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낚시 공청회에 여당 대표까지… 강태공들 "월척 낚은 기분"

성연재 2023. 9.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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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낚시 공청회에서 학계 "수질오염 주범은 낚시가 아니라 가축 분뇨"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2018년 낚시 인구가 850만 명에 달해 등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 나아가 해양수산부는 국내 낚시 인구가 2024년에는 1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말만 요란할 뿐 여전히 낚시는 찬밥 신세다.

낚시가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낚시 금지구역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안성시에서는 시의회의 낚시 금지구역 조례 지정 방침 사실에 불만을 품은 수도권 낚시인들이 몰려 시위를 벌였다.

안성시의회 한 의원의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낚시인과 의원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루어낚시 [사진/성연재 기자]

그런 와중에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낚시규제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위한 낚시환경정책연구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낚시협회·낚시하는 시민연합 등 낚시단체와 국민의힘 김승수·이달곤·임이자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공청회다.

이 자리에서 좌장을 맡은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명예교수는 낚시가 아닌 가축 분뇨가 수질오염의 주범이란 취지의 발표를 해 낚시인들의 호응을 받았다.

평택호 유역의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 5등급 기준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인이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경기연구원 조사 자료]

김 교수는 발제에서 "수질오염의 대명사인 녹조의 경우 가축 분뇨와 퇴비 등에 섞인 인(P) 성분이 주범"이라며 "강원발전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우 배설물이 하루 1마리당 36g의 인을 배출하는 데 비해 낚시인 1명의 배출량은 0.7g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평택호 유역의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에 대한 자료도 공개했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물의 수질은 1등급 호수 기준인 0.03 mg/ℓ는커녕, 5등급 호수 기준인 0.15mg/ℓ의 수십 또는 수백 배에 달했다.

그만큼 많은 인 성분이 처리되지 않고 하수로 배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천과 호수 오염의 주범은 가축 분뇨에 의한 녹조현상이라고 설명하는 김범철 교수 [사진/성연재 기자]

김 교수는 "상수원으로 쓰이지 않는 평택호는 서해안으로 바로 내려가기 때문에 하수 처리가 부실한 편"이라며 "상수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통해 하수 처리에 많은 투자를 한 낙동강 유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택호는 지난 2021년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 대부분의 지역이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평택호 반대편 수변인 충남 아산 지역으로 낚시인들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친 규제는 풍선 효과만을 낳는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낚시규제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위한 낚시환경정책연구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낚시인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이날 공청회는 김 교수와 이순태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발제에 이어 관련 부처 공무원과 낚시인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환경부 이상진 물환경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전국 1만7천여개 저수지 가운데 1%가량만 낚시 금지구역으로 묶여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이순태 연구위원의 반박을 받았다.

이 연구위원은 "저수지 개수로 보면 1%지만, 면적으로 보면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저수지의 70% 넘는 곳이 낚시 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이 가운데는 대형 저수지가 많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와 이 연구위원은 행정 당국이 별다른 근거 없이 낚시가 수질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구역을 지정한다고 판단한다.

낚시인들의 '2023 전국낚시터 대청소' 한국낚시협회 회원들이 충남 삽교호 인근에서 개최한 '2023 전국낚시터 대청소. 낚시하는 시민연합 등 낚시인들은 5년째 정화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한국낚시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교수는 공청회 이후 "일단 막고 보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행정 당국은 쉽게 금지구역을 설정한다"면서 "이는 행정독재와 다름이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김승수 의원은 "낚시인들도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다는 속담처럼 인내심을 갖고 법 발의를 기다려달라"면서 "환경부도 일부 정치적 목적이 있는 환경단체 등의 목소리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낚시규제법 개정안 공청회 주최한 김승수 의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낚시규제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위한 낚시환경정책연구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성연재 기자]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대표는 "그간 낚시를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며 무분별한 규제를 일삼던 전국 지자체와 지방의회들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낚시규제법 개정을 통해 과도한 규제로 낚시인들을 옥죄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중진 의원인 서병수·이인선·최형두 의원 등 모두 12명의 의원이 참석, 낚시규제법 개정안 발의에 힘을 보탰다.

낚시인들은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김기현 대표 등 수많은 의원이 낚시규제법 개정안 발의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였다.

공청회를 마친 뒤 한 정부 부처 간부는 "낚시인들의 위세에 놀랐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 "저도 낚시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낚시규제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위한 낚시환경정책연구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성연재 기자]

한 낚시인은 "본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당 대표까지 참석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월간 낚시춘추 서성모 편집장은 "내년 총선도 있고 하니 정치권에서는 민생행보에 더욱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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