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 걱정돼도 괜찮아… LG 33명의 투수, 염경엽이 살린 현재와 미래

김태우 기자 2023. 9. 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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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한 결단으로 마운드 위기를 넘긴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이정용의 선발 전환은 시즌 LG 마운드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애리조나 캠프 당시부터 팀 전체적인 선수층 강화에 주력했다. 어차피 주전 선수들의 구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LG였다. 그러나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버티려면 더 많은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봤다. 어차피 목표는 우승, 그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제2의 필승조’ 라인을 구축하고, 이재원 손호영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신진급 야수들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것이 이뤄졌든 그렇지 않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플랜도 많이 짜 놨다. 그런데 그런 염 감독조차 올 시즌 초반 팀 마운드의 공백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상수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상수들이 상당수 엎어진 것이다.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생각한 염 감독으로서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당장 선발진은 외국인 에이스로 굳게 믿었던 케이시 켈리의 시즌 초반 부진이 이어졌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지나서까지 ‘교체를 하니, 마니’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성장으로 확실한 선발 카드가 됐다고 생각한 김윤식이 부진했고, 이민호는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으며 5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걸었던 젊은 선수들은 아직이었다. 가장 중요한 선발진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불펜은 더 심했다. 지난해 팀의 필승조였던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이 시즌 시작부터 저조한 페이스를 보였다. 팀의 7~9회 리드를 지켰던 선수들이 하나도 아닌, 집단으로 난조를 보이니 불펜 계산이 어려워졌다. 선발의 이닝 소화까지 적으니 설상가상이었다.

여기서 염 감독은 올 시즌 LG를 구해내는 몇 차례 결단을 진행한다. 김윤식 이민호를 아예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전반기는 어떻게 막아도, 결국 후반기에는 이 선수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길게 보고 준비시키도록 했다. 임찬규가 전반기 분투한 가운데 대신 이정용을 선발로 돌리는 깜짝 카드를 선보였다.

워낙 필승조에서 활약상이 좋았던 선수라 이정용 선발 전환은 사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프로에서 선발 경력이 특출했던 것도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어쩌면 외부에서 온 염 감독이기에 별다른 선입견이 없어 가능했던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올 시즌 깜짝 활약을 넘어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유영찬 ⓒ연합뉴스
▲ 투수 전향 후 올해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준 백승현 ⓒ 연합뉴스

불펜에서는 준비했던 여러 선수들을 고루 실험하며 꽤 큰 성과를 거뒀다. 망설이지 않고 과감하게 썼다. 필승조 셋이 없는 상황에서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 등 새로운 선수들이 나와 힘을 보탰다. 고우석 정우영이 아직도 정상 컨디션을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LG 불펜이 버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그 결과 LG는 올 시즌 1군에서 한 타자라도 상대한 선수가 총 32명이다. 사실상 부상으로 못 던지는 투수, 군에 간 투수, 아직 2군 경력도 별로 없는 신인 투수들을 뺀 모든 투수들이 다 올라와 던진 셈이다. 9일 더블헤더 2경기에 선발로 예고된 손주영이 올 시즌 LG의 33번째 투수가 된다. 일각에서는 부활할 2차 드래프트에서 LG 마운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1군 고정은 아니더라도 좋은 투수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결국 그렇게 써보면서 지금의 자원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썼고, 지금 다른 팀보다 힘의 분배도 좀 나눠져 있다. 한 두명의 선수가 아닌 여러 선수들을 쓸 수 있는 게(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결국 다양하게 썼던 게 지금 백승현도 키웠고 유영찬도 키워준 것이고 박명근도 키워진 것이다. 도전을 안 하면 없는 것이다. 시즌 초반에 다양성을 가져야 시즌 후반에 여유가 생긴다. 감독을 하면서 엄청 고민했던 것이다. 초반에는 조금 여유가 있으니까 조금 실패를 해도 다양하게 쓰는 게 효과적”이라고 돌아봤다.

염 감독도 그런 과정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염 감독은 “김윤식 이민호에 꽂혀서 계속 시즌을 했다면, 불펜도 정우영 이정용이 작년에 잘했으니 올해도 잘할 것이라고 계속 믿고 왔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4~5등에 있을 것”이라면서 계속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결과가 좋았으니 이는 미래를 대비한 포석도 된다. 염 감독은 어쨌든 포스트시즌에서 팀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우석 정우영이 살아나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올해 잘 던진 선수들과 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전원 필승조도 가능해진다. 이 성과는 내년으로 이어진다. 내년에는 더 안정된 전력으로 시작할 수 있고, 올해 만든 선수들이 있기에 같은 변수가 오더라도 대처가 조금은 더 용이해진다. 염 감독의 시즌이 끝난 뒤 여러 측면에서 다뤄지겠지만, 마운드 위기 대처에서는 분명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 전략적으로 시간을 준 김윤식은 기대대로 후반기 조커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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