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연전 축구] 고려대 김수현,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를 'Legend'로 장식할까

이형주 기자 2023. 9.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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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축구부 주장 김수현(하단 우측). 사진┃SPORTS KU 함유정, 김민정, 김민주 기자

[STN스포츠] SPORTS KU 박국경·이윤 기자 = "다른 경기 다 져도 정기전은 이겨야 한다".

2023시즌의 수많은 경기를 치열히 치러 온 5개 운동부 선수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정기전은 남다르다"라고 말한다.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관심,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학우들의 응원 물결까지. 정기전은 고려대학교 학생선수들의 영원한 꿈이자 희열이다.

그중에서도 막중한 책임감으로 각 운동부의 주장들. 팀의 기둥이 돼 마지막 정기전을 맞이하는 이들이다. 2023학년도 2학기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할 '정기전 특집'. STN X SPORTS KU가 5개 운동부 주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를 전한다.

고려대학교 축구부 주장 김수현. 사진┃SPORTS KU DB

◇축구부 주장 김수현

김수현이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무대를 전설로 장식할 수 있을까.

고려대와 연세대는 그간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축구 명문이다. 그런 양교가 9일 오후 2시 정기전 대미를 장식하는 경기를 앞두고 있다.

고려대 축구부 주장 김수현이 이번 경기를 소화하게 된다면 정기전은 첫 경기가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를 앞두고 그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수현에게 있어 이번 정기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새내기와 2학년 때는 코로나19로 정기전이 열리지 않았다. 2022년에는 부상으로 부득이하게 정기전에 나서지 못했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그런 이유로 첫 정기전을 앞두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비정기전. 사진┃SPORTS KU DB

김수현은 "저는 부상 때문에 작년 정기전을 뛰지 못해서 올해 처음으로 정기전을 치르게 됐어요. 작년에 축구가 졌었잖아요. 그 치욕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가 작년에 0-1로 졌잖아요. 경기 끝나고 버스를 타고 참살이길에 내려갔는데, 거기서 양교 학우분들이 "고대 바보", "연대 바보"를 외치고 있더라고요. 저희는 진짜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학우분들이 저희를 보고 "축구부다!"라며 격려의 말을 해주셨는데, 오히려 쥐구멍에 숨고 싶었습니다. 그걸 올해 또 겪고 싶지는 않고요, 꼭 승리해서 만회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수현에게 선배들은 아낌없는 조언도 건냈다. 그는 "전 주장이었던 김강연(체교19) 형이 '경기 당일에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긴장도 많이 될 텐데, 그런 생각 털어놓고 좀 즐기려 해봐라'라고 얘기해줬어요"라고 설명했다.

김수현은 "호랑이가 참새한테 질 순 없는 법이니까요. 참새들 '찢어'버리겠습니다"라고 당찬 각오를 전했지만, 전력 분석은 냉철하게 했다. 그는 "전력만 놓고 보면 비슷해요. 그런데 전력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 아니에요. 경기 당일 어느 팀이 더 몰입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뭐가 어찌 됐든 저희가 이길 거라는 건 변함없습니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고려대학교 5개 운동부 현 주장단. 좌측부터 오도은, 정호현, 박무빈, 허동, 김수현. 사진┃SPORTS KU

고려대는 정기전 승리를 위해 노력도 열심히 하고 있다. 김수현은 경기를 앞두고 팀이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기본적으로 체력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새벽에 운동장 나가서 열심히 뛰고, 오후에 또 운동장 나가서 열심히 뛰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전술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서, 올해는 공격지역에서의 다양한 움직임과 관련한 전술도 다듬고 있어요"라고 얘기했다.

또 정신 무장도 하고 있다. 그는 "정기전은 다른 경기와는 다르게 옛날부터 이어져 왔던 전통이잖아요. 연세대는 저희의 최대 라이벌 팀이기도 하고, 절대 지면 안 되는 팀이기도 해요. 그래서 준비할 때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열심히 하게 돼요"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김수현은 주장으로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하게 후배들을 어우르고 있다. 김수현은 "선후배 사이에 상하 관계없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주장이에요. 그게 쉽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요. 꼰대 같은 주장은 아니고요(웃음). 주장이 된 뒤 휴대전화를 많이 보게 됐어요. 선수들과 계속 소통해야 하고 일정을 잘 확인해야 하니까요.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축구부지만 가끔 한 소리 하기도 합니다"라고 얘기했다.

김수현은 관중들이 주목해야 할 점에 대해 묻자 "저희에게 공이 있을 때 집중해 주세요. 우리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다 뛰어난 편이라서, 개인 능력으로 연대 선수를 제치는 모습을 주목해서 보면 재미있을 거예요!"라며 다시 한 번 팀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수현은 경기 전 루틴이 있다. 톰 하디가 나온 영화 'Legend'의 OST인 'Don't Touch'를 듣는 것. 김수현은 "경기 들어가기 전에 샤워하면서 톰 하디가 나온 영화 'Legend'의 OST인 'Don't Touch'라는 노래를 들어요. 그 노래를 들으면 불타오르더라고요. 그래서 경기 전에 항상 그 노래를 듣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수현이 'Don't Touch'로 경기를 준비한 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무대에서 Legend가 될 수 있을까. 오후 2시 열리는 정기전 축구 경기에 그 답이 있다.

왼쪽부터 김수현, 오도은, 정호현. 사진┃SPORTS KU 함유정 기자

글: [STN스포츠] SPORTS KU 박국경·이윤 기자, 사진: SPORTS KU 함유정·김민정·김민주 기자·SPORTS KU DB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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