내면서 최대표는 "버핏을 따라서 할 수는 있겠으나 버핏처럼 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버핏은 천재인 데다가 열심히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애플 투자에서 알 수 있듯이 버핏은 유연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버핏을 우리가 따라가긴 당연히 어렵겠지만, 버핏의 반의 반만 할 수 있어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워런 버핏이 투자계의 마이클 조던 같다는 의미 같습니다.
최 대표는 "다행히도 버핏이랑 약갼 유사한 기질이 있어서 따라하기가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버핏의 MBTI는 ISTJ라고 추측되고 있는데, 혹시 최 대표의 MBTI도 ISTJ인지 물었습니다. 최 대표는 "맞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하면서 E가 늘어났기 때문에 I는 좀 왔다갔다 하구요. STJ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MBTI의 4가지 척도는 ①내향(Introversion)-외향(Extroversion) ②직관(iNtuition)-감각(Sensing) ③감정(Feeling)-사고(Thinking) ④인식(Perceiving)-판단(Judging)입니다.
ISTJ 유형은 내향적이고 팩트를 중요시하며 실용적이며 계획적인 특성이 있는데요, 사실 I나 E에 상관없이 STJ가 대개 가치투자에 맞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대표는 "지금도 하루에 A4지로 약 200~300페이지를 매일 보는데, 저런 기질이 없으면 그걸 계속 반복해서 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습니다. 2000년 버핏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투자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학생에게 보고서를 가리키며 "하루에 이런 자료를 500페이지씩 읽으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버핏은 "여러분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여러분 중 일부만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워런 버핏의 첫 번째 투자원칙이 "돈을 잃지 마라"이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말라"로 전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 대표는 "리턴(수익)이 아니라 '돈을 잃지 마라'고 말하는 건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의미"라고 풀이했습니다.
최 대표는 "위험을 따져보고 그 다음에 (투자하라). 이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이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투자성향과 투자관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리스크가 클 경우에 리턴(수익)이 커 보여도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용기는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버핏은 엄청나게 보고 엄청나게 접고 그리고 소수의 선택에 집중을 하는데, 갈수록 그런 부분이 정말 중요한 점이라는 곱씹게 된다"고 최 대표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다음으로 최 대표가 강조한 건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였습니다. 최 대표는 "그동안 많은 투자자들의 사례를 봤을 때 결국엔 능력범위 때문에 큰 실수가 발생한다"며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났을 때 리스크가 커지고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주가가 오르는데, 잘 모르면 더 오를 걸 일찍 팔아버린다든지, 주가가 빠질 때는 더 사야 되는데 팔아버린다든지 이게 다 능력범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능력범위를 잘 알고 천천히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최 대표는 "투자 초창기 때는 피가 뜨거울 때라서 업종 몇 개나 된다고 다 배워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프로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능력범위 확대의 어려움이) 더 실감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최 대표는 "이제 운용 사이즈가 있다 보니까 크게 잡아야 되는데, 능력범위가 아니면 크게 잡을 수도 없을 뿐더러 나중에 수습이 안되는 상황을 계속 경험하면서 그래서 거기(능력범위)에 머무르라고 했구나"라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심정도 토로했습니다. 참고로 최 대표는 능력범위 바깥으로 나가는 걸 무서워하는 편이라며 자신의 능력범위는 '의식주미락(美樂)'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락(美樂)은 뷰티(미용)와 K팝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뜻합니다.
세 번째는 철저한 분석입니다. 최 대표는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이 철저한 분석을 하라고 했지만 추상적인 말이었는데, 버핏이 (어나더) 레벨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버핏이 코카콜라를 분석할 때 "말로는 해자가 굉장히 깊고 사람들이 목이 마르면 모두 코카콜라를 마셔야 한다고 간단히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콜라 1캔 가격이 1센트 변할 때 재무제표가 어떻게 변할지를 모두 머리에서 엑셀로 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버핏이 분석에 있어서 "'이 정도는 해야돼'라고 하는 프로의 경지, 분석의 깊이, 분석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건데요, 최 대표 표현처럼 "버핏은 최고의 투자자이면서 전 세계 최고의 애널리스트"입니다.
최 대표는 "이렇게 열거를 하다 보면 사실 능력범위에 머물러라는 피터 린치랑 엮어서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철저한 분석이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가장 큰 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버핏처럼 상식적인 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는 최 대표의 인터뷰는 ②편에서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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