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이화영 진술·10일째 단식···부담 커진 檢 이재명 소환[서초동 야단법석]
법조계, ‘검찰 넘은 산 많다’ 분석···150쪽 질문지에도
10일간 단식으로 실제 장시간 조사 어려울 수도 있어
이화영, 돌연 “검찰 진술이 사실 아니다”라며 진술 번복
檢, 이 대표 조사에 의사 대기는 물론 구급차까지 배치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한다. 2번째 무산 끝에 이뤄지는 이 대표의 출석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에게 있어 ‘넘을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 사이 연관성을 일부 인정한다’는 것으로 알려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입장을 재차 번복한 데다 ‘단식 투쟁’ 열흘째인 이 대표의 건강 상태까지 고려해 소환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소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2번째 무산 끝에 李 소환조사=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 등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백현동 인허가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따른 다섯 번째 검찰 출석이다. 양측은 그동안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시기·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걸어왔다. 양측 사이 ‘기 싸움’이 시작된 건 지난 23일부터다. 당시 검찰은 이 대표 측에 ‘8월 30일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당무 등으로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며 “내일 (24) 오전 바로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밝히자, 검찰은 “예정대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거절했다. 이후 검찰이 4일 출석할 것을 요구하자, 이 대표 측은 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오전 2시간 조사’라는 조건을 걸었다. 검찰은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며 준비된 조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측은 ‘이 대표 측의 일방적 통보다’, ‘검찰의 출석 거부다’라는 맞대응을 이어갔고, 결국 4일 소환조사는 충돌 끝에 무산됐다. 연이은 소환조사 ‘불발’에도 이 대표 측은 12일로, 검찰은 7~9일로 각기 다른 날짜를 제시하며 양측은 평행선만 이어갔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7일 ‘오는 9일 출석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검찰이 받아들이면서 이날 소환조사가 오랜 진통 끝에 성사됐다.
◇강압 수사 따른 진술 vs 이미 법정서 인정=양측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만, 검찰에게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우선 제기되는 부분이 이 전 부지사가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기존 입장을 바꿨다는 점이다. 해당 진술서에는 “이 대표와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한 검찰 신문조서는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진술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에게 스마트팜 비용·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을 요청하거나, 김 전 회장과 전화 연결을 해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기소 등 검찰의 압박을 받으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게 이 전 부지사 측 설명이다. 앞서 지난 6월께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고, 이 대표에게 일부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는 법정과 검찰에서 수회에 걸쳐 ‘검찰 진술은 사실이고, 배우자의 주장은 오해로 인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강압수사 주장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가족·지인 접견 136회, 변호인 접견 229회 등 자유롭게 접견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변호사 등 입회 하에 검찰 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이의제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150쪽 질문지 준비했으나, 李 단식 열흘째, 소환조사=이 대표가 이날로 단식 투쟁이 열흘째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검찰에게는 부담요소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는 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 규명을 위해 15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조사에는 그동안 해당 수사를 도맡아온 수원지검 형사6부 송민경(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와 박상용(38기) 검사를 배치했으나, 법조계 안팎에는 실질적 소환 조사가 가능할 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앞선 소환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서를 제출, 답변을 갈음할 수 있는데다, 건강상 이유로 조사가 이뤄지다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아주대병원의 협조를 받아 의사 1명을 15층 조사실 옆에 대기하도록 했다. 또 구급차 한 대도 청사 밖에 배치한다. 검찰은 앞서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측에 온종일 조사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며 “장시간 조사가 어렵다면 차후 일정을 다시 정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표 단식 기간을 감안해 핵심 질문을 추려 양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버전의 질민지를 준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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